진화 2강. 자연선택: 단순한 논리, 거대한 결과
변이가 있고, 유전되고, 번식에 차이가 납니다. 이 셋이 갖춰지면 진화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연입니다.
풀고 시작
세 가지 조건, 하나의 필연
자연선택의 논리는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세 가지 조건이면 됩니다. 첫째, 변이(variation)가 있습니다. 같은 종의 개체들도 서로 조금씩 다르죠. 둘째, 그 차이의 일부는 유전(heredity)됩니다. 셋째, 그 차이가 생존과 번식의 성공에 영향을 주어 차등 번식(differential reproduction)이 일어납니다. 이 셋이 성립하면 유리한 변이는 세대를 거치며 반드시 흔해집니다. 결론이 전제에서 따라 나온다는 점에서 자연선택은 관찰 가설이라기보다 논리적 귀결에 가깝고, 다윈 이론의 힘은 바로 이 단순함에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선택에는 목적도 예견도 없다는 것입니다. 변이의 원천인 돌연변이와 유전자 재조합은 필요한 방향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무작위로 공급된 변이를 환경이 지금 여기서 거를 뿐이며, "적자"란 가장 강한 자가 아니라 그 환경에서 번식을 더 잘하는 자를 뜻하죠. 다윈은 이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인간이 비둘기와 개의 품종을 만들어 온 인위선택을 먼저 보여주고, 자연에는 더 엄격한 심사관과 더 긴 시간이 있다고 논증했습니다. 정작 유전의 메커니즘은 다윈이 몰랐던 빈칸이었고, 멘델 유전학과 자연선택이 결합한 현대 종합은 20세기 전반에야 완성됩니다.
실시간으로 보이는 진화
진화는 화석 속에만 있지 않습니다. 눈앞에서 볼 수도 있죠. 2016년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거대한 배양판에 항생제 농도를 구간별로 높여 깔고, 세균이 열흘 남짓 만에 최고 농도 구역까지 퍼져 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습니다. 야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린스턴의 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1973년부터 40년 넘게 갈라파고스 대프니메이저 섬의 핀치를 개체 단위로 잡아 재고 표식하며 추적했습니다. 1977년 가뭄으로 작고 부드러운 씨앗이 사라지자 크고 단단한 씨앗을 깰 수 있는 두꺼운 부리의 개체들만 살아남았고, 다음 세대의 평균 부리 크기는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커졌습니다. 몇 년 뒤 큰비가 내려 작은 씨앗이 돌아오자 선택의 방향은 다시 뒤집혔죠. 독감 백신을 해마다 새로 맞아야 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바이러스 집단이 면역이라는 선택압 아래에서 계속 진화하기 때문입니다. 다윈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는 한 세대 안에서도 관찰됩니다.
성선택: 공작 꼬리의 역설
다윈은 1860년의 한 편지에서 공작 꼬리 깃털을 볼 때마다 속이 불편해진다고 썼습니다. 포식자 눈에 잘 띄고 도망에도 방해가 되는 장식이 왜 진화했을까요. 답은 통화의 단위에 있습니다. 자연선택이 셈하는 것은 생존 기간이 아니라 남긴 자손의 수입니다. 암컷의 선택을 받는 형질은 생존 비용을 치르고도 번식에서 남는 장사일 수 있죠. 다윈은 인간의 유래(1871)에서 이를 성선택(sexual selection)이라 이름 붙였고, 수컷의 장식과 암컷의 선호가 함께 진화한다는 이 통찰은 훗날 행동생태학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다만 암컷이 왜 화려함을 선호하는가(우수한 유전자의 정직한 신호인가, 선호 자체가 폭주한 결과인가)는 지금도 진행 중인 논쟁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설계: 판다의 엄지
판다는 대나무 줄기를 쥘 때 여섯 번째 손가락처럼 보이는 돌기를 씁니다. 그런데 해부해 보면 그것은 손가락이 아니라 손목뼈 하나(요골 종자골)가 커진 개조품입니다. 고생물학자 굴드가 유명하게 만든 이 사례는 자연선택의 본성을 보여줍니다. 선택은 백지에서 최적을 설계하는 공학자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재료를 고쳐 쓰는 땜장이라는 것이죠. 기린의 되돌이후두신경이 후두 바로 옆의 뇌에서 출발하고도 목을 따라 내려갔다 되돌아오는 우회로를 그리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적응의 실제 모습은 완벽한 설계가 아니라 역사적 제약 속의 개선이며, 이 개조의 흔적들이 다음 강에서 볼 공통 조상의 증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