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학 4강. 돌연변이와 변이
돌연변이는 오타입니다. 그런데 그 오타가 없었다면 지구에는 최초의 세포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을 것입니다.
풀고 시작
오타의 종류와 원인
돌연변이(mutation)는 DNA 서열의 변화입니다. 규모로 나누면 염기 하나가 다른 염기로 바뀌는 점 돌연변이(치환), 염기가 끼어들거나 빠지는 삽입과 결실, 염색체 단위의 결실·중복·전좌까지 있습니다. 단백질 암호 부위에서 치환은 세 갈래로 갈립니다. 코돈 중복성 덕에 아미노산이 안 바뀌는 침묵 돌연변이, 아미노산 하나가 바뀌는 과오 돌연변이, 중간에 종결 신호를 만들어 단백질을 잘라 버리는 넌센스 돌연변이죠. 삽입·결실이 3의 배수가 아니면 그 지점 이후의 코돈 묶음이 통째로 어긋나는 틀이동(frameshift)이 일어나 대개 효과가 큽니다.
원인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복제 자체의 오류입니다. DNA 중합효소는 교정 기능까지 갖췄지만 완벽하지 않아서, 사람의 경우 세대당 수십 개 수준의 새 돌연변이가 자연적으로 생깁니다. 다른 하나는 외부 요인으로, 자외선과 방사선, 담배 연기 속 화학물질 같은 변이원이 손상률을 높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돌연변이는 필요에 응답해 일어나지 않습니다. 방향 없이 무작위로 생기고, 걸러 내는 것은 선택입니다.
대부분은 아무 일도 아니다
직관과 달리 새 돌연변이의 다수는 중립입니다. 유전체의 대부분이 단백질 비암호 부위이고, 암호 부위조차 침묵 치환이 흔하기 때문이죠. 기무라 모토(木村資生)는 1968년 분자 수준의 변화 대부분이 선택이 아니라 유전적 부동(무작위 표류)으로 축적된다는 중립 이론을 제안했고, 격렬한 논쟁 끝에 분자진화의 표준 틀로 자리 잡았습니다. 중립 변이가 시계처럼 쌓인다는 성질은 종 분기 연대를 추정하는 분자시계의 근거가 됩니다. 돌연변이는 병리 현상이기 이전에, 진화가 쓸 원료인 변이(variation)를 공급하는 유일한 궁극적 원천입니다.
낫형 적혈구: 해로움과 이로움의 동거
물론 일부 돌연변이는 병을 만듭니다. 교과서적 사례가 낫형 적혈구 빈혈입니다. 헤모글로빈 베타 사슬 유전자의 점 돌연변이 하나로 아미노산 하나(글루탐산이 발린으로)가 바뀌고, 변형 헤모글로빈이 낮은 산소 농도에서 서로 엉겨 적혈구를 낫 모양으로 찌그러뜨립니다. 변이 유전자를 두 개 가진 사람은 심한 빈혈을 앓죠.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이 "나쁜" 유전자가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높은 빈도로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한 개만 가진 보인자가 말라리아에 상당한 저항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앨리슨(Anthony Allison)이 1954년 이 상관을 보였고, 이는 잡종이 유리해 해로운 변이가 집단에 보존되는 균형 선택의 대표 사례가 되었습니다. 좋은 유전자와 나쁜 유전자라는 이분법이 환경을 지정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이죠.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경계
"키의 유전자", "지능의 유전자" 같은 표현은 대개 오해를 만듭니다. 첫째, 키 같은 형질에는 수백, 수천 개의 유전자가 각각 미세하게 관여합니다. 둘째, 유전자의 효과는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정해집니다. 페닐케톤뇨증은 특정 효소 유전자의 결함으로 아미노산 대사물이 쌓여 지적 장애를 일으키지만, 신생아 때 진단해 식이를 조절하면 발병을 크게 막을 수 있습니다. 유전적 원인이 명백한 질환조차 결과는 환경 개입으로 달라지는 것이죠. 유전율이 높다는 것도 "환경이 무력하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 집단, 특정 환경 분포에서의 통계량일 뿐입니다. 키의 유전율이 높은데도 지난 한 세기 여러 나라의 평균 신장이 영양 개선만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유전자는 운명의 각본이 아니라 환경과 함께 읽히는 조건문에 가깝습니다. 조건이 바뀌면 같은 문장도 다르게 실행되죠. 이 관점은 다음 강의 유전자 편집 윤리 논쟁에서 다시 중요해집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질병 유전자"라는 말은 낫형 적혈구처럼 환경에 따라 이로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강에서 다룰 유전자 편집으로 "나쁜 유전자"를 제거한다는 목표는 얼마나 잘 정의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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