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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4강. 생물 분류의 체계

분류는 자연에 이름표를 붙이는 일이 아니라, 40억 년 진화의 가계도를 복원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1977년 우즈가 고세균을 발견할 때 사용한 결정적 증거는 무엇일까요?
우즈는 겉모습이 아니라 모든 생물이 공유하는 리보솜 RNA의 서열을 비교해, 세균처럼 생긴 미생물 일부가 세균만큼이나 우리와 먼 별개 계통임을 밝혔습니다. 모양으로는 세균과 구분되지 않았고, 그래서 그 전까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죠.

린네의 이명법

18세기 유럽의 박물학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탐험선이 돌아올 때마다 처음 보는 생물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같은 생물을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부르니 학자들끼리 대화가 되지 않았거든요. 이 혼란을 정리한 사람이 스웨덴의 린네(Carl Linnaeus)입니다. 『자연의 체계』(1735) 초판은 불과 십여 쪽이었지만 판을 거듭하며 수천 종을 담는 체계로 자랐습니다. 핵심 발명이 이명법(binomial nomenclature)입니다. 모든 종을 속명과 종소명 두 단어의 라틴어로 부르는 것이죠. 사람은 Homo sapiens, 늑대는 Canis lupus입니다. 지역마다 다른 이름 대신 전 세계 학자가 같은 이름을 쓰게 되었고, 종을 속, 과, 목, 강, 문, 계로 겹겹이 묶는 계층 구조가 함께 확립되었습니다. 다만 린네에게 분류는 신이 창조한 질서의 목록이었습니다. 종은 변하지 않으며, 분류학자의 일은 그 불변의 질서를 읽어 내는 것이었죠.

분류에서 계통으로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이 그림을 뒤집었습니다. 종들이 닮은 것은 설계의 유사성이 아니라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분류는 유사성의 목록이 아니라 계통(phylogeny), 즉 진화적 가계도를 반영해야 하죠. 20세기 중반 헤니히(Willi Hennig)의 분기학(cladistics)은 이를 엄격한 방법으로 만들었습니다. 유효한 분류군은 하나의 공통 조상과 그 모든 후손을 포함하는 단계통군(monophyletic group)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준을 들이대면 우리에게 익숙한 범주가 줄줄이 무너집니다. 놀랍게도 "어류"는 단계통군이 아닙니다. 폐어는 참치보다 인간과 더 가까운 친척이므로, 참치와 폐어를 묶고 인간을 빼는 "어류"라는 상자는 계통을 반영하지 않거든요. 마찬가지로 조류를 제외한 "파충류"도 자연적 분류군이 아닙니다. 악어는 도마뱀보다 새와 더 가깝습니다.

우즈와 세 번째 생명의 영역

가장 극적인 반전은 1977년에 왔습니다. 일리노이 대학의 우즈(Carl Woese)는 겉모습이 아니라 분자로 계통을 재려 했습니다. 모든 생물이 가진 리보솜 RNA의 염기서열을 비교하면, 서열 차이의 크기가 갈라진 시간의 깊이를 알려 주기 때문이죠. 메탄 생성 미생물들을 분석한 우즈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세균처럼 생긴 이 미생물들은 세균과 근본적으로 달랐고, 그 차이는 세균과 진핵생물 사이의 차이만큼 깊었습니다. 고세균(Archaea)의 발견입니다. 1990년 우즈는 생명 전체를 세균(Bacteria), 고세균(Archaea), 진핵생물(Eukarya)의 3역(three domains) 체계로 다시 그렸습니다. 동물계와 식물계의 구분이 최상위인 줄 알았던 분류학에서, 동물과 식물의 거리는 미생물 세계의 심연에 비하면 잔가지 수준임이 드러난 것이죠. 당대 학계의 저항은 거셌지만 분자 증거가 쌓이며 3역 체계는 표준이 되었습니다.

종이라는 상자의 어려움

그런데 분류의 기본 단위인 종조차 정의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마이어(Ernst Mayr)의 생물학적 종 개념(1942)이 표준으로 쓰입니다. 종은 실제로 또는 잠재적으로 교배하여 번식 가능한 자손을 남기는 자연 집단이며, 다른 집단과는 생식적으로 격리되어 있다는 정의죠. 말과 당나귀의 자손인 노새가 불임인 것이 격리의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그러나 예외가 줄지어 있습니다. 무성생식하는 세균에는 교배 기준 자체를 적용할 수 없고, 세균은 종의 경계를 넘어 유전자를 주고받기까지 합니다(수평적 유전자 이동). 서로 다른 종으로 분류된 식물들이 잡종을 만들어 새 종이 되기도 하며, 화석 생물에는 교배 실험이 불가능하죠. 그래서 형태, 계통, 생태 기준의 종 개념이 병용됩니다. 1강의 결론이 여기서 반복되는 셈입니다. 자연은 우리가 준비한 상자에 딱 맞게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다음 과목에서는 모든 분류군이 공유하는 생명의 기본 단위, 세포로 들어갑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린네 이명법의 핵심 규칙은 무엇일까요?
Homo sapiens처럼 속명 뒤에 종소명을 붙이는 두 단어 체계가 이명법입니다. 라틴어 표준 덕분에 지역어 이름의 혼란이 사라졌죠. 발견자 이름이 종소명에 들어가는 경우는 있지만 그것이 규칙 자체는 아닙니다.
문제 2. 분기학의 기준으로 "어류"가 유효한 분류군이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계통군은 공통 조상과 그 모든 후손을 포함해야 합니다. 참치와 폐어의 공통 조상은 인간의 조상이기도 하므로, 인간을 뺀 "어류"는 후손 일부를 자의적으로 제외한 상자가 되죠. 종 수나 서식지는 분기학의 기준과 무관합니다.
문제 3. 우즈의 3역 체계가 기존 분류에 가한 가장 큰 수정은 무엇일까요?
겉모습으로 하나였던 원핵생물이 분자 계통에서는 두 개의 깊은 갈래로 나뉜다는 것이 핵심 발견입니다. 진핵생물은 하나의 역으로 유지되었고 바이러스는 3역 체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문제 4. 생물학적 종 개념이 적용되기 어려운 사례로 본문이 든 것은 무엇일까요?
생물학적 종 개념은 교배와 생식적 격리를 기준으로 삼는데, 무성생식하는 세균에는 교배 기준을 적용할 수 없고 수평적 유전자 이동은 격리 개념마저 흔듭니다. 몸 크기, 수명, 서식 범위는 이 개념의 기준과 충돌하지 않죠.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종의 경계가 자연의 사실이 아니라 인간의 편의라면, 멸종위기종 보호처럼 종 단위로 설계된 제도는 무엇을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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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지 · 궁금하면 모던지 GitHub ·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