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3강. 물질대사와 효소
세포는 불을 피우지 않고 장작을 태웁니다. 그 비결은 반응을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문턱을 낮추는 것입니다.
풀고 시작
문턱을 낮추는 기술
포도당은 산소와 만나면 타면서 에너지를 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설탕통은 공기 중에서 저절로 불붙지 않습니다. 반응이 자발적이라도 시작하려면 활성화 에너지(activation energy)라는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죠. 성냥불은 이 문턱을 열로 넘게 해 줍니다. 그러나 세포는 37℃에서 불꽃 없이 포도당을 태웁니다. 비결이 바로 효소(enzyme)입니다. 효소는 대부분 단백질로 된 생체 촉매로, 반응물을 붙잡아 문턱 자체를 낮춥니다. 에너지를 주입하는 것도, 반응의 평형이나 수지를 바꾸는 것도 아닙니다. 넘기 쉬운 고개로 길을 내는 것뿐인데, 그 결과 반응 속도가 수백만 배 이상 빨라지죠. 화학 서가의 반응속도 강에서 다루는 촉매 개념이 생명에서는 효소라는 얼굴로 나타나는 셈입니다.
효소의 두 번째 특징은 기질 특이성(substrate specificity)입니다. 효소마다 정해진 기질만 활성 부위에 받아들입니다. 에밀 피셔(Emil Fischer)는 1894년 이를 자물쇠와 열쇠에 비유했고, 코슈랜드(Daniel Koshland)는 1958년 기질이 닿으면 활성 부위가 모양을 맞춰 조이는 유도적합(induced fit) 모형으로 다듬었습니다. 자물쇠라기보다 손과 장갑에 가깝다는 것이죠. 이 특이성 덕분에 세포는 수천 가지 반응을 뒤섞이지 않게 각각 통제할 수 있습니다.
ATP, 에너지의 화폐
사람은 하루에 자기 체중에 맞먹는 양의 ATP를 만들고 씁니다. 그런데 몸속 ATP 재고는 수십 그램 수준에 불과하죠. 어떻게 이런 회계가 가능할까요. 물질대사의 회계는 한 가지 화폐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ATP(아데노신삼인산)입니다. ATP는 인산기 세 개를 단 분자로, 끝의 인산기 하나를 떼어 ADP가 될 때 방출되는 에너지가 근육 수축, 물질 수송, 합성 반응을 구동합니다. 지폐처럼 액면이 적당히 작아 잔돈 거래에 알맞고, ADP에 인산을 다시 붙이면 재충전되죠. 그러니 ATP는 저축하는 화폐가 아니라 초 단위로 회전하는 화폐입니다. 포도당이나 지방은 예금이고, 쓸 때는 반드시 ATP로 인출하는 것입니다.
거울처럼 마주 선 두 반응
세포 에너지 대사의 뼈대는 두 개의 큰 반응이고, 둘은 거울 대칭입니다.
| 구분 | 광합성 | 세포호흡 |
|---|---|---|
| 요약 반응 | 6CO₂ + 6H₂O + 빛 → C₆H₁₂O₆ + 6O₂ | C₆H₁₂O₆ + 6O₂ → 6CO₂ + 6H₂O + 에너지 |
| 에너지 흐름 |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저장 | 화학 에너지를 꺼내 ATP로 전환 |
| 장소 | 엽록체 | 세포질과 미토콘드리아 |
| 일어나는 생물 | 식물, 조류, 일부 세균 | 거의 모든 생물 (식물 포함) |
광합성은 빛으로 이산화탄소와 물을 엮어 포도당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세포호흡은 그 포도당을 도로 분해해 ATP를 뽑아냅니다. 한쪽의 생성물이 다른 쪽의 원료인 것이죠. 흔한 오해와 달리 식물도 세포호흡을 합니다. 낮에 저축하고 밤낮으로 인출하는 셈이죠. 2강에서 본 내부공생의 두 주역,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가 정확히 이 거울의 양쪽을 맡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지구 생태계 전체로 보면 이 대칭이 탄소와 산소의 대순환을 돌립니다.
대사라는 그물
실제 세포 안에서 이 반응들은 한 방에 일어나지 않고 수십 단계의 작은 반응으로 쪼개져 있으며, 단계마다 전담 효소가 붙습니다. 왜 이렇게 번거롭게 할까요. 에너지를 조금씩 나눠 꺼내야 ATP라는 잔돈으로 회수할 수 있고, 단계가 나뉘어야 조절 지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세포는 특정 효소의 활성을 켜고 꺼서 대사 전체의 흐름을 제어합니다. 효소 하나가 고장 나면 대사 그물의 한 매듭이 풀리는데, 페닐케톤뇨증처럼 효소 하나의 결함이 병이 되는 사례가 그 증거죠. 그렇다면 이런 효소의 설계도는 어디에 적혀 있고 어떻게 자손에게 전달될까요. 그 질문이 4강의 세포분열을 거쳐 유전학 과목으로 이어집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세포는 에너지를 왜 한 번에 태우지 않고 수십 단계로 쪼개어 꺼낼까요. 공학의 관점에서 이 설계의 비용과 이득을 따져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