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심리와 치료 3강. 조현병: 오해가 가장 많은 병
뉴스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정신질환이지만, 사회 전체의 폭력에서 이 병이 설명하는 몫은 대단히 작습니다.
풀고 시작
이름이 만든 오해
한국에서 이 병의 공식 명칭은 2011년에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으로 바뀌었습니다.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입니다. 줄이 풀린 악기처럼 조율이 흐트러진 상태이고 다시 조율할 수 있다는 함의를 담았죠. 일본도 2002년에 정신분열병을 통합실조증으로 바꿨습니다. 병 자체는 그대로인데 이름을 바꾸는 데 학회가 힘을 쓴 이유는 단순합니다. 분열이라는 단어가 만들어 낸 이미지가 환자를 병원에서 멀어지게 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 이름은 1908년 오이겐 블로일러가 붙였습니다. 그가 가리킨 분열은 인격의 분열이 아니라 사고와 감정과 의지가 서로 어긋나는 상태였는데, 대중은 그 단어를 다중인격으로 읽었습니다. 유병률은 인구의 1% 이하로 추정되며 최근 연구들은 그보다 낮은 값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눈에 띄는 증상과 삶을 좌우하는 증상
증상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없어야 할 것이 더해진 양성 증상은 환각과 망상, 와해된 언어처럼 눈에 띄고 드라마에도 자주 나옵니다. 있어야 할 것이 빠진 음성 증상은 감정 표현의 둔화, 의욕 상실, 말수 감소, 사회적 위축처럼 조용해서 게으름으로 오해받습니다. 여기에 주의와 작업기억, 실행기능의 저하 같은 인지 증상이 따라붙습니다.
역설적인 부분이 여기 있습니다. 치료의 극적인 장면은 양성 증상에서 나오는데, 장기적으로 학업과 취업과 관계를 좌우하는 것은 대체로 음성 증상과 인지 증상입니다. 그리고 경과는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한 번의 삽화 이후 오래 안정적으로 지내는 사람이 있고, 재발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으며,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람도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시가 발병 이후 수십 년에 걸쳐 학문 활동으로 돌아간 사례는 예외적이지만, 회복이라는 단어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도파민 가설, 그리고 그 수정
1952년 프랑스에서 수술용 진정제로 쓰이던 클로르프로마진이 정신과 병동에 들어오면서 이 분야의 지형이 바뀝니다. 이 약이 왜 듣는지 추적해 보니 도파민 D2 수용체를 차단하고 있었고, 반대로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암페타민을 과량 쓰면 환각과 망상이 나타난다는 관찰이 겹쳤습니다. 도파민 과잉이 조현병의 원인이라는 가설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그림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첫째, D2 차단제는 양성 증상에는 잘 듣지만 음성 증상과 인지 증상에는 힘을 쓰지 못합니다. 둘째, 치료 저항 사례에 가장 효과적인 클로자핀은 오히려 D2 친화도가 낮습니다. 셋째, 약을 투여하면 수용체는 몇 시간 안에 차단되는데 증상 호전은 몇 주가 걸립니다. 지금의 그림은 훨씬 복잡합니다. 뇌 영역마다 도파민 이상의 방향이 다르고, 시냅스 이전 단계의 도파민 합성 능력 변화가 더 일관되게 관찰되며, 글루타메이트 신경전달의 이상을 함께 보는 가설이 나란히 검토되고 있습니다. 도파민 가설은 폐기된 것이 아니라 좁혀지고 다듬어졌습니다.
유전과 환경은 나눌 수 없습니다
쌍둥이 연구에서 유전자를 100%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의 발병 일치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 숫자 하나가 두 방향을 동시에 말해 줍니다. 유전의 기여가 상당히 크다는 것, 그리고 유전만으로는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관여하는 유전 변이는 수백 개 이상으로 각각의 기여는 작습니다.
환경 쪽에서 반복 보고되는 요인으로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경험, 이주민 지위, 아동기 역경, 그리고 청소년기의 고효능 대마초 사용이 있습니다. 여기서 조심할 지점이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상관 연구에서 나온 결과이고, 발병 전조 상태가 원인으로 보이는 행동을 낳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대마초의 경우 용량에 따라 위험이 올라간다는 자료가 인과를 시사하지만, 대마초가 조현병을 만든다고 단정하기보다 취약한 사람에게서 발병 시점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보는 편이 현재 근거에 맞습니다.
폭력이라는 오해, 그리고 회복
사건 보도에 정신질환 이력이 언급되면 인과처럼 읽힙니다. 통계는 다른 그림을 보여 줍니다. 조현병이 있는 사람의 절대다수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으며, 사회 전체 폭력범죄에서 이 진단으로 설명되는 몫은 아주 작은 비율입니다. 위험이 올라가는 조건은 비교적 좁게 확인되는데, 물질 사용이 동반되고 치료가 끊긴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방향을 뒤집어 보면 더 중요한 사실이 나옵니다. 조현병이 있는 사람은 가해자가 되기보다 폭력과 착취의 피해자가 될 위험이 더 높습니다.
낙인의 대가는 통계로도 잡힙니다. 첫 증상에서 치료 시작까지의 기간이 길수록 예후가 나쁜 경향이 반복 보고되는데, 그 지연을 만드는 가장 큰 힘 중 하나가 병원에 가면 낙인이 찍힌다는 두려움입니다. 오늘 다룬 내용은 진단이 아니라 지도입니다. 다만 이 지도가 하나라도 하는 일이 있다면, 누군가 병원 문 앞에서 망설이는 시간을 줄이는 일이면 좋겠습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병명을 바꾸는 일이 낙인을 실제로 줄일 수 있을까요? 이름이 바뀌어도 사람들의 이미지가 새 이름으로 옮겨 붙는다면, 낙인을 줄이는 다른 지렛대는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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