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지 / 심리학 / 심리학의 탄생과 방법 3강. 뇌 사진은 무엇을 보여주나

심리학의 탄생과 방법 3강. 뇌 사진은 무엇을 보여주나

죽은 연어를 스캐너에 넣었더니 뇌가 반응했습니다. 그 황당한 결과가 뇌 영상 연구의 통계를 바꿔 놓았습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이 실제로 측정하는 것은?
fMRI의 신호는 혈중 산소 농도에 의존하는 값이어서, 활동한 부위로 혈류가 몰리며 생기는 자기적 변화를 잡아냅니다. 전기 신호를 직접 재는 것은 뇌파나 세포 기록이고, 회백질 부피는 구조 영상이 다루는 별개 측정치입니다.

스캐너는 생각이 아니라 피를 봅니다

머리에 불이 켜진 그림은 마치 생각이 그 자리에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실제 과정은 훨씬 우회적입니다. 어떤 부위의 신경세포가 활발해지면 그쪽으로 혈류가 몰리고, 산소를 실은 헤모글로빈과 산소를 내려놓은 헤모글로빈의 비율이 달라지면서 자기 성질이 바뀝니다. fMRI는 그 자기적 차이를 잡습니다. 그러니까 화면의 색은 활동량이 아니라 혈류 변화의 추정치이고, 그것도 수 초 뒤에야 정점에 이르는 느린 신호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보는 알록달록한 지도는 원본이 아니라 두 조건의 차이를 통계 검정한 결과에 색을 입힌 것입니다. 무엇에서 무엇을 뺐는지 모르면 그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해상도의 성격도 장비마다 다릅니다. fMRI는 밀리미터 단위로 위치를 잘 짚는 대신 시간을 초 단위로 뭉뚱그리고, 뇌파(EEG)는 밀리초를 따라가는 대신 신호가 어디서 왔는지를 흐릿하게 남깁니다.

뒤집어 읽으면 안 되는 이유

여기서 가장 흔한 오류가 나옵니다. 어떤 과제에서 섬엽이 활성화되었으니 참가자가 혐오를 느꼈다고 결론짓는 식이죠. 이것을 역추론(reverse inference)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하나의 뇌 영역이 한 가지 기능만 맡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섬엽은 혐오뿐 아니라 통증, 신체 감각, 위험 예측 같은 여러 과제에서 두루 켜집니다. 활성화에서 심리 상태로 거꾸로 건너가려면 그 영역이 다른 과제에서는 얼마나 자주 켜지는지를 함께 알아야 하는데, 논문의 그림만으로는 그 정보가 없습니다. 뇌 지도는 어떤 조건에서 무엇이 켜지는지를 알려 줄 뿐, 켜진 것을 보고 마음을 되짚는 사전이 아닙니다.

죽은 연어가 통과한 검정

2009년에 한 연구진이 시장에서 사 온 죽은 대서양 연어를 스캐너에 넣고, 사람들의 표정 사진을 보여 주며 감정을 판단하라는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물론 연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흔히 쓰이던 방식대로 다중비교를 보정하지 않고 분석하자, 연어의 뇌 안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반응 영역이 나왔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뇌 전체를 수만 개의 작은 부피 단위로 쪼개 각각 검정하면, 유의수준을 5퍼센트로 잡아도 우연히 걸리는 것이 수천 개씩 생깁니다. 이 연구는 2012년 이그노벨상을 받았고, 그보다 중요하게는 보정 없는 전뇌 분석을 부끄러운 일로 만들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관심 영역을 먼저 결과로 고른 뒤 그 영역에서 상관을 다시 계산하는 순환 분석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표본 크기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 문제였습니다. 뇌 활동과 성격이나 인지 능력의 관계를 찾는 연구는 수십 명 규모에서 크고 선명한 상관을 보고해 왔는데, 수천 명 규모의 자료로 다시 계산하자 그 상관은 훨씬 작아졌습니다.

망가진 뇌가 가르쳐 준 것

영상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가장 단단한 증거를 준 것은 손상 연구였습니다. 1953년 간질 치료를 위해 양쪽 내측 측두엽을 절제한 환자 H.M.은 그 뒤로 새로운 사실을 기억으로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거울을 보며 도형을 따라 그리는 과제에서는 날마다 실력이 늘었습니다. 자기가 그 과제를 해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로요. 기억이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체계로 나뉘어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반면 유명세로 치면 압도적인 필리어스 게이지의 사례는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쇠막대가 앞이마를 관통한 뒤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극적인 서사는 후대에 살이 붙은 부분이 많고, 사료를 다시 검토한 연구들은 그가 상당히 회복해 오래 일했다는 기록을 지적합니다.

뇌 사진이 붙으면 더 그럴듯해 보입니다

설명 옆에 뇌 이미지나 신경과학 용어를 붙이면 사람들이 그 설명을 더 신뢰한다는 연구가 널리 인용되어 왔습니다. 다만 이 효과 역시 후속 복제에서 크기가 줄거나 조건에 따라 갈리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니, 확립된 법칙처럼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확실한 쪽은 이것입니다. 뇌 영역 이름이 붙었다고 심리 현상이 더 설명된 것은 아닙니다. 우울이 특정 부위의 활동과 관련된다는 보고는 그 부위가 우울의 원인이라는 뜻도, 다른 설명 층위가 필요 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뇌의 구조 자체는 신경과학 쪽에서 따로 다룹니다(신경과학).

인출 문제

문제 1. fMRI 그림에서 특정 부위가 밝게 표시되었다는 것의 의미로 가장 정확한 것은?
영상 지도는 절대적 활동량이 아니라 조건 간 차이를 검정한 결과에 색을 입힌 것입니다. 전담 중추 여부나 구조적 부피는 이 분석이 답할 수 있는 물음이 아닙니다.
문제 2. 역추론의 오류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진술은?
조건에서 활성화로 가는 방향은 실험이 직접 보여 주지만, 활성화에서 심리 상태로 거꾸로 가려면 그 영역이 다른 과제에서 얼마나 자주 켜지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여러 기능을 공유하는 영역일수록 이 되짚기는 근거가 약해집니다.
문제 3. 죽은 연어 연구가 겨냥한 방법론적 문제는?
죽은 연어에서도 유의한 영역이 나온 것은 검정 횟수가 워낙 많아 우연한 양성이 대량으로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시연 이후 보정 없는 전뇌 분석은 표준에서 밀려났습니다.
문제 4. 환자 H.M.의 사례가 기억 연구에 남긴 핵심 결론은?
H.M.은 자신이 과제를 해 봤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거울 그리기 실력은 날마다 늘었습니다. 두 체계가 함께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 기억의 분리를 보여 준 결정적 증거입니다.

이전: 심리학의 탄생과 방법 2강 · 다음: 심리학의 탄생과 방법 4강

모던지 · 궁금하면 모던지 GitHub ·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