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탄생과 방법 3강. 뇌 사진은 무엇을 보여주나
죽은 연어를 스캐너에 넣었더니 뇌가 반응했습니다. 그 황당한 결과가 뇌 영상 연구의 통계를 바꿔 놓았습니다.
풀고 시작
스캐너는 생각이 아니라 피를 봅니다
머리에 불이 켜진 그림은 마치 생각이 그 자리에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실제 과정은 훨씬 우회적입니다. 어떤 부위의 신경세포가 활발해지면 그쪽으로 혈류가 몰리고, 산소를 실은 헤모글로빈과 산소를 내려놓은 헤모글로빈의 비율이 달라지면서 자기 성질이 바뀝니다. fMRI는 그 자기적 차이를 잡습니다. 그러니까 화면의 색은 활동량이 아니라 혈류 변화의 추정치이고, 그것도 수 초 뒤에야 정점에 이르는 느린 신호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보는 알록달록한 지도는 원본이 아니라 두 조건의 차이를 통계 검정한 결과에 색을 입힌 것입니다. 무엇에서 무엇을 뺐는지 모르면 그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해상도의 성격도 장비마다 다릅니다. fMRI는 밀리미터 단위로 위치를 잘 짚는 대신 시간을 초 단위로 뭉뚱그리고, 뇌파(EEG)는 밀리초를 따라가는 대신 신호가 어디서 왔는지를 흐릿하게 남깁니다.
뒤집어 읽으면 안 되는 이유
여기서 가장 흔한 오류가 나옵니다. 어떤 과제에서 섬엽이 활성화되었으니 참가자가 혐오를 느꼈다고 결론짓는 식이죠. 이것을 역추론(reverse inference)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하나의 뇌 영역이 한 가지 기능만 맡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섬엽은 혐오뿐 아니라 통증, 신체 감각, 위험 예측 같은 여러 과제에서 두루 켜집니다. 활성화에서 심리 상태로 거꾸로 건너가려면 그 영역이 다른 과제에서는 얼마나 자주 켜지는지를 함께 알아야 하는데, 논문의 그림만으로는 그 정보가 없습니다. 뇌 지도는 어떤 조건에서 무엇이 켜지는지를 알려 줄 뿐, 켜진 것을 보고 마음을 되짚는 사전이 아닙니다.
죽은 연어가 통과한 검정
2009년에 한 연구진이 시장에서 사 온 죽은 대서양 연어를 스캐너에 넣고, 사람들의 표정 사진을 보여 주며 감정을 판단하라는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물론 연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흔히 쓰이던 방식대로 다중비교를 보정하지 않고 분석하자, 연어의 뇌 안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반응 영역이 나왔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뇌 전체를 수만 개의 작은 부피 단위로 쪼개 각각 검정하면, 유의수준을 5퍼센트로 잡아도 우연히 걸리는 것이 수천 개씩 생깁니다. 이 연구는 2012년 이그노벨상을 받았고, 그보다 중요하게는 보정 없는 전뇌 분석을 부끄러운 일로 만들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관심 영역을 먼저 결과로 고른 뒤 그 영역에서 상관을 다시 계산하는 순환 분석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표본 크기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 문제였습니다. 뇌 활동과 성격이나 인지 능력의 관계를 찾는 연구는 수십 명 규모에서 크고 선명한 상관을 보고해 왔는데, 수천 명 규모의 자료로 다시 계산하자 그 상관은 훨씬 작아졌습니다.
망가진 뇌가 가르쳐 준 것
영상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가장 단단한 증거를 준 것은 손상 연구였습니다. 1953년 간질 치료를 위해 양쪽 내측 측두엽을 절제한 환자 H.M.은 그 뒤로 새로운 사실을 기억으로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거울을 보며 도형을 따라 그리는 과제에서는 날마다 실력이 늘었습니다. 자기가 그 과제를 해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로요. 기억이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체계로 나뉘어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반면 유명세로 치면 압도적인 필리어스 게이지의 사례는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쇠막대가 앞이마를 관통한 뒤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극적인 서사는 후대에 살이 붙은 부분이 많고, 사료를 다시 검토한 연구들은 그가 상당히 회복해 오래 일했다는 기록을 지적합니다.
뇌 사진이 붙으면 더 그럴듯해 보입니다
설명 옆에 뇌 이미지나 신경과학 용어를 붙이면 사람들이 그 설명을 더 신뢰한다는 연구가 널리 인용되어 왔습니다. 다만 이 효과 역시 후속 복제에서 크기가 줄거나 조건에 따라 갈리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니, 확립된 법칙처럼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확실한 쪽은 이것입니다. 뇌 영역 이름이 붙었다고 심리 현상이 더 설명된 것은 아닙니다. 우울이 특정 부위의 활동과 관련된다는 보고는 그 부위가 우울의 원인이라는 뜻도, 다른 설명 층위가 필요 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뇌의 구조 자체는 신경과학 쪽에서 따로 다룹니다(신경과학).
인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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