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과 발달 4강. 애착: 첫 관계가 남기는 것
배고픈 새끼 원숭이도, 젖이 나오는 철사 어미가 아니라 아무것도 주지 않는 헝겊 어미에게 매달렸습니다.
풀고 시작
헝겊 어미
1950년대 해리 할로의 실험실은 지금 보면 마음이 편치 않은 장면으로 가득합니다. 어미와 떨어진 새끼 붉은털원숭이 앞에 두 개의 대리모가 놓입니다. 하나는 철사로 만들어졌지만 젖병이 달려 있고, 다른 하나는 부드러운 천으로 감쌌지만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당시의 지배적 설명은 애착이 배고픔 해소와 짝지어진 이차적 결과라는 것이었으니, 예측은 철사 어미였습니다.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새끼는 하루의 대부분을 헝겊 어미에게 매달렸고, 낯선 물체를 넣어 겁을 주면 헝겊 어미에게 달려가 안겼다가 거기서부터 다시 방을 탐색했습니다. 애착 대상은 먹이 공급처가 아니라 불안할 때 돌아갈 안전 기지였습니다. 다만 이 연구가 남긴 것은 지식만이 아닙니다. 격리 조건에 놓인 개체들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이 실험은 오늘날의 동물 실험 윤리 기준으로는 승인되기 어려우며 실제로 동물복지 논쟁을 키운 계기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볼비가 뒤집은 순서
영국의 정신과 의사 존 볼비(1907~1990)는 비행 청소년과 전쟁 중 부모와 헤어진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비슷한 결론에 닿습니다. 아기가 울고 매달리고 따라다니는 행동은 응석이 아니라 포식자가 있는 환경에서 보호자를 곁에 붙들어 두도록 진화한 행동 체계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 반복된 경험이 관계에 대한 기대의 틀, 즉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로 굳어져 이후의 관계에 쓰인다고 보았습니다.
초기의 볼비는 여기서 더 나갔습니다. 생애 초기 특정 시기에 어머니와의 연속적 관계가 끊기면 회복이 어렵다는 모성 박탈 주장이었죠. 이 강한 형태는 이후 연구에서 상당히 완화되었습니다.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이 좋은 양육 환경으로 옮겨간 뒤 상당한 회복을 보인 자료들이 쌓였고, 결정적 시기라는 표현은 민감기라는 더 느슨한 말로 대체되었습니다.
낯선 방에서 드러나는 것
볼비의 이론을 측정 가능한 절차로 만든 사람은 메리 에인즈워스입니다. 낯선 상황(Strange Situation)이라 불리는 20분짜리 절차에서, 아기는 낯선 방에서 양육자와 분리되었다가 재회합니다. 핵심은 분리 순간의 울음이 아니라 재회 순간의 행동입니다.
| 유형 | 재회 장면의 특징 |
|---|---|
| 안정 | 다가가 위로를 구하고 진정된 뒤 다시 놉니다 |
| 회피 | 무심한 듯 외면하지만 생리적 각성 지표는 높게 보고됩니다 |
| 저항 | 매달리면서 동시에 화를 내고 잘 진정되지 않습니다 |
| 혼란 | 얼어붙거나 모순된 행동이 뒤섞여 나타납니다 |
혼란 유형은 1980년대에 메리 메인과 주디스 솔로몬이 나머지 셋에 들어맞지 않는 사례들을 모아 추가한 범주입니다. 여기서 강조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유형은 아이에게 붙이는 성격표가 아니라, 특정 절차에서 관찰된 그 관계의 패턴입니다. 같은 아이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다른 유형을 보이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평생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대중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크게 앞서 나갑니다. 생후 1년의 애착이 평생의 연애와 직장 생활을 결정한다는 식이죠. 종단 연구가 말하는 것은 훨씬 조심스럽습니다. 영아기 애착과 성인기 애착 표상 사이의 연속성을 모은 메타분석은 관련이 있되 그 크기가 중간 이하이고 시간이 갈수록 약해진다고 보고했습니다. 유형이 바뀐 사례들을 예측한 것은 타고난 기질보다 부모의 상실, 가족의 질병, 심한 스트레스 같은 환경의 변화였습니다. 애착 안정과 이후 사회적 유능성의 관련 역시 메타분석에서 작음에서 중간 정도로 나타납니다.
방법론적인 단서도 하나 붙습니다. 자료를 보면 애착은 서로 배타적인 네 상자라기보다 연속적인 차원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회피형이라고 이름 붙이고 관계의 실패를 거기에 귀속시키는 방식은 근거보다 과합니다. 애착 유형은 진단명이 아니고, 이 강의 역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관계의 어려움이 일상을 흔든다면 전문가와 함께 보는 편이 낫습니다.
낯선 상황은 어디서나 같은 뜻일까요
1988년 판 에이젠도른과 크로넨베르흐는 여러 나라의 낯선 상황 연구를 모아 비교했습니다. 독일 표본에서는 회피로 분류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일본과 이스라엘 표본에서는 저항 비율이 높게 나왔습니다. 독일 쪽에서는 이른 독립을 권하는 양육 규범이, 일본 쪽에서는 어머니와 아기가 떨어지는 일 자체가 드문 일상이 배경으로 지목됐죠. 그런데 이 연구가 함께 강조한 결론이 더 중요합니다. 나라 사이의 차이보다 같은 나라 안의 개인차가 더 컸습니다.
그래서 낯선 상황을 문화를 넘어 그대로 옮길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분리에 무심해 보이는 아기가 정말 회피적인지, 아니면 그 절차가 그 문화의 일상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지를 함께 물어야 하니까요. 다음 과목에서는 이런 개인차를 성격이라는 더 넓은 틀에서 다룹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애착 유형이라는 말이 자기 이해를 돕는 도구가 되는 순간과, 변화를 포기하는 핑계가 되는 순간은 무엇으로 갈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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