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과 개인차 2강. 성격을 다섯 축으로
성격의 지도는 실험실이 아니라 사전에서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부르던 단어들이 다섯 덩어리로 뭉쳤죠.
풀고 시작
사전 한 권에서 캐낸 성격의 지도
1936년, 올포트와 오드버트는 영어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으며 사람을 묘사하는 단어를 모두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나온 목록이 1만 8천 개에 가까웠습니다. 이 무모해 보이는 작업의 배후에는 어휘 가설이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차이 중 삶에 중요한 것은 결국 언어에 단어로 새겨진다는 전제죠.
캐텔이 이 목록을 압축해 16개 요인을 제안했고, 1961년 투프스와 크리스털이 공군 자료를 다시 분석하다가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표본을 바꾸고 평정자를 바꿔도 같은 다섯 덩어리가 계속 튀어나온 것입니다. 노먼이 이를 재현했고, 골드버그가 1980년대에 다섯 요인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코스타와 매크레이가 검사 도구로 다듬으면서 오늘의 표준이 됐습니다.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증 다섯 축입니다.
다섯 축은 무엇을 얼마나 예측하나
가장 튼튼한 결과는 성실성에서 나옵니다. 여러 직종을 아우른 메타분석에서 성실성은 직무 수행을 일관되게 예측했고,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수명과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성실한 사람이 흡연을 덜 하고 치료 지시를 잘 지키는 행동이 누적된 결과라고 해석합니다. 다만 이 관계는 모두 관찰 자료에서 얻은 상관이어서, 성실성 점수를 끌어올리면 성과나 수명이 따라 오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신경증은 우울과 불안의 위험을, 우호성은 대인 갈등을 예측합니다. 여기서 신경증 점수가 높다는 것은 진단이 아니라 통계적 위험을 가리키는 표현이어서, 그 자체로 병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크기 감각입니다. 이런 상관은 대체로 .2에서 .3 사이입니다. 한 사람의 미래를 맞히기에는 턱없이 작죠. 성실성 점수가 높다고 그 지원자가 반드시 잘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다만 수만 명의 채용이나 수십 년의 건강처럼 누적되는 판단에서는 이 정도 크기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운명을 말하는 도구가 아니라 집단의 경향을 말하는 도구라는 뜻입니다.
다섯은 어디서나 다섯인가
교차문화 연구는 대체로 우호적입니다. 여러 언어권에서 비슷한 다섯 구조가 반복해 나왔죠. 그런데 반례도 있습니다. 볼리비아의 소규모 자급 사회 치마네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다섯 요인 구조가 재현되지 않았고, 더 단순한 두 개의 축이 나타났습니다. 산업화된 사회의 문해 집단에서 얻은 구조가 인류 보편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호입니다.
축의 개수 자체도 논쟁 중입니다. 애슈턴과 리는 여러 언어의 어휘 연구에서 정직-겸손이라는 여섯 번째 축이 반복해 나타난다며 HEXACO 모형을 제안했습니다. 다섯이라는 숫자는 자연의 상수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자료를 가장 잘 요약하는 잠정적 합의에 가깝습니다.
MBTI는 왜 학계에서 취약한가
MBTI는 융의 유형론을 바탕으로 캐서린 브릭스와 이저벨 마이어스 모녀가 만든 검사입니다. 문제는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세 가지 기술적 결함에 있습니다.
첫째, 재검사 신뢰도입니다. 몇 주 뒤 다시 검사하면 네 글자 중 하나 이상이 바뀌는 사람이 상당한 비율로 나온다는 보고가 반복됐습니다. 성격이 몇 주 만에 바뀐 것이 아니라 측정이 흔들린 것이죠. 둘째, 유형론 자체의 문제입니다. 사람들의 점수는 두 봉우리로 갈라지지 않고 가운데가 두꺼운 하나의 분포를 이룹니다. 그 한가운데를 잘라 E와 I로 나누면, 경계 바로 양옆의 두 사람은 서로보다 각자의 반대편 극단과 더 닮았는데도 정반대 이름표를 답니다. 셋째, 네 지표는 5요인의 네 축과 상당히 겹치지만 신경증에 해당하는 축이 아예 없습니다. 정신건강과 가장 관련이 깊은 정보를 통째로 버리는 셈이죠.
그런데 왜 다들 맞다고 느낄까
1949년 심리학자 포러는 학생들에게 개인별 성격 진단 결과라며 종이를 나눠 줬습니다. 학생들은 5점 만점에 평균 4.2점 이상으로 정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받은 종이는 똑같은 한 장이었고, 내용은 점성술 책에서 오려 붙인 문장들이었습니다. "당신은 겉으로는 자신 있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불안할 때가 있습니다" 같은 문장이었죠.
이것이 바넘 효과입니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모호하고 대체로 호의적인 묘사를 자신만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입니다. 성격 유형 설명이 소름 돋게 맞는 느낌은 검사의 타당도가 아니라 문장의 구조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다음 강에서는 훨씬 예측력이 강하지만 그만큼 오용의 역사도 긴 개인차, 지능을 다룹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MBTI가 과학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사람들이 계속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검사의 타당도와 별개로 그 언어가 수행하는 사회적 기능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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