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기초 1강. 악법도 법일까요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문장은 오랫동안 법 교과서의 첫 장을 지켰습니다.
풀고 시작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플라톤의 『크리톤』에는 사형을 앞둔 소크라테스에게 친구가 탈옥을 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소크라테스는 거절하죠. 그런데 그가 든 이유는 법이 나쁘더라도 법이니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아테네의 법률을 사람처럼 등장시켜 대화를 나눕니다. 이 도시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평생 떠나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마음에 드는 판결만 골라 받겠다면 그것은 스스로 맺어 온 약속을 배신하는 일이라는 것이죠. 논점은 법의 절대성이 아니라 동의와 일관성이었습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문장 자체는 그 대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것은 후대의 요약이 교과서를 거치며 표어로 굳어진 결과이고, 한국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서술을 교과서에서 걷어내도록 권고한 일까지 있었습니다. 한 문장의 각색이 수십 년간 법에 대한 감각을 지배한 셈입니다.
나치가 남기고 간 숙제
1958년 하버드 로 리뷰 지면에서 두 법학자가 맞붙습니다. 소재는 전후 독일 법정에 올라온 난처한 사건들이었습니다. 나치 시절 한 여성이 남편이 정권을 험담했다고 당국에 신고했고 남편은 중형을 받았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이번에는 그 여성이 피고인석에 섰습니다. 문제는 신고하던 당시에는 그 행위를 허용하는 규정이 실제로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하트(H. L. A. Hart)의 답은 이렇습니다. 그 규정은 유효한 법이었고, 다만 지독히 부정의한 법이었을 뿐입니다. 법이 있다는 사실과 그 법이 옳다는 판단은 분리해야 합니다. 부정의한 규범을 아예 법이 아니라고 선언해 버리면, 뒤집어서 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언제나 옳다는 착각으로 되돌아가기 쉽기 때문이죠. 차라리 이것은 법이지만 너무 사악하므로 따르지 않겠다고 말하는 편이 정직하고 강합니다. 처벌이 필요하다면 소급입법이라는 대가를 공개적으로 치르라는 것이 그의 제안이었습니다.
풀러(Lon Fuller)는 정반대에 섰습니다. 법은 사람의 행동을 규칙으로 이끄는 사업이며, 그 사업이 성립하려면 최소한의 형식 조건이 필요합니다. 규칙이 공포되어 있을 것, 소급하지 않을 것, 이해할 수 있을 것, 서로 모순되지 않을 것, 지킬 수 있는 것만 요구할 것, 공표된 대로 집행될 것 같은 조건들입니다. 그는 이것을 법의 내적 도덕이라 불렀습니다. 비밀 명령과 소급 처벌로 이 조건을 무너뜨린 체제라면 애초에 법의 자격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죠. 앞서 1946년 독일의 라드브루흐는 실정법의 부정의가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면 그것은 법이 아니라 법의 탈을 쓴 폭력이라는 공식을 남겼습니다. 두 사람 모두 나치를 옹호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갈린 것은 법이라는 단어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였습니다.
법전의 나라와 판례의 나라
같은 질문에 세계는 두 갈래로 답해 왔습니다.
| 구분 | 대륙법(civil law) | 영미법(common law) |
|---|---|---|
| 뿌리 | 로마법과 근대의 법전 편찬 | 중세 잉글랜드 왕립 법원의 판결 축적 |
| 으뜸 법원 | 체계적으로 편찬된 법전 | 쌓인 판례와 선례구속 원칙 |
| 판사의 자리 | 법전을 사안에 적용하는 해석자 | 선례를 잇고 갱신하는 형성자 |
| 사고의 방향 | 일반 원칙에서 사안으로 내려옵니다 | 사안에서 원칙을 끌어올립니다 |
한국은 독일과 일본을 거쳐 들어온 대륙법 계통입니다. 그래서 민법전과 형법전이 사고의 출발점이 되죠. 다만 헌법재판이나 형사절차의 여러 장치처럼 영미에서 온 요소가 함께 작동하고 있어서, 오늘날 두 계통을 순수하게 나누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법의 이름을 얻는가
한국에서 법의 형식은 위계를 이룹니다. 맨 위에 헌법이 있고 그 아래에 국회가 만든 법률, 다시 그 아래에 대통령령과 부령 같은 행정입법, 지방의회의 조례가 놓입니다. 아래 단계는 위 단계를 어길 수 없고, 어겼는지를 다투는 절차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성문법이 침묵할 때를 대비한 장치도 있습니다. 민법은 민사에 관해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따르고 관습법도 없으면 조리에 따른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관습법은 사람들이 오래 지켜 왔고 법으로 여긴다는 확신이 쌓였을 때 인정되는 보충적 법원입니다.
판례는 어떨까요. 대륙법 계통인 한국에서 판례는 형식적으로는 법이 아닙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한 번 정한 해석은 이후 재판을 사실상 강하게 구속하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조문만 읽고 결론을 내리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 강의를 포함해 여기서 다루는 내용은 제도의 뼈대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 상식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자기 사건을 판단할 때는 조문과 판례를 함께 읽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법에 복종할 의무가 어디에서 나오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은 정치철학에서 이어집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어떤 법이 견딜 수 없이 부정의하다고 느낄 때, 그것을 법이 아니라고 부르는 편과 나쁜 법이라고 부르며 불복종을 선언하는 편 중 어느 쪽이 그 법에 더 큰 타격을 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