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의 기초 3강.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무엇이 다른가
두 제도를 가르는 질문은 딱 하나입니다. 행정부의 목숨줄을 의회가 쥐고 있는가, 아니면 유권자가 정한 임기가 쥐고 있는가.
풀고 시작
갈라지는 지점은 신임입니다
두 제도를 나누는 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행정부가 어디에서 태어나고 어떻게 죽는가입니다. 의원내각제에서 총리는 의회 다수의 지지로 자리에 오르고, 그 지지가 사라지면 불신임으로 물러납니다. 기원과 존속이 모두 의회에 묶여 있는 구조죠.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의회와 별도로 선출되고 정해진 임기를 채웁니다. 의회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임기 중에는 원칙적으로 끌어내릴 수 없습니다. 탄핵이라는 예외가 있지만 이것은 정치적 신임을 묻는 절차가 아니라 위법 여부를 따지는 절차여서 불신임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여기서 각 제도의 장단점이 곧바로 따라 나옵니다. 대통령제는 임기가 고정되어 있어 정국이 안정적이고, 유권자가 행정부 수반을 직접 고르니 책임 소재가 분명합니다. 대신 의회 다수와 대통령의 소속이 엇갈리면 교착이 길어지고, 그 교착을 임기 안에 해소할 제도적 출구가 없습니다. 의원내각제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한 몸이라 법안 처리가 빠르고, 정부가 실패하면 선거를 기다리지 않고 교체할 수 있습니다. 대신 다당제에서 연립이 깨지면 정부가 자주 바뀌고, 유권자가 뽑은 것은 정당이지 총리 개인이 아니라서 책임의 주소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제3의 길, 이원집정부제
두 제도를 섞은 형태가 이원집정부제입니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과 의회의 신임을 받는 총리가 행정권을 나눠 갖는 구조죠. 뒤베르제가 1980년에 반대통령제라는 이름으로 이 유형을 정리했고, 1958년 출범한 프랑스 제5공화국이 가장 자주 인용되는 사례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제도가 대통령의 소속 정당과 의회 다수가 엇갈릴 때 보이는 반응입니다. 프랑스는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다른 진영에서 나온 시기를 여러 차례 겪었고, 이를 동거정부라고 부릅니다. 대통령제라면 교착이 되었을 상황을 권한 분담으로 넘긴 것이죠. 다만 이 유형에는 권한 경계가 헌법 조문만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이 내정은 총리가 맡는다는 식의 관행이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관행이 얇은 나라에서는 두 수반의 충돌이 곧 헌정 위기가 됩니다.
린츠의 경고와 그에 대한 반론
1990년 후안 린츠는 대통령제의 위험이라는 논문에서 도발적인 주장을 내놓습니다. 대통령제가 의원내각제보다 민주주의 붕괴에 취약하다는 것이죠. 근거는 네 가지였습니다. 대통령과 의회가 각각 국민에게 선출되어 둘 다 국민의 대표라고 주장할 수 있는 이중 정통성, 한 자리를 놓고 겨루므로 아깝게 진 쪽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승자독식, 실패한 대통령도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경직성, 정당 경력 없이 개인기로 최고 권력에 올라오는 통로가 열려 있다는 점입니다.
반론도 곧바로 나왔습니다. 슈가트와 케어리는 1992년 저작에서 대통령제라고 다 같지 않으며, 대통령의 입법 권한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위험이 크게 달라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셰이부브(Cheibub)는 2007년 연구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를 겁니다. 대통령제 국가들이 우연히도 군부 개입 경험이 많은 지역에 몰려 있어서, 붕괴의 원인이 제도인지 그 나라들이 공유한 역사인지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통제하고 나면 제도 자체의 효과는 크게 줄어듭니다. 지금 학계의 대체적 정리는 이렇습니다. 대통령제 자체가 사망 선고는 아니지만, 파편화된 다당제와 결합했을 때 교착의 위험이 눈에 띄게 커진다는 것이죠.
제도는 결과의 절반만 설명합니다
권력의 수직 배치도 체제를 가릅니다. 연방제는 주나 지방에 헌법이 보장하는 고유 권한을 주어 중앙이 마음대로 회수하지 못하게 하고, 단방제는 지방의 권한이 중앙 법률에서 나옵니다. 연방제는 다양한 지역과 언어와 종교를 한 나라 안에 담는 데 유리하고, 정책 실험이 지역 단위로 이뤄져 비교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반대로 전국적 대응이 필요한 위기에서 손발이 안 맞고, 지역 간 재정 격차가 굳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남습니다. 같은 제도가 나라마다 다른 결과를 냅니다. 대통령제 헌법 조문이 같아도 정당이 규율 있게 뭉쳐 있는지, 선거제도가 몇 개의 정당을 살려 두는지, 사법부가 실제로 독립적인지에 따라 작동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도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 나라의 갈등 구조가 특정 제도를 고르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늘 있어서, 제도와 결과의 상관을 곧바로 인과로 읽으면 위험합니다. 다음 강에서는 이 제도들이 실제로 무너질 때 어떤 경로를 밟는지 살펴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한 나라에 잘 맞는 제도를 다른 나라에 그대로 옮겨 심으면 같은 결과가 나올까요. 제도를 이식할 때 함께 옮겨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무엇일지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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