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 2강. 인류는 도시 종이 되었습니다
수만 년 동안 인간은 흩어져 살았습니다. 그 습관이 깨진 것은 겨우 한 세대 전의 일입니다.
풀고 시작
도시화는 S자를 그리며 끝납니다
도시화율은 무한정 오르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아주 느리게 오르다가 산업화와 함께 가파르게 치솟고, 80퍼센트를 넘기면 다시 완만해지는 S자 곡선을 그립니다. 곡선이 눕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옮겨 갈 농촌 인구 자체가 바닥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 곡선을 세계에서 손꼽히게 급하게 통과한 나라입니다. 1960년만 해도 도시 거주 인구가 20퍼센트대였는데, 국토교통부의 도시계획 통계 기준으로 지금은 90퍼센트를 넘습니다. 서구가 150년에 걸쳐 겪은 이동을 반세기에 압축했으니, 도시가 겪을 문제도 함께 압축되었습니다. 주택은 늘 부족했고 기반 시설은 늘 뒤늦었죠. 도시화율이 높다는 것은 문제가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질문이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더 많은 사람을 어디에 담을 것인가에서, 이미 담긴 사람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로 넘어갑니다.
시카고에서 그린 세 장의 도시 지도
1920년대 시카고는 이민자가 밀려드는 실험실이었습니다. 사회학자 어니스트 버제스는 1925년 이 도시를 관찰해 동심원 모형을 내놓습니다. 한가운데 중심업무지구(CBD)가 있고, 그 바깥에 공장과 낡은 셋방이 뒤섞인 점이지대, 그다음 노동자 주거지, 중산층 주거지, 통근자 지대가 고리처럼 둘러싼다는 그림입니다.
곧 반론이 이어졌습니다. 호머 호이트는 1939년, 도시가 고리가 아니라 교통축을 따라 부채꼴로 뻗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철도와 간선도로를 따라 고급 주택지가 한 방향으로 길게 자란다는 것이죠. 1945년 해리스와 울먼은 한 걸음 더 나갑니다. 도시에는 중심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며, 공항과 대학과 공업지구가 각자 핵이 되어 성장한다는 다핵심 모형입니다.
| 모형 | 제안자 | 도시를 움직이는 힘 |
|---|---|---|
| 동심원 | 버제스(1925) | 도심에서 밖으로 밀려나는 침입과 계승 |
| 선형 | 호이트(1939) | 교통축을 따라 뻗는 지대의 방향성 |
| 다핵심 | 해리스와 울먼(1945) | 서로 끌고 밀어내는 여러 기능의 핵 |
세 모형 모두 20세기 중반 미국 도시가 원본입니다. 도심에 부유층이 남아 있는 유럽 도시나, 도심 바로 옆에 판자촌이 붙은 개발도상국 도시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이 모형들은 정답표가 아니라 도시를 볼 때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지 알려 주는 질문 목록으로 쓰입니다.
한 도시가 나라 전체를 삼킬 때
1939년 마크 제퍼슨은 나라마다 1위 도시가 2위 도시를 압도적으로 눌러 버리는 현상을 지적하고 종주도시(primate city)라 이름 붙였습니다. 태국이 대표적입니다. 방콕은 2위 도시와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크고, 정치와 금융과 대학이 그 한 점에 모여 있습니다.
비교 기준이 되는 것이 순위규모법칙입니다. 도시 규모가 순위에 반비례해 n위 도시는 1위의 약 1/n이 된다는 경험 규칙인데, 도시 체계가 여러 단계로 고르게 짜인 나라에서 잘 맞습니다. 종주도시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인재와 자본이 한곳에 모이면 규모의 이익이 생기니까요. 문제는 나머지 지역이 중간 규모 도시를 갖지 못해, 고향을 떠나는 사람에게 선택지가 수도 한 곳뿐이라는 데 있습니다.
산업 없이 도착한 도시화
교과서적 순서는 공장이 먼저 서고 사람이 따라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일자리보다 사람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이를 과도시화(over-urbanization)라 부르는데, 도시가 흡인해서가 아니라 농촌이 배출해서 벌어지는 이동입니다. 그 결과가 비공식 주거입니다. 유엔 해비타트는 도시 거주자 약 10억 명이 슬럼이나 비공식 정착지에 산다고 추정합니다.
여기서 해석이 정면으로 갈립니다. 마이크 데이비스는 2006년 『슬럼, 지구를 뒤덮다』에서 이를 성장에서 배제된 인구가 쌓인 구조적 재난으로 읽었습니다. 반면 건축가 존 터너는 1970년대부터, 가난한 사람이 직접 짓고 고쳐 나가는 집이야말로 형편에 맞게 진화하는 주거이며 정부가 할 일은 철거가 아니라 토지 보유권과 상하수도를 대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늘날 현지 개량(in-situ upgrading) 정책은 대체로 터너 쪽 손을 들어 준 결과이지만, 개량이 곧 지가 상승과 밀어내기로 이어지는 사례도 함께 보고됩니다. 도시가 사람의 관계에 무엇을 하는지는 사회학 서가의 도시와 공동체 강에서 이어집니다.
도시는 촘촘해야 하는가
1989년 뉴먼과 켄워시는 세계 여러 도시를 비교해, 밀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1인당 교통 연료 소비가 뚜렷하게 적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압축 도시(compact city) 논의의 출발점입니다. 걸어서 닿는 거리에 직장과 상점이 있으면 자동차가 덜 필요하고, 상하수도와 지하철 같은 기반 시설도 사람당 비용이 내려갑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밀도를 올려도 주택 공급이 따라오지 않으면 땅값과 임대료가 올라 정작 도심에서 일하는 사람이 밀려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혼잡과 소음, 녹지 부족도 실제 비용이죠. 교외화를 옹호하는 쪽은 넓은 집과 조용한 환경이 사람들이 실제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선택이 정말 자유로운 선택이었는지는 따져 볼 여지가 있습니다. 20세기 미국의 교외 확산은 고속도로 예산과 주택 담보 대출 제도, 용도지역제가 함께 만든 결과였습니다. 밀도는 취향의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도가 정해 온 변수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는 정책은 중간 규모 도시를 키우는 쪽과 수도권 성장을 억제하는 쪽으로 나뉩니다. 종주도시 논의를 참고할 때 두 접근은 어떤 조건에서 각각 유효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