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 3강. 공장은 왜 하필 거기 서는가
공장 자리는 사장의 취향이 아니라 무게와 거리의 계산이 정합니다. 적어도 한동안은 그랬습니다.
풀고 시작
공장 자리는 무게가 정합니다
알프레트 베버는 1909년 『공업 입지론』에서 놀랄 만큼 단순한 질문을 던집니다.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공장은 어디에 서야 할까요. 답은 총 운송비가 가장 적은 지점입니다. 원료 산지에서 공장까지 원료를 나르는 비용과 공장에서 시장까지 제품을 나르는 비용을 더해 그 합이 최소가 되는 자리를 찾는 것이죠.
이 계산을 한 숫자로 요약한 것이 원료 지수입니다. 국지 원료의 무게를 제품의 무게로 나눈 값인데, 1보다 크면 가공 중에 무게가 줄어드는 산업이라 원료 산지 쪽으로 끌립니다. 제련과 제당이 그렇습니다. 1보다 작으면 만들면서 무거워지는 산업이라 시장 쪽으로 끌립니다. 음료와 조립 산업이 여기에 듭니다.
베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운송비가 같은 지점을 이은 선을 그려 놓고, 다른 곳의 임금이 충분히 싸거나 여러 공장이 모여 얻는 이익이 충분히 크면 최소 운송비 지점을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임을 보였습니다. 뒤에 나올 집적 이야기의 씨앗이 이미 여기 심겨 있는 셈입니다.
농장은 도시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립니다
베버보다 80년 앞서, 독일 메클렌부르크에서 농장을 경영하던 요한 하인리히 폰 튀넨이 자기 회계 장부를 붙들고 같은 질문을 농업에 던졌습니다. 1826년의 『고립국』입니다. 평평한 땅 한가운데 도시 하나만 있다고 가정하면, 무엇을 어디에서 키우게 될까요.
답은 동심원이었습니다. 도시에 가장 가까운 고리에는 상하기 쉽고 운반비가 비싼 원예와 낙농이 들어섭니다. 그다음이 당시 연료였던 장작을 대는 임업이고, 더 바깥이 곡물, 가장 바깥이 스스로 걸어서 시장에 갈 수 있는 가축의 방목지입니다. 핵심은 땅의 비옥도가 아니라 거리가 만드는 지대의 차이였습니다. 같은 작물이라도 멀어질수록 운송비가 이익을 갉아먹으니, 어느 지점에서는 더 싼 다른 작물에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냉장과 트럭이 등장하면서 고리의 반지름은 대륙 규모로 늘어났지만, 논리 자체는 오늘날 도시 근교 농업에서 그대로 관찰됩니다.
상점의 개수는 육각형이 정합니다
발터 크리스탈러는 1933년 『남부 독일의 중심지들』에서 도시가 왜 크고 작은 계층으로 나뉘는지 설명했습니다. 두 개념이 열쇠입니다. 최소 요구치는 그 상점이 망하지 않으려면 필요한 최소 고객 수이고, 재화의 도달 범위는 사람들이 그것을 사러 기꺼이 이동하는 최대 거리입니다.
편의점은 최소 요구치도 도달 범위도 작아서 촘촘하게 깔립니다. 대학병원과 백화점은 둘 다 커서 드문드문 섭니다. 상권이 원이면 빈틈이나 겹침이 생기므로, 평면을 빈틈없이 채우면서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도형인 육각형이 이론적 상권 모양이 됩니다. 큰 중심지가 작은 중심지를 품는 계층 구조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이 이론에는 불편한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크리스탈러는 1940년대 나치 정권의 점령지 정주 계획 부서에서 일하며 자기 모형을 동유럽 재편에 적용하려 했습니다. 깔끔한 공간 이론이 위에서 내리누르는 계획과 얼마나 쉽게 결합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로, 오늘날 지리학이 자주 되짚는 대목입니다.
비슷한 공장은 왜 한군데 모이는가
운송비만 따지면 공장들은 흩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뭉칩니다. 앨프리드 마셜이 1890년에 정리한 세 가지 이유가 지금도 표준입니다. 첫째, 같은 기술을 가진 노동자가 모여 있으면 회사도 사람도 상대를 찾기 쉽습니다. 둘째, 부품과 장비를 대는 전문 공급자가 근처에 자리 잡습니다. 셋째, 기술과 정보가 술자리와 이직을 타고 새어 나갑니다. 마셜은 이 세 번째를 두고 업계의 비밀이 더는 비밀이 아니라 공기 중에 떠다니게 된다고 표현했습니다.
이것이 집적 이익이고, 오늘날 산업 클러스터 논의의 뿌리입니다. 다만 집적은 공짜가 아닙니다. 땅값과 임금이 오르고 혼잡이 쌓이면 집적 불이익이 이익을 넘어섭니다. 더 무서운 것은 잠김 효과입니다. 한 산업에 최적화된 지역은 그 산업이 무너질 때 함께 무너집니다. 자동차에 모든 것을 걸었던 디트로이트가 자주 인용되는 이유죠.
컨테이너가 입지 지도를 다시 그렸습니다
1956년 말콤 맥린이 트럭 짐칸을 통째로 배에 싣는 방식을 시도한 뒤, 국제 해상 운송비는 극적으로 내려갔습니다. 베버 모형의 전제가 흔들린 순간입니다. 운송비가 충분히 싸지면 무게는 더 이상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러자 기업은 제품 전체가 아니라 공정을 조각내어, 설계는 이곳에서 부품은 저곳에서 조립은 또 다른 곳에서 하는 글로벌 가치사슬을 짰습니다.
여기서 유명한 관찰이 나옵니다. 가치사슬의 양 끝인 연구개발과 브랜드·서비스에 부가가치가 몰리고 가운데의 조립 공정이 가장 얇다는 스마일 커브입니다. 왜 무역이 이런 모양으로 벌어지는지는 경제학 서가의 비교우위와 무역 강이 다룹니다. 지리학의 관심은 그 결과입니다. 조립 공정은 임금을 따라 쉽게 옮겨 다니므로 그 공정에만 기대는 지역은 늘 불안합니다. 최근의 리쇼어링 논의도 결국 같은 질문의 연장입니다. 무게 대신 무엇이 자리를 정하는가, 지금의 답은 임금과 규제, 그리고 공급망이 끊길 위험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어떤 지역이 조립 공정만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은 성공일까요, 아니면 다음 임금 인상 때 떠날 공장을 잠시 빌린 것일까요. 잠김 효과와 함께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