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설비기술기준 3강. 저압 전기설비
차단기가 멀쩡히 붙어 있는데도 감전 사고가 나는 것은 고장이 아니라, 그 차단기가 애초에 사람을 지키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풀고 시작
차단기가 붙어 있는데 왜 사람이 감전될까요
차단기가 멀쩡히 붙어 있는데도 사람이 감전되는 사고는 왜 생길까요? 과전류차단기는 회로에 흐르는 전류가 정해진 값을 넘어설 때 떨어지도록 만들어진 장치인데, 사람 몸을 타고 흐르는 전류는 그 기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전선을 태우기에는 턱없이 작은 전류로도 사람의 심장은 멈출 수 있죠. 그래서 저압 설비의 보호는 한 겹이 아니라 여러 겹으로 설계됩니다.
첫 번째 겹은 절연입니다. 사람이 충전부에 애초에 닿지 못하게 막는 방벽이고, 이 방벽이 무너진 뒤를 대비하는 것이 나머지 겹입니다. 두 번째 겹은 과전류 보호입니다. 전선이 감당할 수 있는 열을 넘기기 전에 회로를 끊어 과부하와 단락으로 인한 화재를 막습니다. 세 번째 겹은 누전 보호입니다. 전류가 돌아와야 할 길로 돌아오지 않는 상황을 잡아냅니다. KEC가 감전 보호와 과전류 보호를 별개의 주제로 다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두 위험은 원인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고, 그래서 막는 장치도 다릅니다.
누전차단기와 과전류차단기는 서로 다른 사고를 봅니다
누전차단기는 전류가 얼마나 큰지를 보지 않습니다. 들어간 전류와 돌아온 전류가 같은지를 봅니다. 정상적인 회로라면 나간 만큼 그대로 돌아오니 합이 영에 가깝지만, 어딘가로 새면 그 차이가 남죠. 그 새는 길이 사람의 몸이거나 젖은 벽일 수 있기 때문에, 이 불균형을 감지하는 순간 회로를 끊습니다.
| 항목 | 과전류차단기 | 누전차단기 |
|---|---|---|
| 감시하는 것 | 회로 전류의 크기 | 나간 전류와 돌아온 전류의 차이 |
| 막으려는 사고 | 과부하와 단락에 의한 과열, 화재 | 지락과 인체 감전 |
| 동작하는 상황 | 전선 허용치를 넘는 큰 전류 | 크기는 작아도 경로가 어긋난 전류 |
이 표에서 보시듯 둘은 대체재가 아닙니다. 누전차단기가 있다고 과전류차단기를 뺄 수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죠. 배전반에서는 두 기능을 한 몸에 담은 기기를 쓰기도 하는데, 기능이 합쳐졌을 뿐 역할이 하나로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인체 감전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누전차단기는 동작 전류와 동작 시간 조건이 따로 규정되어 있으니, 그 값은 시행 시점의 규정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절연저항과 절연내력은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절연을 왜 두 가지 방법으로 확인할까요? 절연저항 측정은 평소의 건강검진이고, 절연내력 시험은 최악의 순간을 미리 겪게 해 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절연저항은 규정된 직류 시험전압을 걸어 절연물이 전류를 얼마나 잘 막는지를 저항 값으로 읽습니다. 습기와 먼지, 오랜 사용에 따른 열화처럼 서서히 나빠지는 문제를 잡아내는 데 적합하죠. 회로의 전압 구분에 따라 걸어야 할 직류 시험전압과 만족해야 할 최소 저항 값을 규정이 따로 정해 두고 있습니다. 반면 절연내력은 규정이 정한 시험 전압을 정해진 시간 동안 걸어 절연이 뚫리지 않는지를 합격과 불합격으로 가릅니다. 시험 전압은 전로의 사용전압에 배수를 적용해 산출하고 직류로 시험할 때는 교류보다 높은 값을 쓰도록 정해져 있죠. 벼락이나 개폐 서지처럼 순간적으로 높은 전압이 실릴 때 견딜 수 있는지를 미리 물어보는 셈입니다. 저항 값이 좋아도 절연물 안에 미세한 공극이 있으면 높은 전압에서 무너질 수 있으니, 두 시험은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배수와 판정 기준값은 개정으로 바뀌기도 하니 숫자는 반드시 시행 시점의 규정으로 확인하세요.
색과 회로 구획, 그리고 물기가 있는 곳
전선의 색은 미관이 아니라 안전장치입니다. 보호도체(PE)는 녹색과 노란색 조합으로 지정되어 있고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습니다. 중성선(N)은 파란색입니다. 왜 하필 두 색을 섞었을까요? 단색은 어두운 배전반 안에서, 또는 색을 다르게 보는 사람에게 헷갈릴 수 있지만, 두 색이 줄무늬로 섞인 도체는 멀리서도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보호도체를 상도체로 잘못 물리면 기기의 금속 외함이 그대로 충전되니, 색 하나가 사람의 생사를 가릅니다.
배선의 뼈대는 간선과 분기회로로 나뉩니다. 간선은 인입 지점에서 분전반까지 굵게 끌고 오는 줄기이고, 분기회로는 거기서 갈라져 조명과 콘센트로 가는 가지입니다. 굳이 나누는 이유는 사고를 국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가지마다 보호장치를 두면 한 회로의 고장이 건물 전체를 정전시키지 않고, 어디가 문제인지도 금방 좁혀지죠.
마지막으로 욕실처럼 물기가 있는 장소에서는 규정이 눈에 띄게 엄격해집니다. 젖은 피부는 인체 저항이 크게 떨어져 같은 전압에서도 훨씬 큰 전류가 흐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장소에는 콘센트와 기구 선정에 별도의 조건이 붙고 인체 감전 보호용 누전차단기가 요구됩니다. 구체적인 조건은 장소별로 규정이 정하고 있으니 조문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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