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학 4강. 보호계전과 차단기
차단기의 어려움은 전류를 끊는 것이 아니라, 끊는 순간 생기는 아크를 지우는 것입니다.
풀고 시작
끊는 것이 아니라 지우는 것
전류가 흐르는 접점을 벌리면 그 사이에 아크가 생깁니다. 공기가 이온화되어 도체가 되어 버리는 현상이죠. 접점을 아무리 벌려도 아크가 이어지면 전류는 계속 흐릅니다. 차단기의 진짜 일은 이 아크를 지우는 것입니다.
교류에는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전류가 1주기에 두 번 0을 지납니다. 그 순간 아크를 유지할 에너지가 없으므로 꺼질 기회가 오죠. 60Hz면 초당 120번입니다. 차단기는 이 순간을 노려 아크 공간의 절연을 급히 회복시킵니다.
문제는 회복되는 속도입니다. 아크가 꺼진 직후 접점 사이에는 과도 회복 전압(TRV) 이 빠르게 올라옵니다. 절연 회복이 이보다 느리면 아크가 다시 붙습니다(재점호). 그래서 차단 성능은 "얼마나 큰 전류를 끊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빨리 절연을 되찾느냐"의 문제입니다.
직류에는 이 0점이 없습니다. 그래서 직류 차단이 훨씬 어렵고, 고압 직류 송전(HVDC)에서 오래도록 난제였습니다.
무엇으로 아크를 끄나
소호 방식이 차단기의 이름을 정합니다.
| 종류 | 소호 매질 | 특징 |
|---|---|---|
| 유입 차단기 | 절연유 | 오래된 방식이고 화재 위험이 있습니다 |
| 공기 차단기 | 압축 공기 | 소리가 크고 설비가 큽니다 |
| 진공 차단기 | 진공 | 소호 능력이 좋고 보수가 적어 배전에 널리 씁니다 |
| 가스 차단기 | SF6 가스 | 절연·소호 성능이 뛰어나 초고압에 씁니다 |
진공이 아크를 끄는 이유는 이온화될 기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SF6는 전자를 잘 붙잡는 성질이 있어 절연 회복이 빠릅니다. 다만 SF6는 이산화탄소의 수만 배에 이르는 온실효과를 가진 기체라, 대체 가스 연구가 활발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단로기(DS)는 차단기가 아닙니다. 단로기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상태에서 회로를 눈에 보이게 끊어 두는 장치이고, 부하 전류나 고장 전류를 끊을 능력이 없습니다.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납니다. 열 때는 차단기를 먼저 열고 단로기를 나중에, 닫을 때는 단로기를 먼저 닫고 차단기를 나중에 닫습니다.
언제 끊을지 판단하는 쪽
차단기가 손이라면 보호계전기는 눈과 뇌입니다. 전류와 전압을 보고 사고인지 판단해 차단기에 신호를 보냅니다.
| 계전기 | 무엇을 보고 판단하나 |
|---|---|
| 과전류 계전기(OCR) | 전류가 정정값을 넘는가 |
| 지락 계전기(GR) | 영상 전류가 흐르는가 |
| 거리 계전기 | 전압과 전류의 비, 즉 임피던스가 작아졌는가 |
| 차동 계전기 | 들어간 전류와 나온 전류가 다른가 |
| 부흐홀츠 계전기 | 변압기 내부에서 가스가 발생했는가 |
차동 계전기의 발상이 특히 깔끔합니다. 변압기든 발전기든, 들어간 전류와 나온 전류는 같아야 합니다. 다르다면 그 차이만큼 어딘가로 새고 있다는 뜻이고 곧 내부 고장입니다. 외부 사고에는 반응하지 않고 보호 구간 안의 사고에만 반응하므로 선택성이 좋습니다.
보호 협조도 중요합니다. 사고 지점에 가장 가까운 차단기가 먼저 동작해야 정전 범위가 최소가 됩니다. 상위 차단기는 하위가 실패했을 때만 뒤늦게 동작하도록 시간을 늦춰 두죠. 이 시간차를 어긋나게 정정하면 작은 사고에 계통 전체가 정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