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기기 3강. 유도기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전동기는, 회전자에 전기를 넣어 주지 않고도 돕니다.
풀고 시작
전선을 잇지 않고 돌리는 법
직류기는 회전자에 전기를 넣어 주어야 해서 브러시와 정류자가 필요했습니다. 유도전동기는 그 부품을 없앴습니다. 회전자에 전기를 넣지 않고 유도로 흘립니다.
3상 권선에 3상 전류를 흘리면 회전자계가 생깁니다. 세 코일이 120도씩 떨어져 있고 전류의 위상도 120도씩 어긋나 있어, 합성 자계가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죠. 이 속도가 동기속도이고 주파수와 극수로 정해집니다.
Ns = 120f / p
회전자는 이 회전자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자속이 회전자 도체를 끊으면 전류가 유도되고, 그 전류가 자계 안에 있으니 힘을 받아 회전자가 따라 돕니다. 렌츠의 법칙대로 변화를 방해하는 방향, 즉 상대 속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도는 것이죠.
여기서 유도기의 본질이 나옵니다. 회전자는 절대 동기속도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도달하면 자속을 끊지 못해 전류가 사라지고 토크가 0이 되니까요. 반드시 조금 뒤처져야 하고, 그 뒤처짐이 슬립 s입니다.
슬립이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슬립은 동기속도와 실제 속도의 차를 동기속도로 나눈 값입니다. 정상 운전에서는 대개 0.02~0.05, 즉 2~5% 정도입니다.
슬립이 여러 양을 한꺼번에 설명합니다. 회전자 주파수는 sf, 회전자 유도 기전력은 슬립에 비례, 2차 동손은 2차 입력의 s배입니다. 기동 순간에는 s=1이라 회전자 주파수가 전원 주파수와 같고 유도 기전력이 최대입니다. 그래서 기동 전류가 정격의 5~7배까지 치솟습니다.
이 기동 전류가 실무의 골칫거리입니다. 대책이 여럿입니다. Y-Δ 기동은 기동할 때 Y로 연결해 상전압을 1/√3로 낮춥니다. 전류와 토크가 모두 1/3로 줄죠. 리액터 기동과 기동 보상기도 전압을 낮추는 방식이고, 소프트 스타터는 반도체로 전압을 서서히 올립니다.
권선형 회전자는 다른 길을 씁니다. 회전자 권선을 슬립링으로 밖에 빼내 외부 저항을 답니다. 2차 저항을 키우면 최대 토크가 나는 슬립이 커져, 기동 시에 최대 토크를 낼 수 있습니다. 최대 토크의 크기 자체는 2차 저항과 무관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크기는 그대로이고 나타나는 위치만 옮겨지죠. 이것을 비례추이라 합니다.
속도를 바꾸는 방법과 시대의 변화
유도전동기의 속도는 Ns = 120f/p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니 바꿀 수 있는 것은 셋입니다.
극수 변경은 단계적으로만 됩니다. 4극에서 2극으로 바꾸면 속도가 두 배가 되지만 그 사이는 없죠.
슬립 제어는 2차 저항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권선형에서만 가능하고, 저항에서 열이 나므로 효율이 나쁩니다.
주파수 제어가 정답입니다. 주파수를 바꾸면 동기속도가 연속으로 변하고 효율도 유지됩니다. 다만 주파수만 낮추면 자속이 과해져 철심이 포화되므로 전압도 함께 낮춰 V/f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주파수를 자유롭게 만드는 장치가 인버터이고, 이것이 전력전자의 발전과 함께 실용화되면서 산업의 지형이 바뀌었습니다. 속도 제어가 필요하면 직류 전동기를 써야 했던 시대가 끝나고, 구조가 단순하고 튼튼하며 보수가 거의 필요 없는 유도전동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브러시가 없다는 것이 결정적이었죠. 다음 강의 동기기와 그다음 강의 전력변환장치가 이 이야기를 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