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설비기술기준 1강. KEC와 용어의 정의
접지가 몇 종인지 열심히 외우셨다면, 그 표는 2021년에 정식으로 은퇴했습니다.
풀고 시작
접지 종별을 외운 사람이 하루아침에 다시 배워야 했던 이유
예전에는 접지를 종류로 외웠습니다. 1종이 무엇이고 3종이 무엇인지, 어디에 무엇을 붙이는지를 표로 통째 암기했죠. 그런데 그 표를 들고 해외 프로젝트 도면 앞에 서면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국제표준인 IEC는 접지를 몇 종이냐로 설명하지 않고, 전원과 설비를 어떤 방식으로 대지에 묶었느냐는 계통 구조로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전기설비규정(KEC)은 이 간극을 메우려고 만들어졌습니다. 2021년 1월 1일 시행되면서 종전 판단기준의 제1종부터 제3종까지의 접지 체계를 대체했고, 접지를 종별이 아니라 계통접지 방식으로 다시 정의했습니다.
이 서가의 1강이 용어부터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말이 바뀐 게 아니라 사고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옛 체계는 어디에 몇 종짜리 접지를 붙이느냐를 물었지만, 새 체계는 고장 전류가 어느 길로 되돌아오느냐를 먼저 묻습니다. 질문이 달라졌으니 답을 고르는 기준도 함께 달라지죠. 옛 용어를 머리에 얹은 채 새 규정을 읽으면 문장은 읽히는데 뜻이 어긋나는 상황이 계속 생깁니다.
같은 전압인데 직류에서는 저압, 교류에서는 아닐 수 있습니다
KEC는 전압을 저압, 고압, 특고압 세 구간으로 나눕니다. 여기까지는 예전과 비슷한데 결정적으로 달라진 게 하나 있습니다. 교류와 직류의 경계값이 서로 다릅니다.
규정은 직류 쪽 저압 상한을 교류보다 높게 잡아 두었습니다. 그래서 교류에서 저압인 전압은 직류에서도 당연히 저압이지만, 교류 상한과 직류 상한 사이의 전압대에서는 같은 값이라도 직류면 저압, 교류면 고압으로 갈립니다. 방향을 거꾸로 외우면 판정이 통째로 뒤집히니 여기서 한 번 못박고 가시죠.
왜 이렇게 갈라 놓았을까요. 교류는 1초에 수십 번씩 전류가 0을 지나갑니다. 감전되어도 전류가 끊기는 순간이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아크가 생겨도 그 영점에서 스스로 꺼질 기회를 얻죠. 직류에는 그 영점이 없습니다. 붙잡은 손은 계속 끌려가고 아크도 스스로 꺼지지 않아 차단이 훨씬 어렵습니다. 반대로 절연물이 견뎌야 하는 최대 순간 전압은 파고값이 실효값보다 큰 교류 쪽이 무겁습니다. 위험의 성격이 이렇게 다르니 경계를 같은 숫자로 그을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전압 구분을 묻는 문항에서 숫자만 보고 답하면 안 되고 교류인지 직류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구체적인 경계값은 개정으로 조정될 수 있으니 응시하시는 시점의 규정 본문으로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만져도 되는 금속과 만지면 안 되는 금속을 가르는 말
배전반 문을 열다가 감전된 사고를 떠올려 보죠. 사람이 손댄 건 전선이 아니라 철제 외함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전압이 없던 그 외함에, 안쪽 절연이 깨지는 순간 전압이 올라탄 겁니다.
KEC가 도체를 굳이 세 이름으로 나눠 부르는 건 이 시나리오 때문입니다. 충전부는 정상적으로 운전할 때 전압이 걸려 있는 부분입니다. 노출도전부는 평소에는 전압이 없지만 고장이 나면 전압이 실릴 수 있는, 손이 닿는 설비의 금속 부분이죠. 계통외도전부는 전기설비의 일부가 아닌데도 전위를 끌고 들어올 수 있는 금속체이고, 건물 철골이나 금속 수도관이 여기 해당합니다.
이름을 나누면 대책이 갈립니다. 충전부는 아예 닿지 못하게 막고, 노출도전부는 보호도체로 묶어 고장 전류가 사람 대신 금속을 타고 돌아가게 하며, 계통외도전부는 등전위본딩으로 전위차를 없앱니다. 세 이름의 경계를 흐리게 알아 두면 대책도 엉뚱한 곳에 붙게 됩니다. 수도관에 차단기를 기대할 수 없고, 외함에 본딩만 해 두고 보호도체를 빠뜨리면 전류가 돌아갈 길이 사라지니까요.
TN, TT, IT는 결국 어디서 묶느냐의 문제입니다
계통접지는 세 갈래입니다. TN은 전원 중성점을 접지하고 설비의 노출도전부를 보호도체(PE)로 그 접지에 연결합니다. 고장 전류가 대지가 아니라 금속 경로로 되돌아오니 차단기가 확실하게 떨어지죠. TT는 전원 측 접지와 설비 측 접지가 전기적으로 독립입니다. IT는 충전부를 대지에서 절연하거나 임피던스를 통해 접속해서, 한 번의 지락으로는 계통을 멈추지 않는 방식입니다.
TN은 다시 갈라집니다. PE와 중성선(N)을 끝까지 따로 가져가면 TN-S이고, 둘을 한 도체로 겸용하면 그 도체를 PEN이라 부르며 계통은 TN-C가 됩니다. 앞쪽에서는 겸용하다가 어느 지점부터 분리하면 TN-C-S입니다.
이 구분은 도면 위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건물로 들어오는 인입 구간은 도체를 하나라도 줄이는 편이 유리해서 겸용 형태로 오다가, 수전반이나 주배전반에서 PE와 N을 갈라 그 아래 부하 회로는 전부 분리해서 내려보내는 방식이 흔합니다. 그 건물이 바로 TN-C-S이고, 분리한 지점부터 아래쪽만 떼어 보면 TN-S인 셈이죠. 한 번 갈라 놓은 뒤에는 다시 합치지 않는다는 원칙이 중요합니다.
| 구분 | 접지 구조 |
|---|---|
| TN | 전원 중성점 접지에 보호도체로 노출도전부를 연결합니다 |
| TT | 전원 접지와 설비 접지가 서로 독립입니다 |
| IT | 충전부를 절연하거나 임피던스를 통해 접속합니다 |
색도 규정입니다. 보호도체는 녹황 조합, 중성선은 파란색이며 다른 용도로 쓸 수 없습니다.
인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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