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3강. 시차와 항공로
인천에서 뉴욕으로 갈 때 비행기가 북극 쪽으로 올라가는 이유는, 지도가 거짓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풀고 시작
시간대는 철도가 만들었습니다
시계가 도시마다 달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해가 가장 높은 때를 정오로 삼으면 도시마다 정오가 다르니 당연한 일이었죠. 걸어 다닐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철도였습니다. 시속 60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가 도시마다 다른 시계를 만나면 시간표를 짤 수 없고, 단선 구간에서는 정면충돌이 납니다.
그래서 영국 철도 회사들이 1840년대부터 런던 시각 하나로 통일해 버렸습니다. 이 방식이 나라 단위로 퍼지고, 1884년 워싱턴 국제 자오선 회의에서 지구를 24개 구역으로 나누는 합의로 정리됩니다. 요컨대 표준시는 천문학의 요구가 아니라 교통의 요구였습니다.
지금 시간대 지도를 펴 보면 선이 반듯하지 않고 들쭉날쭉합니다. 중국은 국토가 경도 60도를 넘는데도 전국이 베이징 시각 하나를 씁니다. 스페인은 지리적으로 영국과 같은 구역인데 중앙유럽 시각을 쓰죠. 1940년 프랑코 정권이 독일에 맞춰 시계를 옮긴 뒤 되돌리지 않은 결과로, 스페인 사람들이 저녁을 늦게 먹는 습관과도 얽혀 있습니다. 시간대는 지리보다 정치를 따릅니다.
날짜변경선에서 하루가 사라질 때
날짜변경선은 180도 자오선 근처를 지나지만 반듯한 직선이 아닙니다. 한 나라 안에서 날짜가 갈리는 일을 피하려고 섬을 비켜 가며 구부러져 있습니다. 이 선이 정치적 선택이라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 준 사건이 사모아의 결정입니다. 사모아는 교역 상대가 호주와 뉴질랜드로 바뀌었는데도 미국 쪽 날짜를 쓰고 있었습니다. 시드니와 영업일이 어긋나 손해가 컸죠. 그래서 2011년 12월 29일 다음에 곧바로 31일을 붙여 12월 30일이라는 날짜를 아예 건너뛰었습니다. 그날 생일이던 사람들은 그해 생일을 잃었습니다.
왜 비행기는 북쪽으로 도나
메르카토르 지도에서 인천과 뉴욕을 자로 이으면 태평양을 가로지릅니다. 그런데 실제 항로는 알래스카와 북극권을 스치죠. 지도가 구를 평면에 눌러 편 결과 위도가 높은 곳의 거리가 크게 늘어나 보이기 때문입니다. 구면에서 두 점을 잇는 최단 경로는 지구 중심을 지나는 평면이 표면과 만나는 선, 즉 대권항로(great circle route)입니다. 투영법이 어떻게 거리를 왜곡하는지는 지리학 2강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얹힙니다. 제트기류입니다. 북반구 중위도 상공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시속 100~300킬로미터로 흐르는 좁은 강 같은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태평양을 건널 때 동쪽으로 가는 편은 이 바람을 등에 업고, 서쪽으로 돌아오는 편은 맞바람을 헤칩니다. 인천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갈 때보다 돌아올 때 한두 시간 더 걸리는 이유가 이것이죠. 시간표에 적힌 비행시간이 왕복으로 다른 것은 오차가 아니라 물리입니다.
서머타임이라는 백 년 된 실험
시간대 이야기에 하나 더 붙는 것이 일광절약시간입니다. 여름에 시계를 한 시간 앞당겨 해가 떠 있는 시간을 활용하자는 제도로, 제1차 세계대전 중 연료를 절약하려고 여러 나라가 도입했습니다. 취지는 분명했지만 효과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습니다. 조명은 덜 쓰지만 냉방과 아침 난방이 늘어 절감분이 상쇄된다는 연구가 이어졌고, 시계를 옮기는 주에 수면 부족과 사고가 늘어난다는 보고도 쌓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폐지 논의가 더 활발합니다. 유럽연합은 계절 시계 변경을 없애는 방향을 논의해 왔고, 적도에 가까운 나라들은 애초에 낮 길이가 거의 변하지 않으니 이 제도를 쓰지 않습니다. 여행자에게 중요한 대목은 실무입니다. 변경일이 나라마다 다릅니다. 유럽과 북미의 전환 시점이 몇 주 어긋나는 기간에는 두 도시 사이 시차가 평소와 한 시간 달라져, 예약해 둔 환승 시간이 예상과 다르게 계산되는 일이 생깁니다.
시차증에는 방향이 있습니다
사람의 몸시계는 하루를 24시간보다 조금 길게 잡습니다. 그래서 하루를 늘리는 쪽이 줄이는 쪽보다 편합니다. 서쪽으로 가면 그날이 길어지므로 늦게 자면 되고, 동쪽으로 가면 하루가 짧아져 아직 안 졸린데 자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같은 시차라도 동쪽행이 더 고된 데는 이런 생리적 이유가 있습니다. 아침 햇빛을 쬐어 몸시계를 앞당기는 처방이 동쪽행에 권장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인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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