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강. 지중해 유럽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광장이 그렇게 많은 이유는, 그 나라들이 원래 나라가 아니라 도시였기 때문입니다.
풀고 시작
나라보다 도시가 먼저였습니다
지중해 유럽을 여행하면 이상한 감각을 느낍니다. 나라 안에서 지역이 바뀔 때마다 말투와 음식과 자부심이 확 달라지죠. 이탈리아에서 밀라노와 나폴리는 다른 나라처럼 느껴지고,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와 세비야는 아예 다른 언어를 씁니다.
이유는 역사에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도시가 나라보다 먼저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통일은 1861년, 독일 통일은 1871년입니다. 그전 수백 년간 피렌체, 제노바, 베네치아는 각자 함대와 화폐와 외교를 가진 독립 정치체였습니다. 그래서 도시마다 중심에 광장(피아차)이 있고 그 광장을 둘러싸고 시청과 대성당과 시장이 붙어 있습니다. 광장은 장식이 아니라 정치의 무대였습니다. 그 도시국가의 경쟁이 르네상스를 밀어 올린 사정은 세계사 서가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카스티야와 아라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나라라서, 지금도 카탈루냐어, 바스크어, 갈리시아어가 각 지방의 공동 공용어입니다. 바스크어는 유럽의 다른 어떤 언어와도 친족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고립 언어라는 점에서 특히 흥미롭습니다.
시에스타에 대한 오해
한낮에 가게 문이 닫히는 경험을 하면 사람들은 "낮잠 자는 나라"라고 결론짓습니다. 실제 사정은 다릅니다. 도시 직장인 대다수는 낮잠을 자지 않습니다. 다만 점심시간이 길고 저녁 일정이 늦습니다. 스페인에서 저녁 식사가 밤 9시나 10시에 시작되는 데는 앞선 강에서 본 시간대 문제도 얽혀 있습니다. 지리적으로는 영국과 같은 구역인데 중앙유럽 시각을 쓰니, 시계로는 늦은 시각이 태양으로는 이른 저녁인 셈입니다.
여행자에게 실무적으로 중요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 관공서나 작은 가게를 기대하면 낭패를 봅니다. 대신 저녁이 길고, 밤 11시에도 가족이 광장에 나와 있는 풍경이 정상입니다.
식탁의 규칙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식으로 알려진 것은 1950년대 안셀 키스의 비교 연구 이후입니다. 올리브유, 콩, 채소, 생선이 중심이고 붉은 고기가 적다는 특징이죠. 다만 이 식단을 하나로 묶는 것은 재료보다 먹는 방식입니다. 코스가 천천히 이어지고, 식사 자체가 사교입니다.
몇 가지 자잘한 규칙이 실제로 통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카푸치노는 아침 음료로 여겨져 식후에 시키면 어색해합니다. 식후에는 에스프레소를 마시죠. 파스타에 치즈를 얹는 조합도 해산물 파스타에는 대개 쓰지 않습니다. 스페인의 타파스는 코스가 아니라 여러 접시를 나눠 먹는 방식이고, 그리스에서는 여러 접시를 한가운데 놓고 함께 집어 먹는 메제 방식이 흔합니다.
| 나라 | 저녁 시작 | 팁 | 특징적 식사 방식 |
|---|---|---|---|
| 이탈리아 | 저녁 8시 무렵 | 대개 불필요, 자리세가 붙을 수 있음 | 코스별 구분이 뚜렷 |
| 스페인 | 밤 9시 이후 | 소액 반올림 정도 | 타파스로 나눠 먹기 |
| 그리스 | 밤 9시 이후 | 소액 반올림 정도 | 메제를 함께 집어 먹기 |
유적 옆에서 사는 사람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로마의 콜로세움, 그라나다의 알람브라는 모두 사람이 사는 도시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보존 문제는 유적을 어떻게 지키느냐만이 아니라 주민이 어떻게 계속 살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 일부가 19세기에 영국으로 옮겨져 대영박물관에 있고 그리스가 반환을 요구하는 논쟁도 이 맥락에 놓입니다. 유물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국제적으로 합의된 답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