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강. 동유럽과 발칸
이 지역 사람들은 이사한 적이 없는데 국적이 네 번 바뀌기도 했습니다.
풀고 시작
세 제국이 남긴 경계선
동유럽과 발칸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제국의 지도를 겹쳐 보는 것입니다. 이 지역은 오랫동안 합스부르크(오스트리아), 오스만(튀르크), 러시아 세 제국의 변두리가 서로 맞닿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제국의 경계는 종교와 문자의 경계로 남았습니다.
| 제국의 자취 | 종교 전통 | 문자 |
|---|---|---|
| 합스부르크 영향권 | 가톨릭 | 라틴 문자 |
| 러시아와 비잔틴 영향권 | 정교 | 키릴 문자 |
| 오스만 영향권 | 이슬람 | 지역에 따라 다름 |
그래서 세르비아어와 크로아티아어는 말로는 거의 통하는데 세르비아는 키릴 문자를, 크로아티아는 라틴 문자를 씁니다. 사라예보의 구시가지를 걸으면 몇 백 미터 안에 모스크와 정교회 성당과 가톨릭 성당과 유대교 회당이 함께 있습니다. 이것을 다양성의 증거로 보는 것도, 갈등의 뇌관으로 보는 것도 모두 이 지역의 역사입니다.
국경이 사람을 건너간 곳
체르니우치(우크라이나), 리비우, 트란실바니아 같은 지역의 20세기 기록을 읽으면 놀라운 문장이 나옵니다. 한 사람이 태어난 집에서 계속 살았는데 국적이 여러 번 바뀝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에서 태어나 루마니아 국민이 되고 소련 시민이 되었다가 우크라이나 국민으로 죽는 삶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은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여행자로서 지켜야 할 예의는 간단합니다. 지명은 그 지역에서 쓰는 이름으로 부르고, 분쟁의 시비를 즉석에서 판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전쟁은 겪은 사람이 여전히 살아 있는 근래사입니다. 스레브레니차에서 벌어진 학살은 국제 재판에서 제노사이드로 인정되었습니다. 가벼운 화제로 꺼낼 주제가 아닙니다.
이름을 두고 나라 사이에 다툼이 붙는 일도 있었습니다.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을 두고 그리스와 오래 대립하다가 2018년 프레스파 협정으로 북마케도니아로 정리된 사례가 그렇습니다. 이름이 곧 역사 유산의 소유권 주장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 이후의 도시 풍경
프라하와 부다페스트, 크라쿠프의 구시가지는 관광 엽서처럼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벗어나면 콘크리트 판으로 지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나옵니다. 체코에서 파넬라크, 러시아권에서 흐루쇼프카라 불리는 건물들이죠. 전후 주택 부족을 산업적 방식으로 해결한 결과입니다. 이 단지들은 지금 낡았지만 학교와 상점이 걷는 거리에 배치되어 있어서, 도시계획 관점에서 다시 평가받기도 합니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구시가지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도시가 거의 완파된 뒤, 남은 그림과 도면을 근거로 옛 모습을 그대로 다시 지었습니다. 지금 보는 중세풍 건물 대부분이 20세기 후반의 재건입니다. 유네스코는 이 재건을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는데, 원본이 아니라 복원인데 유산이 될 수 있느냐는 논쟁을 정면으로 통과한 사례입니다.
실무 감각 몇 가지
유로를 쓰지 않는 나라가 많습니다. 폴란드는 즈워티, 체코는 코루나, 헝가리는 포린트를 씁니다. 공항 환전소 환율이 나쁜 편이니 시내 환전이나 카드 결제가 낫고, 결제 단말이 자국 통화 대신 원화나 유로로 결제하겠다고 물으면 자국 통화 결제를 고르는 편이 유리합니다. 해외 결제 수수료가 이중으로 붙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이 지역 대중교통은 승차권을 타기 전에 사고 차내 기계에 각인해야 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표를 들고만 있다가 무임승차로 처리되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인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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