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1강. 여행은 언제 발명되었나
사람은 늘 이동했지만, "즐기러 떠나는 일"이 상품이 된 것은 겨우 180년쯤 된 일입니다.
풀고 시작
순례자와 상인은 관광객이 아니었습니다
중세의 길은 붐볐습니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자, 사막을 건너는 대상, 메카로 가는 하지 순례객이 끊이지 않았죠.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여행이 어땠느냐"고 물으면 아마 어리둥절했을 겁니다. 이동은 목적이 아니라 대가였습니다. 구원을 얻거나 물건을 팔기 위해 치러야 하는 고생이었죠. 실제로 travel이라는 영어 낱말은 고생과 산고를 뜻하는 travail과 뿌리가 같습니다. 길을 나서는 일이 곧 고역이었다는 뜻입니다.
여행이 그 자체로 값을 갖게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했습니다. 남는 시간과 남는 돈, 그리고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이 조건이 처음 갖춰진 계층은 17~18세기 영국 귀족 자제들이었습니다.
그랜드 투어: 학위 대신 여행
그랜드 투어(Grand Tour)는 젊은 귀족이 가정교사를 데리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몇 달에서 몇 년씩 도는 관행이었습니다. 파리에서 예절과 프랑스어를 익히고, 로마와 나폴리에서 고대 유적을 보고, 화가에게 초상화를 맡기고, 골동품을 사서 돌아왔습니다. 오늘날 영국 저택에 로마 조각이 그렇게 많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여기서 관광의 문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꼭 봐야 할 목록이 생겼고, 본 것을 증명하는 물건을 챙겨 왔고, 그것을 남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기념품과 인증 사진의 조상이죠. 흥미로운 사실은 tourist라는 낱말 자체가 이 시기에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한 바퀴 돌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람, 즉 tour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철도와 쿡이 바꾼 것
그랜드 투어는 비쌌습니다. 이것을 중산층의 물건으로 끌어내린 것이 철도와 한 인쇄업자였습니다. 토머스 쿡은 1841년 금주 운동 집회에 갈 사람들을 모아 기차 한 편을 통째로 빌렸습니다. 1인당 1실링에 왕복 차편을 묶은 이 기획이 성공하자, 그는 곧 여행을 직업으로 삼았습니다. 1855년에는 파리 만국박람회에 맞춘 유럽 투어를 팔았고, 이어 숙박과 이동과 입장을 한 장의 표로 묶은 쿠폰 제도, 현지에서 돈을 뽑는 여행자 수표의 원형까지 만들어 냅니다.
쿡이 발명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불확실성의 제거였습니다. 말이 안 통하고 물가를 모르고 숙소를 못 잡을 위험을 대신 감당해 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죠. 오늘날 항공권과 호텔을 묶어 파는 온라인 여행사가 하는 일과 정확히 같습니다.
| 시기 | 주역 | 여행의 목적 | 대중성 |
|---|---|---|---|
| 중세 | 순례자, 상인 | 구원, 교역 | 필요한 사람만 |
| 17~18세기 | 귀족 자제 | 교양과 사교 | 극소수 |
| 19세기 | 철도와 여행사 | 구경과 휴식 | 중산층 |
| 20세기 후반 | 제트 여객기 | 휴가 | 대량 |
제트기와 유급휴가
마지막 문턱은 두 개가 동시에 넘어졌습니다. 1958년 보잉 707을 앞세운 제트 여객기가 대양 횡단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고, 서구 여러 나라에서 유급휴가가 법으로 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가 1936년에 2주 유급휴가를 제도화한 일이 대표적입니다. 시간과 속도가 함께 주어지자 관광은 세계 최대 산업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겪는 여행의 문제, 이를테면 사람이 너무 많다는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결과입니다. 이 뒷이야기는 4강에서 이어 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여행이 상품이 된 뒤에 우리가 잃은 경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남에게 보여 줄 수 없는 여행이라면 사람들은 같은 곳에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