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학 2강. 군: 대칭의 수학
정수의 덧셈, 삼각형의 회전, 카드 섞기. 겉보기에 무관한 이 세계들이 똑같은 네 가지 규칙을 따릅니다. 그 규칙의 이름이 군입니다.
풀고 시작
네 가지 공리
수학에서 가장 성공한 정의 하나를 꼽으라면 이 정의가 자주 후보에 오릅니다. 군(group)은 집합 하나와 그 위의 연산 하나가 다음 네 조건을 만족하는 구조입니다.
| 공리 | 내용 | 정수 덧셈에서의 예 |
|---|---|---|
| 닫힘 | 두 원소를 연산한 결과도 집합 안에 있다 | 3 + 5 = 8 ∈ ℤ |
| 결합법칙 | (a·b)·c = a·(b·c) | (1+2)+3 = 1+(2+3) |
| 항등원 | 연산해도 아무 변화를 주지 않는 원소 e가 있다 | 0 |
| 역원 | 각 원소를 항등원으로 되돌리는 원소가 있다 | 3의 역원은 -3 |
그런데 이 목록에 없는 것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교환법칙은 요구되지 않습니다. a·b와 b·a가 다른 군이 얼마든지 있고, 곧 만나게 됩니다. 정수의 덧셈은 군이지만, 정수의 곱셈은 군이 아닙니다. 2의 역원 1/2이 정수 밖에 있기 때문이죠. 같은 집합이라도 어떤 연산을 주느냐에 따라 군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합니다. 군은 "집합"이 아니라 집합과 연산의 짝에 붙는 이름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 얇은 정의에서 놀랄 만큼 많은 것이 따라 나옵니다. 예컨대 항등원이 둘일 수 없고 역원도 원소마다 하나뿐이라는 사실은 공리에서 몇 줄 만에 증명됩니다.
정삼각형의 대칭군
추상적 정의에 살을 붙이는 가장 좋은 예가 대칭(symmetry)입니다. 정삼각형을 집어 들어 이리저리 움직인 뒤 내려놓았을 때 원래 자리에 꼭 맞는 방법은 몇 가지일까요? 정확히 6가지입니다. 그대로 두기, 120° 회전, 240° 회전, 그리고 세 꼭짓점을 지나는 축 각각에 대한 뒤집기 3가지죠. 이 6개의 움직임에 "연달아 실행하기"라는 연산을 주면 군이 됩니다. 두 대칭을 연달아 하면 다시 대칭이고(닫힘), 그대로 두기가 항등원이며, 모든 움직임은 되돌릴 수 있습니다(역원). 이것이 정삼각형의 대칭군이고, 흔히 D₃로 씁니다. 원소가 수가 아니라 움직임이고, 연산이 덧셈이 아니라 합성이라는 점이 요체입니다. 군의 공리는 무엇을 원소로 삼는지 전혀 묻지 않으니까요.
이 군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겠습니다. 120° 회전한 뒤 뒤집는 것과, 뒤집은 뒤 120° 회전하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연산의 순서가 결과를 바꾸는 것이죠. 교환법칙이 공리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대칭의 세계는 본래 순서에 민감합니다.
아벨군
교환법칙까지 성립하는 군을 아벨군(abelian group)이라 부릅니다. 1강의 아벨을 기리는 이름이죠. 정수의 덧셈, 유리수의 덧셈, 0을 뺀 유리수의 곱셈은 모두 아벨군이고, D₃는 아벨군이 아닙니다. 이 구분은 장식이 아닙니다. 4강에서 보겠지만, 방정식이 근호로 풀리느냐는 그 방정식의 대칭군이 아벨군 층으로 분해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교환법칙의 유무가 방정식의 운명을 가르는 셈입니다.
대칭은 왜 근본인가
방정식을 풀려고 만든 도구가 어쩌다 기하학의 정의가 되고 물리학의 문법이 되었을까요? 군이 현대 수학의 중심 언어가 된 이유는 대칭이 곧 불변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클라인(Klein)은 1872년 에를랑겐 프로그램에서 기하학 자체를 뒤집어 정의했습니다. 기하학이란 도형의 학문이 아니라, 어떤 변환군 아래에서 변하지 않는 성질의 학문이라는 것이죠. 물리학에서는 뇌터(Noether)가 1918년, 자연법칙의 연속적 대칭 하나마다 보존량이 하나씩 대응함을 증명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법칙이 같다는 대칭에서 에너지 보존이, 공간을 옮겨도 법칙이 같다는 대칭에서 운동량 보존이 나옵니다. 대칭을 아는 것이 곧 법칙을 아는 것입니다. 이 확장이야말로 좋은 추상이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는 표본입니다.
다음 강에서는 연산을 하나 더 얹습니다. 덧셈과 곱셈이 함께 사는 구조, 환과 체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덧셈의 세계와 삼각형 대칭의 세계가 "같은 규칙"을 따른다는 발견은, 규칙이 세계에 있던 것일까요, 우리가 부과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