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론 3강. 확률변수와 분포
기댓값이 무한대인 게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 게임에 큰돈을 걸지 않죠.
풀고 시작
확률변수: 결과에 수를 붙이다
1강의 표본공간은 결과들의 집합일 뿐, 그 자체로는 계산이 어렵습니다. 확률론을 계산 가능한 학문으로 만든 도구가 확률변수(random variable)죠. 그런데 재미있게도, 확률변수는 이름과 달리 변수가 아니라 표본공간의 각 결과에 수를 대응시키는 함수입니다. 동전 두 개 던지기에서 "앞면의 개수"라는 확률변수 X는 (뒤,뒤)에 0을, (앞,뒤)와 (뒤,앞)에 1을, (앞,앞)에 2를 붙입니다. 결과가 수가 되는 순간 더하고 곱하고 평균 낼 수 있게 되고, 확률변수가 각 값을 어떤 확률로 갖는지의 목록이 분포(distribution)입니다. 확률론의 이후 역사는 상당 부분 중요한 분포들의 목록을 만들어 온 역사죠.
기댓값과 분산: 분포의 두 요약
분포 전체는 정보가 많아 다루기 무겁습니다. 그래서 두 개의 수로 요약합니다. 기댓값(expectation) E(X)는 각 값에 확률을 가중치로 곱해 더한 가중평균입니다. 주사위의 기댓값은 (1+2+...+6)/6 = 3.5인데, 실제로 나올 수 없는 값이라는 점이 기댓값의 성격을 잘 보여주죠. 기댓값은 예언이 아니라 장기 평균의 무게중심입니다. 이 개념의 원형은 파스칼과 페르마의 분배 문제 해법에 이미 있었고, 하위헌스가 명시적으로 정식화했습니다.
분산(variance)은 기댓값 둘레의 흩어짐, 정확히는 편차 제곱의 기댓값 E((X−μ)²)입니다. 기댓값이 같아도 분산이 다르면 전혀 다른 세계죠. 매달 300만 원을 받는 직장과, 절반의 확률로 600만 원 또는 0원을 받는 직장은 기댓값이 같지만, 아무도 같은 조건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위험(risk)이라는 개념의 수학적 뼈대가 분산입니다.
이항분포와 정규분포
가장 기본이 되는 분포 둘만 직관으로 잡아 둡시다. 이항분포(binomial distribution)는 성공 확률 p인 시행을 n번 반복할 때 성공 횟수의 분포입니다. 동전 10번 중 앞면 횟수, 100명 중 치료 성공자 수처럼 "몇 번 중 몇 번"의 상황은 전부 이항분포죠.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는 종 모양 곡선입니다. 평균 근처가 가장 흔하고, 멀어질수록 급격히 드물어지며, 좌우 대칭이죠. 드무아브르가 이항분포의 근사로 처음 발견했고, 가우스가 측정 오차 이론에서 다듬어 가우스 분포로도 불립니다. 키, 측정 오차, 시험 점수처럼 작은 요인 다수가 더해져 만들어지는 양이 정규분포를 따르는 경향이 있는데, 왜 그런지는 다음 강의 중심극한정리가 답합니다. 정규분포는 평균과 분산 단 두 수로 완전히 결정된다는 점에서, 앞 절의 두 요약이 전부가 되는 특별한 경우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설: 기댓값의 한계
풀고 시작의 게임으로 돌아가 봅시다. 1738년 다니엘 베르누이(Daniel Bernoulli)가 상트페테르부르크 학술지에 발표해 이 이름이 붙었습니다. 기댓값은 무한대인데 사람들은 참가비 몇만 원도 아까워하죠. 기댓값 극대화가 합리성의 전부라면 설명이 안 되는 현상입니다.
베르누이의 해법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돈이 주는 효용(utility)의 기댓값을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재산이 두 배 되는 기쁨은 재산에 반비례해 줄어듭니다(한계효용 체감). 로그 효용을 적용하면 게임의 가치는 유한한 값으로 떨어지죠. 이 아이디어는 200년 뒤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의 기대효용 이론으로 이어져 현대 경제학과 의사결정 이론의 주춧돌이 됐습니다. 역설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기댓값은 강력한 요약이지만, 분포의 꼬리가 무거울 때는 기댓값 하나만 보는 판단이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통계학 과목에서 평균이 대표값 노릇을 못 하는 상황을 다룰 때 이 교훈이 다시 나옵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로또의 기댓값은 구매가보다 낮습니다. 그럼에도 로또 구매가 비합리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 그 논거는 효용 이론으로 충분히 설명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