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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학 5강. 급수와 수렴

무한히 많은 수를 더해 유한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급수는 더하는 순서만 바꿔도 답이 바뀝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급수 1 + 1/2 + 1/3 + 1/4 + ...(조화급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항이 0으로 수렴하는데도 합은 한없이 커집니다. 1/3 + 1/4은 1/2보다 크고, 1/5부터 1/8까지의 합도 1/2보다 크다는 식으로 1/2 이상인 묶음을 무한히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항이 0으로 간다는 것은 수렴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이 이 급수의 교훈입니다.

무한급수: 극한의 언어로 더하기

무한히 많은 수의 합, 즉 무한급수(infinite series)는 1강의 아킬레스 문제에서 이미 등장했습니다. 정의는 극한으로 합니다. 첫 항까지의 합, 둘째 항까지의 합, 셋째 항까지의 합으로 이어지는 부분합의 수열이 수렴하면, 그 극한을 급수의 합이라 부르는 것이죠.

모범 사례가 기하급수(geometric series)입니다. 1/2 + 1/4 + 1/8 + ...의 부분합은 1/2, 3/4, 7/8, ...로 1에 수렴하므로 합은 1입니다. 일반적으로 공비 r의 절댓값이 1보다 작으면 첫째항/(1 - r)로 합이 계산됩니다. 은행의 복리, 방사성 붕괴, 프랙털 도형의 넓이가 모두 이 공식 위에 서 있죠.

조화급수: 직관의 첫 배신

그렇다면 항이 0으로 가기만 하면 합은 유한할까요? 여기서 직관이 처음으로 배신당합니다. 조화급수 1 + 1/2 + 1/3 + 1/4 + ...가 반례입니다. 14세기 파리의 학자 오렘(Oresme)의 증명은 두 줄이면 됩니다. 1/3 + 1/4은 1/4 + 1/4 = 1/2보다 큽니다. 1/5부터 1/8까지 네 항의 합은 1/8 넷을 더한 1/2보다 크죠. 이런 식으로 합이 1/2을 넘는 묶음을 무한히 만들 수 있으므로, 전체 합은 어떤 수도 넘어섭니다. 발산입니다.

이 발산은 기괴할 만큼 느립니다. 백만 항을 더해도 합은 15에 못 미치죠. 그러나 수렴과 발산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명의 문제입니다. 항이 작아진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무한합을 다룰 때 직관 대신 판정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조건수렴의 기괴함: 순서가 답을 바꾼다

그런데 더 깊은 충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화급수에 부호를 번갈아 붙인 교대급수 1 - 1/2 + 1/3 - 1/4 + ...는 수렴하며, 그 합은 2의 자연로그(약 0.693)입니다. 그런데 이 급수는 부호를 다 떼면(절댓값을 취하면) 조화급수가 되어 발산하죠. 이런 급수를 조건수렴(conditionally convergent)한다고 부릅니다. 절댓값의 급수까지 수렴하는 절대수렴과 구별됩니다.

조건수렴 급수는 유한합의 상식을 배반합니다. 리만이 증명한 재배열 정리(rearrangement theorem)에 따르면, 조건수렴하는 급수는 항의 순서만 바꿔서 어떤 목표값으로도 수렴하게 만들 수 있고, 발산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양수 항들의 합과 음수 항들의 합이 각각 무한대라서, 목표값을 넘을 때까지 양수 항을 꺼내 쓰고 다시 내려갈 때까지 음수 항을 꺼내 쓰는 조작이 언제까지나 가능하기 때문이죠. 덧셈의 교환법칙은 무한의 세계에서 공짜가 아닙니다. 절대수렴할 때만 순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테일러 급수: 함수를 다항식으로 갈아 끼우기

급수의 최대 응용은 수가 아니라 함수를 더하는 것입니다. sin, cos, 지수함수 같은 초월함수는 직접 계산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나 다항식은 덧셈과 곱셈만으로 계산되죠. 테일러 급수(Taylor series)의 발상은 함수를 무한차 다항식으로 펼치는 것입니다. 한 점에서 함수와 함수값, 기울기, 굽음새(2계 도함수) 등 모든 계수를 일치시킨 다항식을 만들면, 예를 들어 지수함수는 1 + x + x²/2 + x³/6 + ...로, sin x는 x - x³/6 + x⁵/120 - ...로 펼쳐집니다. 영국의 테일러(Taylor)가 1715년 일반 공식을 발표했습니다.

계산기가 sin 값을 내놓는 것도, 물리학자가 복잡한 방정식을 "근사적으로" 푸는 것도 이 급수를 앞의 몇 항에서 끊어 쓰는 것입니다. 다만 아무 함수나, 아무 범위에서나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급수가 수렴하는 범위와 급수의 합이 정말 원래 함수와 같은지는 별도의 문제이며, 이런 물음에 안전하게 답하려면 수렴을 다루는 엄밀한 기초가 필요합니다. 그 기초 공사가 다음 강, 해석학 탄생의 이야기입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무한급수의 합은 무엇으로 정의될까요?
무한 개의 항을 실제로 다 더하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유한한 부분합들의 수열을 만들고 그것이 수렴하면 그 극한을 합으로 정의합니다. 급수 이론 전체가 1강의 극한 개념 위에 세워져 있는 셈이죠.
문제 2. 조화급수 발산에 대한 오렘의 논증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1/3 + 1/4, 그리고 1/5부터 1/8까지처럼 항을 2의 거듭제곱 단위로 묶으면 각 묶음의 합이 1/2을 넘습니다. 그런 묶음이 무한히 이어지므로 부분합은 어떤 한계도 넘어서죠. 항 자체는 0으로 수렴하므로 첫째 보기는 사실과 다릅니다.
문제 3. 리만 재배열 정리가 조건수렴 급수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조건수렴 급수는 양수 항의 합과 음수 항의 합이 각각 무한대이므로, 목표값을 초과할 때까지 양수 항을, 미달할 때까지 음수 항을 번갈아 배치하는 조작으로 어떤 값이든 극한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순서 불변은 절대수렴 급수에서만 성립하죠.
문제 4. 테일러 급수의 기본 발상은 무엇일까요?
테일러 급수는 기준점에서 함수값, 기울기, 2계 도함수 등 모든 미분 정보를 일치시키는 무한차 다항식입니다. 파동의 합으로 분해하는 것은 푸리에 급수라는 다른 도구이며, 오답 중 가장 헷갈리기 쉬운 것이죠.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더하는 순서에 따라 합이 달라진다면, 조건수렴 급수의 "진짜 합"이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합이란 정의하기 나름일까요.
  • 테일러 급수를 몇 항에서 끊어 쓰는 근사가 공학에서 통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언제 위험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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