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학 3강. 환과 체
정수에서는 나눗셈이 자주 막히고, 시계 산술에서는 0이 아닌 두 수의 곱이 0이 됩니다.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가 그 세계의 이름을 정합니다.
풀고 시작
연산이 두 개인 세계, 환
앞 강의 군은 연산 하나짜리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쓰는 정수를 보면 덧셈과 곱셈이 함께 있고, 둘은 분배법칙으로 엮여 있죠. 이런 세계를 추상화한 것이 환(ring)입니다. 환은 덧셈에 대해 아벨군이고, 곱셈은 결합법칙을 만족하며, 두 연산이 분배법칙 a(b+c) = ab + ac로 연결된 구조입니다. 원형은 정수 ℤ입니다. 다항식 전체의 집합도 환이고, 행렬들도 환을 이룹니다. 곱셈의 교환법칙이나 곱셈 항등원 1을 정의에 넣을지는 교과서마다 관례가 갈리는데, 이 과목에서는 1이 있는 환을 기본으로 삼겠습니다.
환에서 보장되지 않는 것이 나눗셈입니다. 정수 안에서 3 ÷ 2는 답이 없죠. 나눗셈까지 자유로운 세계에는 따로 이름이 붙습니다.
체: 사칙연산이 완비된 세계
체(field)는 곱셈이 교환적이고, 0이 아닌 모든 원소가 곱셈 역원을 갖는 환입니다. 한마디로 사칙연산이 전부 자유로운 세계죠. 유리수 ℚ, 실수 ℝ, 복소수 ℂ가 대표입니다. 체에서는 일차방정식 ax = b (a ≠ 0)가 항상 풀리고,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방정식 조작이 전부 정당화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수학사의 확장 드라마를 이 언어로 다시 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수라는 환에서 나눗셈이 막히자 유리수라는 체를 만들었고, x² = 2가 막히자 실수로, x² = -1이 막히자 복소수로 넓혀 갔습니다. 4강의 갈루아 이론이 방정식을 다루는 무대가 바로 이 체들의 확장입니다.
시계 산술, 유한한 세계의 산술
12시에서 3시간이 지나면 15시가 아니라 3시입니다. 12로 나눈 나머지만 남기는 이 산술을 일반화한 것이 Z/nZ, 즉 0부터 n-1까지의 수에 나머지 덧셈과 곱셈을 준 구조입니다. Z/nZ는 언제나 환입니다. 그런데 n = 12일 때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3 × 4 = 12 ≡ 0. 0이 아닌 두 수를 곱했는데 0이 되는 겁니다. 이런 원소를 영인자(zero divisor)라 하는데, 영인자가 있으면 체가 될 수 없습니다. 3의 곱셈 역원도 존재하지 않죠.
반면 n이 소수 p이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Z/pZ는 체입니다. 예컨대 Z/5Z에서 2 × 3 = 6 ≡ 1이므로 2의 역원은 3입니다. 0이 아닌 모든 원소가 이렇게 짝을 찾습니다. 원소가 유한 개인 체, 곧 유한체(finite field)가 존재하는 것이죠. 갈루아가 처음 연구해서 갈루아 체라고도 부르며, 유한체의 원소 개수는 반드시 소수의 거듭제곱 pⁿ 꼴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져 있습니다. 유한체는 5강에서 볼 암호와 오류정정부호의 수학적 기반입니다. 시계 놀이처럼 보이던 산술이, 유한한 세계에도 완전한 사칙연산이 가능함을 보여준 셈입니다.
"군 ⊂ 환 ⊂ 체"의 정확한 의미
세 구조의 관계를 흔히 군 ⊂ 환 ⊂ 체로 요약하는데, 이 기호를 집합의 포함으로 읽으면 틀립니다. 정확한 진술은 이렇습니다. 모든 체는 환이고, 모든 환은 덧셈에 대해 아벨군입니다. 즉 오른쪽으로 갈수록 요구 조건이 많아지고, 조건을 다 만족하는 구조는 앞선 구조이기도 하다는 뜻이죠. 재미있는 역설이 하나 있습니다. 조건이 많을수록 그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은 오히려 귀해집니다. 군은 지천에 널려 있지만 유한체는 크기가 pⁿ인 것 하나씩뿐입니다. 구조의 위계는 포함 관계가 아니라 공리의 강화 관계입니다.
| 구조 | 연산 | 추가 요구 | 대표 예 |
|---|---|---|---|
| 군 | 1개 | 닫힘·결합·항등원·역원 | 정수의 덧셈, D₃ |
| 환 | 2개 | 덧셈 아벨군 + 곱셈 결합 + 분배법칙 | ℤ, 다항식, Z/12Z |
| 체 | 2개 | 환 + 곱셈 교환 + 0 아닌 원소의 역원 | ℚ, ℝ, ℂ, Z/pZ |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나눗셈이 안 되는 세계(ℤ)와 곱해서 0이 되는 세계(Z/12Z) 중, 우리의 산술 직관을 더 크게 배반하는 쪽은 어디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