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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 5강. 차원의 기하학

차원은 신비가 아니라 "위치를 지정하는 데 필요한 수의 개수"입니다. 그렇게 정의하는 순간 4차원도, 1.26차원도 열립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수학에서 공간의 차원을 정의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무엇일까요?
직선 위의 점은 수 하나, 평면의 점은 (x, y) 두 개, 공간의 점은 세 개로 지정됩니다. 이렇게 좌표의 개수로 차원을 정의하면 지각 가능성과 무관하게 4차원, 100차원도 똑같이 다룰 수 있죠. 차원은 감각의 한계가 아니라 기술의 문법입니다.

차원이란 무엇인가

4차원이 정말 존재하느냐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 수학의 답은 의외로 싱겁습니다. 3강의 좌표는 차원에 명확한 의미를 줍니다. 차원은 위치를 지정하는 데 필요한 독립적인 좌표의 개수입니다. 직선은 1차원, 평면은 2차원, 우리가 사는 공간은 3차원이죠. 이 정의의 힘은 확장성에 있습니다. 수 네 개의 목록 (x, y, z, w)을 점이라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으므로 4차원 공간은 수학적으로 아무 문제 없이 존재합니다. 눈에 그려지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데이터 과학에서는 고객 한 명을 나이, 소득, 구매 횟수 등 수백 개의 수로 기술하는데, 이것이 곧 수백 차원 공간의 점입니다. 차원은 형이상학이 아니라 자유도(degree of freedom)의 개수인 것이죠.

4차원을 유추로 더듬기

1884년 영국의 교사 애벗(Abbott)은 소설 『플랫랜드』(Flatland)에서 2차원 평면 세계의 주민 사각형을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3차원의 구가 평면 세계를 통과하면 사각형에게는 어떻게 보일까요? 점에서 시작해 커졌다 작아지는 원으로만 보입니다. 구 전체를 볼 수 없는 것이죠. 이 소설의 진짜 목표는 유추입니다. 2차원 존재에게 3차원이 그렇듯, 우리에게 4차원도 단면과 그림자로만 접근됩니다. 유추는 계산으로도 이어집니다. 점을 밀면 선분(꼭짓점 2), 선분을 밀면 정사각형(꼭짓점 4), 정사각형을 밀면 정육면체(꼭짓점 8)가 됩니다. 정육면체를 네 번째 방향으로 밀면 꼭짓점 16개의 4차원 초입방체(tesseract)가 되죠. 모서리는 32개, 정사각형 면은 24개, 정육면체 세포는 8개입니다. 그릴 수는 없어도 셀 수는 있습니다. 수학이 직관의 한계를 넘는 표준적인 방식입니다.

부서진 차원, 프랙탈

차원이 꼭 정수여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1904년 코흐(von Koch)가 만든 코흐 눈송이는 선분을 삼등분해 가운데를 정삼각형 돌기로 바꾸는 조작을 무한히 반복한 곡선입니다. 결과는 기묘합니다. 둘레는 매 단계 4/3배로 늘어나 무한대가 되는데, 곡선이 감싸는 넓이는 유한하거든요. 이 곡선은 1차원 선이라기엔 너무 구겨져 있고 2차원 면이라기엔 넓이가 없습니다. 확대했을 때 자기 자신이 몇 배로 불어나는지로 차원을 재정의하면(자기 유사성 차원), 코흐 곡선은 3배 확대할 때 복사본 4개가 나오므로 차원이 log 4 / log 3 ≈ 1.26입니다. 만델브로(Mandelbrot)는 1967년 논문 "영국 해안선의 길이는 얼마인가"에서 이런 도형이 수학의 병리 표본이 아니라 자연의 표준임을 보였습니다. 해안선은 자를 짧게 잡을수록 측정 길이가 계속 늘어나므로 "길이"가 아예 잘 정의되지 않으며, 대신 구겨진 정도인 비정수 차원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는 1975년 이런 도형에 프랙탈(fractal)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고차원 직관의 배반

고차원은 저차원 직관을 자주 배신합니다. 반지름 1인 구의 부피를 차원을 올리며 계산하면 어떻게 될까요? 부피는 5차원에서 최대가 됐다가 그 뒤로는 줄어들어 차원이 커질수록 0으로 수렴합니다. 같은 크기의 정육면체에 내접시키면 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0으로 수렴하죠. 고차원 정육면체의 부피가 대부분 구가 닿지 않는 구석에 몰려 있다는 뜻입니다. 또 고차원 구에서는 부피의 대부분이 표면 근처의 얇은 껍질에 집중됩니다. 이런 현상은 수학적 골칫거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사는 공간이 고차원이면 점들 사이 거리가 서로 비슷해져 "가까운 이웃"이라는 개념이 무뎌지는데, 이것이 기계학습에서 말하는 차원의 저주(curse of dimensionality)입니다. 벨만(Bellman)이 붙인 이름이죠. 기하학적 직관은 3차원에서 길러졌으므로, 고차원에서는 직관 대신 계산과 정의를 믿어야 합니다. 그 훈련의 출발점인 극한 개념을 다음 과목 해석학에서 다룹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좌표에 기초한 차원 정의가 4차원 공간을 정당화하는 방식은 무엇일까요?
차원을 좌표의 개수로 정의하면 4차원 공간은 수 네 개의 목록 전체의 집합일 뿐입니다. 시각화 가능성은 성립 여부와 무관하죠. 물리적 실재 여부는 별개의 경험적 질문이고, 수학은 그와 독립적으로 고차원 기하를 전개합니다.
문제 2. 플랫랜드의 유추가 4차원 이해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구가 평면 세계에는 커졌다 작아지는 원으로 나타나듯, 4차원 대상도 우리에게는 3차원 단면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점, 선분, 정사각형, 정육면체로 이어지는 규칙을 한 단계 밀어 초입방체의 꼭짓점 16개, 모서리 32개를 정확히 셀 수 있죠. 지각 불가능이 인식 불가능은 아닙니다.
문제 3. 코흐 눈송이의 차원이 약 1.26으로 계산되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자기 유사성 차원은 확대 배율과 복사본 개수의 관계로 정의됩니다. 선분은 3배 확대에 3개(차원 1), 정사각형은 9개(차원 2)가 나오죠. 코흐 곡선은 3배 확대에 4개가 나오므로 차원이 log 4 / log 3 ≈ 1.26입니다. 둘레의 무한함이나 넓이의 유한함 자체가 차원 값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 4. 차원의 저주가 기계학습에서 문제가 되는 기하학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차원 공간에서는 부피가 구석과 표면 근처로 쏠리고 점들 사이 거리가 고르게 비슷해집니다. 그러면 "가장 가까운 데이터"에 기대는 방법들의 판별력이 떨어지죠. 계산 오류나 직선의 존재 여부와는 무관한, 고차원 기하 자체의 성질입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해안선의 "길이"처럼, 우리가 당연히 잴 수 있다고 믿는 양 중에 실은 잘 정의되지 않는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 3차원에서 길러진 직관이 고차원에서 배신당한다면, 직관은 수학에서 어떤 지위를 가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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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지 · 궁금하면 모던지 GitHub ·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