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변동 4강. 화면 너머의 사회
일자리를 물어다 주는 것은 매일 만나는 친한 친구가 아니라, 어쩌다 안부를 묻는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풀고 시작
사회의 뼈대가 네트워크로 바뀌었습니다
마누엘 카스텔은 1996년부터 낸 정보시대 3부작에서, 현대 사회의 기본 구조가 위계에서 네트워크로 옮겨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은 인터넷이 생겼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회의 조직 원리가 바뀌었다는 진단입니다. 그의 표현으로 우리는 장소의 공간에서 흐름의 공간으로 이동했습니다. 서울의 금융 종사자가 부산의 이웃보다 런던의 동종업자와 훨씬 촘촘히 연결되는 상황이 그것이죠.
네트워크의 성질은 잔인합니다. 연결되면 즉시 세계와 이어지지만, 연결되지 못한 지역과 사람은 물리적으로 가까워도 흐름에서 통째로 빠집니다. 카스텔이 배제를 새 불평등의 축으로 본 이유입니다.
느슨한 사이가 세상을 넓힙니다
마크 그래노베터가 1973년에 발표한 논문의 바탕에는 보스턴 근교 이직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가 있었습니다. 그 일자리를 대체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은 것입니다. 친한 사람에게 들었다는 답보다 가끔 보는 사이에게 들었다는 답이 훨씬 많았죠. 친밀한 무리는 서로 아는 사람도 겹치고 아는 정보도 겹칩니다. 반면 느슨한 연결은 서로 다른 무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새로운 소식을 실어 나릅니다.
오래도록 이 명제는 관찰 자료에 기대고 있었는데, 대형 구인 플랫폼이 추천 알고리즘을 조금씩 바꾸는 방식으로 수년간 진행한 대규모 실험이 2022년에 인과적 증거를 보탰습니다. 결과는 명제를 지지하면서 살짝 수정했습니다. 이직에 가장 도움이 된 것은 가장 약한 연결이 아니라 적당히 약한 연결이었습니다. 너무 멀면 다리가 되기 전에 끊어지니까요.
온라인 정체성 논의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셰리 터클이 1990년대에 관찰한 것은 익명 공간에서 다른 자아를 실험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실명과 프로필 사진이 기본이 된 지금의 플랫폼은 오히려 자아를 하나로 고정하고 전시하게 만듭니다. 소셜미디어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큰 상관을 보고하는 연구와 효과가 미미하다는 재분석이 맞서고 있어, 인과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감시 자본주의라는 이름과 그 반론
쇼샤나 주보프는 2019년에 우리 시대의 축적 방식을 감시 자본주의라고 불렀습니다. 기업이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만큼을 넘어서는 행동 데이터를 거둬들이고, 그 잉여로 미래 행동을 예측하는 상품을 만들어 판다는 것이죠. 우리가 상품이 아니라 상품을 만드는 원료라는 문장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이 개념은 널리 퍼졌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쪽에서는 이것이 자본주의의 변종이 아니라 원래 논리가 새 기술을 만난 것뿐인데 주보프가 지나치게 예외적인 사건으로 그린다고 지적합니다. 다른 쪽에서는 예측의 정확도 자체를 의심합니다. 표적 광고의 실제 증분 효과를 측정한 연구들은 업계가 주장하는 수준보다 훨씬 작은 값을 보고해 왔고, 그렇다면 감시 자본주의는 무서운 전능함이 아니라 부풀려진 약속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데이터 수집이 실재한다는 사실과 그 예측이 실제로 우리를 조종한다는 주장은 별개로 검증해야 합니다.
앱이 상사가 된 노동
플랫폼 노동은 이 모든 논의가 몸으로 겪어지는 자리입니다. 배차와 배달 순서, 수락률 관리, 평점에 따른 일감 배분을 사람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결정하죠. 1강에서 본 관료제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동화되어 화면 뒤로 숨은 형태입니다. 규칙은 더 촘촘하지만 규칙을 바꿔 달라고 말할 창구는 없습니다.
법정과 투표소에서도 답이 갈립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2020년 주민투표로 앱 기반 운전자를 독립계약자로 두는 안이 통과됐고 법정 다툼 끝에 2024년 주 대법원이 그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반면 영국 대법원은 2021년에 우버 운전자를 최저임금과 유급휴가의 보호를 받는 지위로 인정했습니다. 같은 사업 모델을 두고 사회마다 다른 선을 긋고 있는 중입니다. 유연성을 원해 이 일을 택했다는 응답과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응답이 함께 나온다는 점도 논의를 어렵게 만듭니다.
낙관과 비관을 함께 들고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방법이 결론을 좌우해 왔습니다. 직업 전체를 단위로 자동화 가능성을 평가한 2013년의 유명한 추정은 미국 일자리의 약 47퍼센트가 위험하다고 했지만, 같은 문제를 직업이 아니라 과제 단위로 다시 계산한 경제협력개발기구 연구는 그 비율을 한 자릿수로 낮췄습니다. 대부분의 직업은 자동화되는 과제와 그렇지 않은 과제가 섞여 있으니까요. 최근의 현장 연구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고객 상담 업무에 생성형 인공지능 보조를 도입한 실험에서 처리량이 눈에 띄게 늘었는데, 그 이득이 숙련자보다 신입에게 크게 돌아갔습니다. 숙련의 값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고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는 뜻이기도 하죠. 같은 결과가 낙관과 비관 양쪽의 근거가 됩니다.
여기서 사회학 서가를 마칩니다. 우리는 개인의 고민처럼 보이는 것을 공적 쟁점으로 바꿔 읽는 훈련에서 출발해, 계급과 젠더가 기회를 어떻게 배분하는지, 문화와 일상이 어떻게 우리를 조용히 규율하는지, 그리고 조직과 미디어와 세계화와 디지털이 그 판을 어떻게 다시 짜는지를 따라왔습니다. 남는 것은 답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어떤 현상을 보든 이것이 누구의 선택이고 무엇이 그 선택의 조건인지 되묻는 습관 말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인공지능 보조가 신입에게 더 큰 도움을 준다면, 오래 쌓아 온 숙련의 값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을 기회의 확대로 볼지 숙련의 평가절하로 볼지는 무엇에 따라 갈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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