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사와 건강 리터러시 4강. 가장 근거가 튼튼한 두 가지
하루 8시간, 하루 1만 보. 온 국민이 아는 이 두 숫자는 사실 임상 연구가 아니라 편의와 광고에서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수면과 운동의 근거가 약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풀고 시작
잠은 꺼지는 것이 아니라 켜지는 것입니다
잠든 뇌는 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드로 바쁘게 돌아갑니다. 수면은 크게 비렘수면(NREM)과 렘수면(REM)으로 나뉘고, 대략 90분 안팎을 한 주기로 밤새 여러 번 반복합니다. 초반부에는 깊은 서파수면이 몰려 있고 새벽으로 갈수록 렘수면 비중이 커지죠. 렘수면 중에는 뇌파가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하게 활발해지는데 근육은 거의 마비 상태가 됩니다. 꿈속에서 뛰어도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 리듬을 지휘하는 시계가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입니다. 이 시계는 24시간에 정확히 맞춰져 있지 않아 매일 빛으로 다시 맞춰지고, 그래서 아침 햇빛과 밤의 밝은 화면이 수면 시간대를 앞뒤로 밉니다. 밤에 분비가 늘어나는 멜라토닌은 잠을 만드는 수면제가 아니라 지금이 밤이라고 알리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뇌의 구조적 배경은 뇌의 구조 강에 있습니다.
수면 부족의 근거는 어디까지 단단한가
여기서는 근거의 층을 구분해야 합니다. 실험적으로 수면을 줄였을 때 주의력과 반응 속도, 기억 공고화가 나빠지는 것은 반복 재현된 결과이고 인과도 분명합니다. 야간 근무자의 사고율이 높다는 자료도 잘 알려져 있죠. 반면 만성 수면 부족과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의 관련은 대부분 관찰 자료에서 나옵니다. 아픈 사람이 잠을 못 자는 것인지 못 자서 아픈 것인지, 방향을 가르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수면 시간과 사망률의 관계가 U자를 그린다는 보고도 자주 인용되는데, 지나치게 긴 수면은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진행 중인 질병의 결과일 가능성이 지적됩니다. 성인 7시간에서 9시간이라는 권고 범위는 이런 자료의 분포에서 나온 것이지, 8시간이라는 값 자체에 마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차도 크고, 불면이 오래 이어진다면 그것은 습관 조언이 아니라 진료로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운동: 적은 양이 0보다 훨씬 큽니다
운동은 사정이 다릅니다. 여기서는 관찰 연구뿐 아니라 무작위 시험도 상당히 쌓여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무게는 나눠서 봐야 합니다. 혈압과 혈당 조절, 우울 증상, 고령자의 낙상 위험은 무작위 시험에서 개선이 확인된 영역이고, 심혈관 질환과 여러 암의 발생이 낮아진다는 부분은 주로 대규모 관찰 자료에서 나옵니다. 무게가 서로 다른데도 설계가 다른 연구들이 하나같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이 이 주제의 강점입니다. 어떤 약도 이만큼 넓은 범위의 결과에 관여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실용적인 발견은 용량과 반응의 모양입니다. 이 곡선은 직선이 아니라 처음이 가장 가파릅니다. 전혀 움직이지 않던 사람이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시작할 때 위험 감소 폭이 가장 크고, 이미 많이 하는 사람이 더 늘릴 때의 추가 이득은 완만해집니다. 주당 150분이라는 권고 수치도 그 아래는 소용없다는 뜻이 아니라, 인구 집단에 제시할 기준선으로 고른 값에 가깝습니다. 걸음 수 연구들도 비슷합니다. 고령자를 추적한 여러 연구에서 사망률은 하루 4000보 안팎에서 이미 뚜렷하게 낮아졌고 7000보에서 8000보 부근부터는 곡선이 완만해졌습니다. 1만 보를 못 채우면 실패라는 인식은 근거보다 마케팅에 가깝습니다.
유산소와 근력은 다른 일을 합니다
두 종류의 운동은 대체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유산소 운동은 심폐 지구력과 혈압, 혈당 조절 쪽에 강하게 작용하고, 저항성 운동은 근육량과 근력, 골밀도를 지킵니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어드는 근감소증은 낙상과 골절, 그로 인한 급격한 기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령에서는 근력 운동의 비중이 특히 중요하다는 근거가 축적되었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별도의 위험 요인이라는 연구들도 있지만, 운동량을 보정하면 효과가 줄어드는지를 두고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어떤 종목을 몇 분 해야 하는가는 개인의 조건에 달렸지만, 방향과 근거의 크기는 이 서가에서 가장 확실한 축에 듭니다. 다음 강에서는 이런 판단을 스스로 내리기 위한 마지막 도구, 건강 정보를 판별하는 법을 다룹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1만 보처럼 근거가 약한 숫자가 오히려 사람들을 더 많이 움직이게 만들었다면, 공중보건 메시지는 정확성과 실행력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요.
- 운동의 이득이 그렇게 확실한데도 실천율이 낮다면, 문제는 정보 부족일까요 아니면 시간과 공간을 배분하는 사회 구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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