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절과 방어 2강. 느리지만 멀리 가는 명령
신경이 전화라면 호르몬은 편지입니다. 느린 대신, 온몸의 모든 주소로 동시에 배달됩니다.
풀고 시작
전화망과 우편망
몸에는 성격이 정반대인 두 개의 통신망이 깔려 있습니다. 1강에서 본 신경은 전화입니다. 특정 상대에게 밀리초 단위로 연결되고, 끊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호르몬(hormone)은 우편입니다. 내분비샘이 혈액이라는 우체국에 편지를 부치면 그것은 온몸을 돌고, 그 편지를 뜯을 수 있는 수용체를 가진 세포만 명령을 읽습니다. 도착까지 수 초에서 수 시간이 걸리지만 효과는 며칠씩 이어지기도 하죠.
이 구조가 임상에서 갖는 의미는 큽니다. 호르몬 하나가 어긋나면 증상이 한 군데가 아니라 전신에서 흩어져 나타납니다. 피로하고 살이 빠지고 머리가 빠지고 기분이 가라앉는 식으로요. 편지가 온몸으로 뿌려졌으니 오배송의 흔적도 온몸에 남는 셈입니다.
스털링의 편지 한 통
20세기 초까지 몸의 조절은 전부 신경이 한다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파블로프의 명성이 그 믿음을 떠받치고 있었죠. 그런데 1902년 런던의 베일리스(William Bayliss)와 스털링(Ernest Starling)이 이상한 실험을 합니다. 개의 소장으로 가는 신경을 전부 잘라 낸 뒤 산성 용액을 소장에 넣었더니, 신경이 끊겼는데도 이자에서 소화액이 콸콸 나온 것입니다. 신경이 아니라 무언가가 혈액을 타고 갔다는 뜻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 물질을 세크레틴이라 불렀고, 1905년 스털링이 이 부류의 전령에게 호르몬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스어로 자극한다는 뜻입니다.
시상하부에서 시작하는 3단 계단
내분비의 사령탑은 뇌 안에 있습니다. 시상하부가 방출호르몬을 내면 바로 아래 매달린 뇌하수체가 자극호르몬을 분비하고, 그 자극을 받은 갑상샘과 부신겉질과 생식샘이 최종 호르몬을 만들어 온몸에 보냅니다. 이 3단 계단을 시상하부-뇌하수체 축이라고 부릅니다. 한때 뇌하수체는 모든 샘을 거느린다는 뜻에서 주샘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그 위에서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잇는 시상하부가 진짜 접점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스트레스와 수면과 계절이 호르몬을 흔드는 통로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계단의 안정성은 음성 되먹임이 지킵니다. 최종 호르몬이 늘면 그 신호가 위 두 단계를 억제해 명령을 줄이고, 줄면 억제가 풀려 명령이 커집니다. 그래서 밖에서 호르몬을 오래 넣어 주면 몸은 자기 것을 만들 이유를 잃고 생산을 접습니다. 스테로이드를 오래 쓴 사람이 임의로 갑자기 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고, 이런 조정은 반드시 처방한 의료진과 함께 해야 합니다.
인슐린: 하루에도 수십 번 도는 루프
혈당 조절은 되먹임의 교과서입니다. 밥을 먹어 혈당이 오르면 이자의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내보내고, 근육과 지방과 간이 포도당을 거둬들여 혈당이 내려갑니다. 반대로 혈당이 떨어지면 글루카곤과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저장분을 풀어 혈당을 올리죠. 눈여겨볼 것은 이 시소가 비대칭이라는 점입니다.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은 여럿인데 내리는 호르몬은 사실상 인슐린 하나입니다. 굶주림이 훨씬 흔했던 진화의 시간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설계죠.
이 루프가 무너지는 방식은 하나가 아닙니다. 1형 당뇨병은 면역계가 베타세포를 파괴해 인슐린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상태이고,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있어도 조직이 잘 반응하지 않는 저항성이 중심입니다. 2형은 유전과 나이와 체중과 생활 환경이 함께 얽힌 다인자 질환이며,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설명할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참고로 1921년 토론토의 밴팅과 베스트가 인슐린을 분리하기 전까지 1형 당뇨병은 사실상 사망 선고였습니다. 1922년 첫 투여를 받은 열네 살 소년 레너드 톰슨은 그 뒤로 13년을 더 살았습니다.
속도를 정하는 샘과 비상을 거는 샘
갑상샘호르몬은 몸 전체의 대사 속도를 정하는 다이얼에 가깝습니다. 과하면 덥고 두근거리고 살이 빠지며, 부족하면 춥고 처지고 붓습니다. 어느 쪽이든 증상이 전신에 흩어져서 다른 병으로 오해받기 쉽죠. 참고로 이 호르몬을 만들려면 요오드가 필요한데, 20세기 초 여러 나라가 소금에 요오드를 넣어 갑상샘종을 크게 줄인 것은 공중보건의 대표적 성공 사례입니다.
부신은 두 층이 전혀 다른 일을 합니다. 겉질의 코르티솔은 하루 주기를 따라 오르내리며 혈당과 염증과 스트레스 반응을 조율하고, 속질의 아드레날린은 1강에서 본 교감신경의 화학판 확장이라 할 만합니다. 실제로 부신속질은 발생학적으로 교감신경절이 변형된 조직입니다. 전기 신호와 화학 신호가 한 기관 안에서 맞물리는 지점인 셈이죠. 그리고 코르티솔이 면역 반응을 눌러 준다는 사실은 다음 강으로 가는 다리가 됩니다. 몸을 지키는 세 번째 체계, 면역계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신경계와 내분비계는 시상하부에서 만납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상태가 몸의 화학을 바꾼다는 말은 은유일까요, 아니면 해부학적 사실의 서술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