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원리 3강. 암은 하나의 병이 아닙니다
암은 밖에서 침입한 적이 아니라 내 세포가 규칙을 잃은 사건입니다. 그래서 적을 죽이는 일이 곧 나를 죽이는 일이 되기 쉽죠.
풀고 시작
하나의 이름 아래 수백 개의 병
암(cancer)은 세포가 분열을 멈추라는 신호를 무시하고 증식해 주변으로 침윤하고 멀리 퍼지는 상태를 묶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통제 장치가 어떻게 망가지는지는 생물학 세포 4강에서 다루었죠. 임상에서 중요한 사실은 이 이름 아래 성질이 전혀 다른 병들이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유방암이라도 어떤 수용체를 가졌느냐에 따라 예후와 약이 갈리고, 같은 폐암이라도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완전히 다른 치료 경로를 탑니다. 암을 단일 질환처럼 말하는 순간 거의 모든 문장이 부정확해집니다.
암은 한 번에 생기지 않습니다
1971년 크누드슨(Alfred Knudson)은 소아 망막모세포종의 발병 나이 분포를 분석해 두 번의 타격 가설(two-hit hypothesis)을 제안했습니다. 종양억제유전자는 양쪽 사본이 모두 망가져야 브레이크가 풀리는데, 유전형 환자는 이미 한쪽이 고장 난 채 태어나 나머지 한 번만 맞으면 되니 어리고 양쪽 눈에 생긴다는 설명이었죠. 이 그림이 다단계 발암 모형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2000년 하나한(Douglas Hanahan)과 와인버그(Robert Weinberg)는 여러 암이 공통으로 획득하는 능력을 암의 특징(hallmarks)으로 정리했습니다. 스스로 성장 신호를 만들고, 성장 억제 신호를 무시하고, 세포자멸사를 회피하고, 무한히 분열하고, 혈관을 새로 끌어오고, 침윤과 전이를 획득하는 것들입니다. 여기에 대사 재편성과 면역 회피가 뒤에 추가되었죠. 핵심은 이 능력들이 한꺼번에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발암물질에 노출된 시점과 암이 진단되는 시점 사이에 수십 년이 놓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원인의 구성, 그리고 우연이라는 지분
암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라 지분의 문제입니다. 담배는 단일 요인으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감염도 상당한 몫을 가집니다. B형과 C형 간염바이러스는 간암, 사람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암과 연결되어 있죠. 유전으로 물려받은 소인은 전체 암에서 비중이 크지 않지만 특정 가족에게는 결정적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지분에 세포 분열 중 일어나는 무작위 복제 오류가 있습니다.
여기서 논쟁이 붙었습니다. 2015년과 2017년 토마세티(Cristian Tomasetti)와 포겔스타인(Bert Vogelstein)은 조직별 줄기세포 분열 횟수가 암 발생률 차이를 크게 설명한다며 우연의 지분을 강조했고, 예방 연구자들은 그 해석이 예방 가능성을 과소평가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논쟁은 정리되지 않았지만 실무적 결론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금연, 간염 백신과 자궁경부암 백신, 음주 절제, 체중과 신체 활동 관리, 자외선 노출 줄이기는 근거가 탄탄한 위험 감소 수단입니다. 동시에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위험을 낮춰도 암은 생길 수 있고, 암에 걸린 것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의지가 부족했다는 증거는 되지 않습니다.
검진이라는 저울
위험 이야기는 숫자를 정직하게 써야 합니다. 흡연과 폐암의 관계를 두고 위험이 몇 배라고만 말하면 절반의 정보입니다. 영국 의사들을 수십 년 추적한 코호트 연구에서 75세까지 폐암으로 사망할 누적 위험은 평생 비흡연자가 1퍼센트에 못 미쳤고 지속 흡연자는 15퍼센트를 넘었습니다. 상대위험으로는 수십 배지만 절대위험으로 옮기면 100명 중 몇 명이 몇 명으로 바뀌는지가 드러나죠. 두 표현을 함께 보아야 판단이 가능합니다.
검진도 같은 저울 위에 있습니다. 한쪽에는 성적이 분명한 검진이 있습니다. 대장내시경에서 떼어 낸 용종은 암이 되기 전에 사라지고, 자궁경부 세포검사는 자궁경부암 사망을 실제로 크게 줄여 왔습니다. 다른 쪽에는 1강에서 본 갑상선암처럼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병변까지 찾아내 과잉 진단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검진은 진단 시점을 앞당기기만 해도 생존 기간이 길어 보이게 만듭니다. 이 착시를 선행시간 편향(lead time bias)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어떤 검진을 언제부터 얼마나 자주 받을지는 개인의 위험도에 따라 달라지고, 의료인과 상의해 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섯 갈래의 치료와 5년 생존율
치료는 크게 다섯 갈래입니다. 병소를 도려내는 수술,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두루 공격하는 항암화학요법, 국소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방사선치료, 암세포가 의존하는 특정 분자를 겨냥하는 표적치료, 그리고 환자 자신의 면역이 암을 다시 보게 만드는 면역치료입니다. 표적치료의 상징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이매티닙이고, 면역치료에서는 면역관문을 풀어 주는 전략을 연 앨리슨과 혼조가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성적표로 쓰이는 5년 생존율은 진단 후 5년을 넘긴 사람의 비율이며 완치율과 같은 말이 아닙니다. 5년 뒤 재발하는 암도 있고, 진단이 앞당겨지기만 해도 이 숫자는 올라갑니다. 그래서 치료가 정말 나아졌는지 보려면 인구 전체의 사망률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지표를 읽는 이 훈련은 의학의 도구 4강에서 이어집니다. 다음 강에서는 진단 순간보다 그 이후의 긴 시간이 더 중요한 병들, 만성질환을 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어떤 암은 찾아내면 목숨을 구하고 어떤 암은 찾아내는 것 자체가 해가 됩니다. 검진을 받기 전에는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면, 사회는 무엇을 기준으로 검진 권고를 정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