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설계 3강. 숨을 쉰다는 것의 실제
숨이 차오르는 그 급박한 느낌은 산소가 모자란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이산화탄소가 쌓였다는 신호입니다.
풀고 시작
나무 한 그루와 테니스 코트 반쪽
기관은 목 아래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고, 그 가지가 다시 갈라지기를 스무 번 넘게 반복합니다. 굵기는 매번 줄지만 개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단면적의 총합은 오히려 커지죠. 끝에 매달린 것이 폐포(alveolus)라는 얇은 공기주머니이고, 양쪽 폐를 합쳐 3억에서 5억 개 사이로 추정됩니다. 이것을 전부 펼치면 표면적이 70제곱미터에서 130제곱미터, 테니스 코트 절반 안팎이 됩니다. 부피 몇 리터짜리 장기에 이런 넓이를 우겨넣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가스는 넓은 면을 통과할수록 빨리 오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폐포 벽과 그것을 감싼 모세혈관 벽을 합쳐도 두께가 1마이크로미터가 안 됩니다. 넓고 얇게. 인체가 교환 장치를 설계할 때 쓰는 공식은 대체로 이 두 단어로 끝납니다.
산소를 퍼 올리는 펌프는 없습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오해합니다. 폐가 산소를 빨아들여 혈액에 밀어 넣는다고 생각하죠. 그런 펌프는 없습니다. 폐포와 모세혈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확산뿐입니다. 각 기체는 자기 분압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저절로 이동합니다. 폐포 공기의 산소 분압이 혈액보다 높으니 산소가 들어오고, 정맥혈의 이산화탄소 분압이 폐포보다 높으니 이산화탄소가 나갑니다. 몸이 하는 일은 확산 자체가 아니라 분압 차를 계속 유지하는 것입니다. 숨을 쉬어 폐포의 공기를 갈아 주고, 심장이 피를 계속 흘려보내 혈액 쪽을 새로 채우는 일이죠. 폐렴으로 폐포에 액체가 차거나 폐부종으로 막이 두꺼워지면 확산 거리가 늘어 산소가 잘 넘어오지 못합니다. 고장의 자리가 펌프가 아니라 막이라는 점이 호흡기 질환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몸이 만드는 것은 압력차입니다
그렇다면 공기는 어떻게 들어올까요. 우리는 공기를 삼키는 것이 아니라 음압으로 빨아들입니다. 폐는 근육이 없어 스스로 부풀지 못합니다. 대신 아래쪽의 횡격막이 수축해 평평해지고 갈비사이근이 갈비뼈를 들어 올리면 흉강의 부피가 커지고, 그러면 안쪽 압력이 대기압보다 낮아져 공기가 밀려 들어옵니다. 폐가 흉벽에 붙어 따라 움직이는 것은 두 겹의 흉막 사이에 얇은 액체층과 음압이 유지되기 때문이죠. 조용한 날숨은 아예 근육을 쓰지 않고 부풀었던 조직이 되돌아오는 탄성만으로 일어납니다. 이 구조를 알면 기흉이 왜 그렇게 급한 문제인지도 보입니다. 흉막강에 공기가 새어 들어가면 음압이 사라지고, 폐는 아무리 횡격막이 움직여도 따라 부풀지 못합니다. 통증과 함께 갑자기 숨이 가빠지는 증상이 응급으로 다뤄지는 이유입니다. 이런 증상은 스스로 판단할 영역이 아니라 곧장 진료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고도 4000미터에서 몸이 하는 일
1978년 라인홀트 메스너와 페터 하벨러가 산소통 없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을 때, 많은 생리학자가 놀랐습니다. 그 높이에서 대기압은 해수면의 3분의 1 수준이고 산소 분압도 그만큼 낮아지니까요. 갑자기 올라가면 몸은 우선 호흡과 심박을 늘립니다. 그런데 숨을 몰아쉬면 이산화탄소가 과하게 빠져나가 혈액이 알칼리 쪽으로 기울고, 그러면 호흡을 재촉하던 자극이 줄어듭니다. 며칠에 걸쳐 신장이 중탄산을 내보내 산성도를 맞추면서 이 제동이 풀리고, 동시에 신장이 낸 적혈구생성인자가 적혈구를 늘립니다. 이것이 순응(acclimatization)이고, 시간이 걸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세대를 넘긴 적응입니다. 안데스 고지대 주민은 헤모글로빈 농도를 높이는 쪽으로, 티베트 고원 주민은 농도를 크게 올리지 않고 혈류와 호흡을 늘리는 쪽으로 다르게 적응했습니다. 티베트인의 EPAS1 유전자 변이가 그 적응과 연관된다는 연구가 이어졌죠. 같은 문제에 두 가지 해법이 나온 셈입니다.
담배가 폐에 남기는 것은 냄새가 아닙니다
기도 표면은 점액과 섬모가 짝을 이룬 컨베이어 벨트입니다. 점액이 먼지와 세균을 붙잡으면 섬모가 그것을 목 쪽으로 밀어 올리죠. 담배 연기는 이 섬모의 운동을 마비시키고 점액 분비는 늘립니다. 청소부는 멈췄는데 쓰레기는 늘어난 상태가 만성기관지염의 그림입니다. 더 돌이키기 어려운 변화는 폐포에서 일어납니다. 만성 염증으로 폐포 벽이 무너지면 작은 방 여럿이 큰 방 하나로 합쳐지는데, 부피는 늘어도 교환에 쓸 표면적은 줄어듭니다. 이렇게 파괴된 폐포 벽은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숫자를 볼 때는 두 종류를 구분해야 합니다. 흡연자의 폐암 위험은 비흡연자의 십수 배에 이르지만(상대위험), 이것은 낮은 기준값에 곱해진 값입니다. 절대위험으로 말하면 영국 의사들을 50년간 추적한 돌과 페토의 연구에서 지속 흡연자의 약 절반이 흡연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고 평균 수명이 10년쯤 짧았습니다. 같은 연구가 준 더 중요한 소식은 금연의 효과였습니다. 이르게 끊을수록 잃었던 기대여명의 상당 부분이 되돌아왔습니다. 폐포는 복구되지 않지만 앞으로의 위험 곡선은 바뀝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호흡 조절이 산소가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주된 기준으로 삼도록 진화한 것은 어떤 환경에서 유리했을까요. 그 선택이 불리해지는 상황은 언제일까요.
- 파괴된 폐포는 복구되지 않지만 앞으로의 위험은 바뀝니다. 이런 비대칭은 건강 정보를 전달할 때 어떻게 설명해야 오해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