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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설계 1강. 37조 개의 세포가 한 몸이 되는 법

세포 하나는 자기가 누구의 일부인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몸은 하나로 움직입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혈관은 인체의 구성 위계에서 조직일까요, 기관일까요?
혈관 벽은 안쪽의 내피(상피조직), 가운데의 평활근(근육조직), 바깥의 결합조직이 겹쳐진 구조이고 신경도 분포합니다. 여러 조직이 모여 하나의 기능 단위를 이루면 기관이며, 크기나 모양은 기준이 아닙니다.

세포에서 개체까지, 네 개의 계단

당신 몸에 세포가 몇 개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래 인용되던 100조 개라는 숫자도 출처가 흐릿한 어림값이었죠. 2013년 이탈리아 연구진(비안코니 등)이 기관마다 부피와 세포 밀도를 따져 하나씩 합산했더니 성인 기준 약 37조 개(3.72 × 10¹³)라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진짜 질문은 그다음입니다. 이 37조 개가 어떻게 한 사람이 될까요. 답은 계단입니다. 같은 일을 하는 세포들이 모여 조직(tissue)이 되고, 여러 조직이 층을 이뤄 하나의 기능 단위인 기관(organ)을 만들며, 목적을 공유하는 기관들이 기관계(organ system)로 묶이고, 그것들이 합쳐져 개체가 됩니다. 계단을 하나 오를 때마다 아래층에 없던 성질이 생긴다는 점이 핵심이죠. 심근세포 하나는 배양 접시에서도 혼자 뜁니다. 그런데 피를 온몸으로 보내지는 못합니다. 박동을 순환으로 바꾸는 것은 세포의 능력이 아니라 세포들의 배치입니다. 세포 자체의 작동 원리는 생물학 서가 세포 과목에서 이미 다뤘으니, 여기서는 그 위층부터 올라가 보겠습니다.

몸을 짓는 재료는 네 가지뿐입니다

현미경이 널리 쓰이기 전에 조직을 먼저 알아본 사람이 있습니다. 프랑스 해부학자 자비에 비샤(Xavier Bichat)는 오히려 현미경을 신뢰하지 않았고, 시신 조직을 삶고 말리고 산에 담그는 거친 방법으로 인체를 21종의 조직으로 갈라냈습니다. 서른 살에 세상을 떠났지만 병은 기관이 아니라 조직에서 시작한다는 그의 발상은 근대 병리학의 문을 열었죠. 오늘날 조직은 네 갈래로 정리됩니다. 상피조직은 몸의 안팎 경계를 빠짐없이 덮으면서 무엇을 들이고 무엇을 막을지 결정합니다. 결합조직은 세포보다 세포가 뱉어 낸 바탕질이 주인공인 조직이라 뼈와 연골, 지방, 심지어 혈액까지 여기에 들어갑니다. 근육조직은 수축이라는 단 하나의 재주로 움직임과 순환과 소화를 전부 떠맡고, 신경조직은 전기 신호로 그 모든 일의 타이밍을 맞춥니다. 몸 어디를 잘라 보아도 결국 이 네 재료의 조합입니다. 이 분류는 병을 이해할 때도 그대로 쓰입니다. 사람에게 생기는 암의 대부분이 상피에서 출발하는 암종인데, 상피가 늘 외부와 부딪히며 가장 빠르게 분열해 교체되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비샤의 직감대로 병의 성격은 어느 기관인가보다 어느 조직인가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항상성: 안을 지켜야 밖에서 자유롭다

1865년 클로드 베르나르(Claude Bernard)는 묘한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 세포가 실제로 사는 곳은 바깥세상이 아니라 세포를 적시는 체액, 곧 내부 환경(milieu intérieur)이며, 자유로운 삶의 조건은 이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지키는 것이라고요. 60여 년 뒤 미국의 월터 캐넌(Walter Cannon)이 여기에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방식은 대부분 음성 피드백입니다. 기준에서 벗어난 변화를 감지하면 그것을 되돌리는 쪽으로 반응하죠. 체온이 오르면 피부 혈관이 넓어지고 땀이 나며, 떨어지면 혈관이 좁아지고 몸이 떨립니다. 그래서 검사지의 정상치는 점이 아니라 범위로 적힙니다. 몸은 값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며 되돌아오는 중이니까요.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출산의 진통이나 상처 부위의 혈액 응고처럼 일단 시작되면 스스로를 증폭시켜 끝을 봐야 하는 과정에서는 양성 피드백이 쓰입니다. 되돌리기가 기본값이고 밀어붙이기는 목적이 분명할 때만 허용되는 예외인 셈이죠. 이 회로가 실제로 어떤 기관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조절과 방어 4강에서 따로 다룹니다. 같은 이유로 수치 하나가 범위를 살짝 벗어났다고 스스로 병명을 붙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 값이 무슨 뜻인지는 다른 소견과 함께 의료인이 읽어야 합니다.

기관계라는 지도, 그리고 그 지도의 한계

교과서는 인체를 순환계, 호흡계, 소화계, 근골격계처럼 열한 개 안팎의 기관계로 나눕니다. 유용한 지도입니다. 배우기 쉽고, 증상이 어느 동네에서 났는지 짐작하게 해 주죠. 그런데 몸은 이 선을 별로 존중하지 않습니다. 췌장은 소화효소를 뿜는 소화계이면서 인슐린을 내보내는 내분비계입니다. 신장은 오줌을 만드는 비뇨계이지만 동시에 혈압을 조절하고, 적혈구 생성을 자극하는 호르몬을 내며, 비타민 D를 활성형으로 바꿉니다. 심장이 힘을 잃으면 폐에 물이 차고 신장 기능이 떨어지고 간이 붓습니다. 병이 계통을 건너 번지는 것이죠. 그래서 임상에서는 계통별로 훑어보되 결론은 사람 전체를 놓고 냅니다. 지도는 지형이 아니라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기관계는 여전히 가장 쓸모 있는 입구입니다. 다음 강에서는 그 첫 계통, 하루도 쉬지 않는 순환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위계의 계단을 오를 때마다 새로운 성질이 나타난다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요?
심근세포 하나도 박동하지만 순환은 심장이라는 배치가 있어야 생깁니다. 부품의 목록이 아니라 부품 사이의 관계가 새 기능을 만든다는 것이 위계 개념의 핵심이죠. 세포의 유전자 구성은 위층으로 간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문제 2. 혈액이 결합조직으로 분류되는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무엇일까요?
결합조직의 정의는 이름의 어감처럼 무언가를 이어 준다는 데 있지 않고, 세포가 자기 바깥에 만들어 놓은 바탕질이 조직의 성질을 결정한다는 구조에 있습니다. 혈액은 바탕질이 액체인 혈장일 뿐 같은 짜임새를 갖습니다.
문제 3. 체온 조절에서 작동하는 음성 피드백을 바르게 설명한 것은 무엇일까요?
음성 피드백은 벗어난 만큼 반대로 밀어 되돌리는 구조라서, 값은 고정되지 않고 기준 주변에서 흔들립니다. 검사 정상치가 한 점이 아니라 범위로 적히는 이유가 여기 있죠. 첫 보기는 양성 피드백에 대한 설명입니다.
문제 4. 췌장과 신장의 사례가 기관계 구분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췌장은 소화계이자 내분비계이고, 신장은 비뇨계이면서 혈압과 조혈, 비타민 D 활성화에도 관여합니다. 구분이 무용하다는 뜻이 아니라 지형이 아니라 지도라는 뜻이며, 그래서 결론은 사람 전체를 놓고 냅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몸을 기관계로 나누어 배우는 방식은 이해를 돕기도 하고 시야를 좁히기도 합니다. 여러 계통에 걸친 병을 잘 다루려면 의학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 항상성이 "정상 범위를 지키는 일"이라면, 사람마다 다른 기준값을 가진 경우 무엇을 정상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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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지 · 궁금하면 모던지 GitHub ·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