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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는 법 1강. 악보를 못 읽어도 되는 이유

악보는 음악을 적어 두는 도구일 뿐, 음악을 듣는 기관은 처음부터 여러분의 귀입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똑같은 높이의 음을 똑같은 세기로 낼 때 우리가 두 악기를 구별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같은 높이의 음이라도 악기마다 함께 울리는 배음의 세기 분포가 다르고, 소리가 붙는 첫 순간의 잡음도 다릅니다. 이 둘이 합쳐진 것이 음색입니다. 높이나 길이가 같다는 것은 문제의 전제이므로 답이 될 수 없고, 조성은 곡 전체의 문제라 악기 구별과는 층위가 다릅니다.

귀는 이미 다 듣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전화로 "여보세요" 한마디만 해도 우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급한지 지친지, 화면 너머에서 웃고 있는지를 순식간에 판단합니다. 이 판단에 쓰인 것이 음악의 재료 전부입니다. 목소리의 높낮이가 음높이, 말이 끊기고 이어지는 간격이 리듬, 여러 소리가 겹칠 때 생기는 색이 화성, 그 사람만의 목소리 질감이 음색입니다. 여러분은 악보를 못 읽어도 이 넷을 이미 구별하고 있습니다.

음색이 특히 재미있습니다. 첼로의 라와 트럼펫의 라는 진동수가 같은데도 절대 헷갈리지 않습니다. 기본음 위에 함께 딸려 울리는 배음들의 세기가 악기마다 다르고, 활이 현에 닿거나 입술이 마우스피스에 붙는 첫 0.1초의 잡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녹음에서 이 시작 부분만 잘라 내면 훈련된 청자도 악기를 맞히는 정확도가 뚝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음색"이라고 부르는 것의 상당 부분이 실은 소리가 시작되는 방식이라는 뜻이죠.

같은 것이 돌아와야 음악이 됩니다

무작위 소리의 나열은 아무리 들어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곡이 이해 가능해지는 순간은 무언가가 되돌아올 때입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1808년 초연)은 세 번 짧게 치고 한 번 길게 눌러 앉는 네 음의 동기 하나를 30분 넘게 뒤집고 늘이고 쪼갭니다. 처음 들어도 "아까 그거"라는 감각이 생기고, 그 감각이 생기는 순간 우리는 이미 곡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라벨의 「볼레로」(1928년 초연)는 이 원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인 실험입니다. 작은북이 같은 리듬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드리는 위로 두 개의 선율이 모습을 바꾸지 않은 채 15분 내내 번갈아 돌아옵니다. 바뀌는 것은 그 선율을 누가 연주하느냐, 곧 음색과 음량뿐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끝까지 듣고 압도당합니다. 반복이 지루함이 아니라 긴장을 만들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음악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능력은 기억이지 지식이 아닙니다.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소리

노래방에서 마지막 음이 어정쩡하게 끝나면 온몸이 불편해집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우리는 "여기서 끝나야 한다"는 자리를 압니다. 조성(tonality)이란 여러 음 가운데 하나가 중력의 중심이 되어 나머지가 그리로 끌려가는 체계입니다. 그 중심에서 멀어지면 긴장이 쌓이고, 돌아오면 풀립니다. 서양 음악 300년은 이 긴장과 해소를 언제 어떻게 줄지 조절해 온 역사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작곡가들은 곧 해소를 미루는 것이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1865년 초연)는 첫머리부터 풀릴 듯 풀리지 않는 화음을 던져 놓고 네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애를 태웁니다. 이 지연이 너무 멀리 나가면 중심 자체가 흐릿해지는데, 그 끝에서 20세기 음악이 조성을 놓아 버립니다. 그 이야기는 2강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다만 이 중력이 음악의 보편 문법인 것은 아닙니다. 인도의 라가나 우리 국악의 선법은 화음이 끌어당기는 방식이 아니라 중심 음을 계속 울려 두거나 선율이 오르내리는 길을 정해 두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조성은 세계의 기본값이 아니라 유럽이 몇 백 년에 걸쳐 다듬은 하나의 선택이었던 셈이고, 그 다른 격자들은 4강에서 만나 보겠습니다.

아는 만큼 들린다는 말의 함정

"클래식은 공부해야 들린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배경 지식은 즐거움을 늘려 주지만 입장권은 아닙니다. 정작 그 음악이 처음 연주되던 시절의 객석은 지금보다 훨씬 소란했습니다. 모차르트는 1778년 파리에서 교향곡 K. 297을 초연한 뒤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청중이 첫 악장 도중 마음에 드는 대목에서 박수를 쳤다고 흡족하게 적었습니다. 악장 사이에 기침도 참는 오늘의 관습은 19세기 후반에 굳어진 비교적 최근의 예절입니다.

그러니 순서를 뒤집는 편이 낫습니다. 먼저 듣고, 어딘가 걸리는 대목이 생기면 그때 찾아보는 것입니다. 지식이 감상을 여는 것이 아니라 감상이 지식을 부르는 순서가 훨씬 잘 작동합니다.

흘려보낼 때와 붙잡을 때

같은 곡도 듣는 방식에 따라 다른 물건이 됩니다. 에릭 사티는 1917년 무렵 아예 듣지 말라고 만든 음악을 구상하고 「가구 음악」이라 불렀습니다. 1920년 파리의 한 화랑에서 연극 막간에 이 음악을 처음 선보였는데, 관객이 자리에 앉아 조용히 경청하자 그러지 말고 계속 대화하라고 청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1930년대 미국의 무자크는 이 발상을 상업화해 공장과 엘리베이터에 음악을 깔았고, 브라이언 이노는 「Music for Airports」(1978)로 흘려들어도 되고 집중해도 되는 음악을 다시 제안했습니다. 반대편에서 접근한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의 작곡가 폴린 올리베로스(1932~2016)는 연주자만 훈련할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도 훈련해야 한다고 보고, 주변에서 나는 모든 소리에 의식적으로 귀를 여는 연습을 제안하며 이를 깊이 듣기(Deep Listening)라 불렀습니다.

집중 청취에는 요령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선율만 따라가고, 두 번째에는 저음 악기만 쫓아가고, 세 번째에는 언제 소리가 두꺼워지는지만 표시해 보는 식입니다. 한 번에 하나씩만 듣는 것이 핵심입니다. 음악을 못 듣는 귀는 없고, 아직 무엇을 들을지 정하지 않은 귀가 있을 뿐입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본문이 라벨의 볼레로를 예로 들어 설명한 것은 무엇인가요?
볼레로는 선율을 거의 그대로 두고 연주 악기와 음량만 바꾸며 15분을 끌고 갑니다. 반복이 축적되며 긴장이 커지는 사례로 제시되었습니다. 조성 붕괴는 다른 절의 주제이고, 이 곡은 오히려 악보를 몰라도 구조가 들리는 예에 가깝습니다.
문제 2. 본문이 설명한 조성의 작동 방식은 무엇인가요?
조성은 한 음이 중력의 중심이 되고 나머지가 그리로 끌리는 체계입니다. 그래서 이탈은 긴장으로, 복귀는 해소로 들립니다. 모든 음을 동등하게 다루는 것은 20세기의 반대 시도이고, 배음이나 선율 반복은 다른 재료의 문제입니다.
문제 3. 모차르트가 1778년 파리 교향곡 초연을 두고 아버지에게 전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당시 객석은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웠고 연주 도중의 박수가 호평의 표시였습니다. 악장 사이에도 조용히 하는 관습은 19세기 후반에 자리 잡은 비교적 늦은 예절이므로, 침묵을 전제한 선택지들은 시대를 거꾸로 읽은 것입니다.
문제 4. 본문이 권한 집중 청취의 요령은 무엇인가요?
선율만, 저음만, 소리가 두꺼워지는 지점만 하는 식으로 대상을 하나로 좁히는 방법입니다. 본문은 오히려 먼저 듣고 나중에 찾아보는 순서를 권했으므로 사전 조사나 악보 대조를 앞세우는 선택지는 취지에서 벗어납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1. 여러분이 자주 배경으로 틀어 두는 곡 하나를 오늘은 눈을 감고 저음만 따라가며 들어 보세요. 같은 곡이 다른 곡처럼 들린다면, 그 차이는 음악에서 온 것일까요 아니면 듣는 방식에서 온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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