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문명 4강. 화학산업과 환경: 양날의 검
공기에서 빵을 만든 기술이 세계 인구를 네 배로 늘렸고, 해충을 잡던 기적의 분자가 새의 노래를 지웠습니다. 화학 산업의 역사는 언제나 두 장부를 동시에 씁니다.
풀고 시작
하버-보슈: 공기로 빵을 만들다
질소는 대기의 약 78%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N₂의 삼중결합이 워낙 단단해서 식물은 그대로 쓰지 못하죠. 20세기 초까지 농업은 콩과식물의 뿌리혹박테리아와 칠레 초석 같은 한정된 질소원에 묶여 있었고, 식량 생산의 상한이 곧 인구의 상한이었습니다. 1909년 독일의 하버(F. Haber)가 고온·고압과 촉매로 공기 중 질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암모니아(NH₃)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고, BASF의 보슈(C. Bosch)가 이를 산업 규모로 키웠습니다. 공기에서 비료를 만드는 이 공정 덕에 세계 인구는 1900년 약 16억에서 오늘날 80억을 넘었고, 현재 인류의 몸을 이루는 질소의 상당 부분이 이 공정을 거쳐 왔다고 평가됩니다. 그러나 같은 하버는 1차 대전에서 독가스전을 주도했고, 과잉 살포된 질소 비료는 강과 바다의 부영양화를 일으킵니다. 화학 산업의 양면성이 한 인물, 한 반응 안에 응축되어 있죠.
DDT와 침묵의 봄: 경고의 탄생
DDT는 값싸고 강력한 살충제로, 말라리아와 발진티푸스를 억제해 수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 그 공로로 뮐러(P. Müller)는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죠. 그런데 반전은 분자의 안정성에서 왔습니다. DDT는 잘 분해되지 않고 지방에 축적되어, 먹이사슬을 오를수록 농도가 짙어지는 생물농축을 일으켰습니다. 맹금류의 알껍데기가 얇아져 번식이 무너지는 일이 관찰됐죠. 1962년 해양생물학자 카슨(R. Carson)은 『침묵의 봄』에서 이 증거들을 모아, 새소리가 사라진 봄이라는 이미지로 대중에게 물었습니다. 화학 산업의 거센 반발에도 책은 살아남았고, 미국 환경보호청 설립과 1972년 미국 내 DDT 농업 사용 금지로 이어졌습니다. 물질의 편익과 위해를 사회가 함께 계산해야 한다는 현대 환경 규제의 사고방식이 이 책에서 출발했습니다.
오존층과 몬트리올: 성공한 국제 협력
냉매와 스프레이 분사제로 쓰인 프레온(CFC)은 무독성에 불연성, 완벽해 보이는 분자였습니다. 1974년 몰리나(M. Molina)와 롤런드(F. S. Rowland)는 바로 이 안정성이 함정임을 지적했죠. CFC는 분해되지 않은 채 성층권까지 올라가 자외선에 쪼개지고, 거기서 나온 염소 원자가 촉매처럼 작동해 오존 분자를 연쇄적으로 파괴합니다. 1985년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이 실측으로 확인되자 세계는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로 CFC의 단계적 퇴출이 합의됐고, 이후 사실상 모든 나라가 비준했죠. 크뤼첸, 몰리나, 롤런드는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고, 오존층은 회복 궤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과학적 경고, 실측 증거, 대체 물질, 국제 조약이 맞물리면 지구 규모의 화학 문제도 풀 수 있다는 드문 성공 사례입니다.
플라스틱, 녹색화학, 그리고 남은 숙제
플라스틱은 가볍고 싸고 썩지 않아 20세기의 만능 재료가 됐지만, 바로 그 썩지 않음이 문제로 돌아왔습니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져 5m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바다와 토양, 생물의 몸속까지 퍼졌고, 장기적 영향은 아직 연구 중이죠. 이런 뒷감당의 반복을 끊으려는 흐름이 녹색화학(green chemistry)입니다. 1998년 아나스타스(P. Anastas)와 워너(J. Warner)가 정리한 12원칙의 핵심은 간명합니다. 폐기물은 생기고 나서 처리하지 말고 설계 단계에서 예방하라. 원료의 원자가 최대한 제품에 들어가게 하고, 유해한 용매와 시약을 피하고, 분해될 것을 미리 생각해 설계하라. 화학 산업의 다음 세기는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뒷감당까지 설계하는 능력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CO₂와 기후처럼 지구 전체를 무대로 하는 문제는 지구와 우주 서가(지구와 우주 서가)에서 이어서 다룹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CFC 퇴출은 성공했는데 CO₂ 감축은 왜 훨씬 어려울까요. 대체재의 유무, 관련 산업의 규모, 이해 당사국의 수라는 세 변수로 두 문제를 비교해 보세요.
- 하버는 인류를 먹인 공로로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동시에 독가스전의 책임자였습니다. 과학자의 업적과 책임은 분리해서 평가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