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과 분자 1강. 화학결합: 원자는 왜 뭉치는가
원자가 뭉치는 이유는 사랑도 본능도 아닙니다. 함께 있을 때 에너지가 더 낮아지기 때문이죠.
풀고 시작
모든 결합의 공통 원리는 에너지다
원자들은 왜 서로 붙어 있을까요? 공을 놓으면 아래로 굴러 내려가듯, 원자들의 세계도 에너지가 낮은 쪽으로 움직입니다. 두 원자가 가까워질 때 전자와 핵의 배치가 잘 맞으면 계 전체의 에너지가 내려가고, 그 낮아진 만큼이 결합을 끊는 데 필요한 결합 에너지가 됩니다. 수소 분자 H₂를 두 원자로 떼어놓으려면 1몰당 436 kJ의 에너지를 넣어야 하죠. 결합이란 신비한 접착제가 아니라, 원자들이 에너지 골짜기에 함께 굴러 들어간 상태입니다. 그리고 골짜기에 이르는 길이 여러 갈래라서 결합의 종류가 나뉩니다.
전자를 주고받는다: 이온결합
소금 NaCl이 첫 번째 길입니다. 나트륨은 전자 하나를 내주기 쉽고 염소는 하나를 받기 쉽습니다. 전자가 건너가면 Na⁺와 Cl⁻라는 반대 전하의 이온이 생기고, 이들이 정전기적 인력으로 서로를 붙잡죠. 이것이 이온결합입니다. 소금 결정에서는 특정한 두 이온이 짝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양이온과 음이온이 교대로 쌓인 거대한 격자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소금은 녹는점이 801℃로 높고, 망치로 치면 같은 전하끼리 마주치는 순간 격자가 쪼개져 부스러지며, 물에 녹거나 녹은 상태에서만 전기를 통합니다.
전자를 공유한다: 루이스의 전자쌍
비금속끼리는 전자를 뺏고 빼앗길 만큼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뭉칠까요? 미국 화학자 루이스(G. N. Lewis)는 1916년 논문에서 두 원자가 전자쌍을 공유하며 결합한다는 착상을 내놓았습니다. 이것이 공유결합입니다. 원소 기호 둘레에 점으로 전자를 그리는 루이스 구조는 지금도 화학의 기본 언어죠. 공유하는 전자쌍이 하나면 단일결합, 둘이면 이중결합(O₂), 셋이면 삼중결합(N₂)이며, 많이 공유할수록 결합은 대체로 짧고 강해집니다. 루이스는 노벨상 후보에 수십 차례 올랐으나 끝내 받지 못한 채 1946년 실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의 전자쌍이 왜 안정한지는 1927년 하이틀러와 런던이 양자역학으로 비로소 설명했죠.
전자의 바다: 금속결합
금속 원자들은 최외각 전자를 느슨하게 붙들고 있어서, 모이면 전자들이 특정 원자에 소속되지 않고 결정 전체를 자유롭게 떠도는 전자 바다를 이룹니다. 양이온 격자를 전자 바다가 적셔 붙잡는 이 방식이 금속결합입니다. 금속의 성질이 여기서 다 나오죠. 자유전자가 흐르므로 전기와 열을 잘 통하고, 빛을 반사해 광택이 나며, 원자층이 미끄러져도 전자 바다가 계속 붙잡아 주므로 부서지지 않고 두드려 펴집니다(전성·연성). 소금은 깨지고 구리는 펴지는 차이가 결합 방식의 차이입니다.
옥텟 규칙: 좋은 지도지만 영토는 아니다
세 결합 모두에서 원자들은 대체로 최외각 전자 8개, 즉 비활성 기체와 같은 배치를 향해 갑니다. 이 옥텟 규칙은 분자식을 예측하는 강력한 지름길이죠. 그러나 어디까지나 경험 법칙입니다. 수소는 2개로 만족하고, BF₃의 붕소는 6개에 머물며, SF₆의 황은 12개를 두르고, NO는 홀수 전자를 가진 채 존재합니다. 규칙의 유용성과 한계를 함께 아는 것이 화학적 성숙입니다. 다음 강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결합들이 3차원 공간에서 어떤 모양을 이루는지, 그 모양이 왜 성질을 결정하는지 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은 정말 다른 종류일까요, 아니면 전자 치우침 정도가 다른 하나의 연속선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