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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과 분자 3강. 분자간 힘: 세 가지 상태의 비밀

물이 끓을 때 끊어지는 것은 수소와 산소의 결합이 아닙니다. 물 분자들 사이의 약한 손잡음이죠.

풀고 시작

문제 1. 주전자의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될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무엇일까요?
수증기도 여전히 H₂O 분자입니다. 끓음은 분자 안의 결합이 아니라 분자들 사이의 수소결합이 끊기는 사건이죠. O-H 결합을 실제로 끊으려면 끓이는 정도가 아니라 전기분해 수준의 훨씬 큰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분자 안의 결합, 분자 사이의 힘

지난 두 강에서 본 것은 분자 내 결합, 즉 한 분자를 이루는 원자들 사이의 공유결합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다른 층위입니다. 완성된 분자와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분자간 힘(intermolecular force)이죠. 두 층위의 세기 차이가 핵심입니다. 물의 O-H 공유결합을 끊으려면 1몰당 약 463 kJ가 들지만, 물 분자 사이의 수소결합은 20 kJ 남짓이면 끊깁니다. 스무 배가 넘는 차이죠. 그래서 물을 끓여도 물 분자는 멀쩡하고, 분자들 사이의 손잡음만 풀립니다. 녹는점과 끓는점, 증발과 응결, 고체의 단단함 같은 일상의 물리적 성질은 대부분 결합이 아니라 분자간 힘의 이야기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힘: 반데르발스 힘과 게코 도마뱀

접착제도 빨판도 없이 유리 천장에 매달리는 동물이 있습니다. 그 비밀을 풀려면 먼저 무극성 분자들 사이의 인력을 봐야 하죠. 전자는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어느 순간 분자 한쪽에 우연히 몰릴 수 있고, 그 찰나의 전하 치우침이 이웃 분자의 전자를 유도해 함께 치우치게 만듭니다. 이 순간쌍극자들 사이의 약한 인력이 분산력이며, 극성 분자끼리의 인력까지 묶어 넓게 반데르발스 힘이라 부릅니다. 네덜란드의 반데르발스(J. D. van der Waals)가 1873년 박사논문에서 기체 분자 사이의 인력을 도입해 기체와 액체를 하나의 식으로 이었고, 19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죠. 하나하나는 미약하지만 합치면 강합니다. 게코 도마뱀은 발바닥의 수백만 개 미세 강모를 통해 벽면 분자들과 막대한 수의 반데르발스 접촉을 만들어 유리 천장에도 매달립니다. 2000년대 초 오텀(K. Autumn) 연구진이 이를 실험으로 확인했고, 접착제 없는 접착 기술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강한 손잡음: 수소결합

분자간 힘 중 가장 강한 것이 수소결합입니다. 수소가 전기음성도가 큰 N, O, F에 붙으면 전자를 거의 뺏겨 노출된 양전하가 되고, 이웃 분자의 비공유 전자쌍이 그 수소를 강하게 끌어당기죠. 이름은 결합이지만 공유결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세기의 분자간 힘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 세기가 세상을 바꿉니다. 황화수소 H₂S는 물과 구조가 닮았지만 수소결합이 약해 끓는점이 영하 60℃, 물은 수소결합 덕에 100℃입니다. 수소결합이 없었다면 물은 상온에서 기체였을 겁니다. DNA 이중나선의 두 가닥을 붙잡는 것도 수소결합이죠. 끊고 다시 잇기 쉬운 딱 그 세기라서 유전정보를 복제할 수 있는 겁니다.

세 가지 상태는 힘겨루기의 결과다

고체, 액체, 기체는 물질의 세 가지 상태이며, 그 정체는 분자간 힘과 열운동의 힘겨루기입니다. 분자간 힘이 압도하면 분자들이 제자리에 묶인 고체, 힘이 붙잡되 자리는 바꿀 수 있으면 액체, 열운동이 압도해 분자가 뿔뿔이 흩어지면 기체가 되죠. 온도를 올린다는 것은 열운동 쪽에 힘을 실어 주는 일이고, 녹는점과 끓는점은 힘겨루기의 역전 지점입니다. 그래서 분자간 힘이 강한 물질일수록 녹는점과 끓는점이 높습니다. 상변화는 화학 변화가 아니라 분자 배열의 변화일 뿐이며, 분자 자체는 그대로입니다. 다음 강에서는 이 도구들로 지구에서 가장 이상한 액체, 물을 해부합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분자 내 결합과 분자간 힘의 구분으로 옳은 것은 무엇일까요?
공유결합(수백 kJ/mol)과 분자간 힘(수~수십 kJ/mol)은 층위와 세기가 다릅니다. 증발이나 끓음은 분자간 힘만 끊는 사건이므로 물리적 성질을 지배하죠. 무극성 분자 사이에도 분산력이 항상 작용하므로 마지막 보기도 틀렸습니다.
문제 2. 게코 도마뱀이 접착제 없이 유리 천장에 매달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반데르발스 힘은 개별적으로는 미약하지만 접촉점 수에 비례해 커집니다. 오텀 연구진은 강모 하나의 부착력을 측정해 반데르발스 힘만으로 체중 지탱이 설명됨을 보였죠. 공유결합이 생긴다면 발을 뗄 때마다 결합을 끊어야 하므로 걸을 수 없습니다.
문제 3. H₂S의 끓는점은 영하 60℃인데 H₂O는 100℃입니다. 이 큰 차이의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분자량은 오히려 H₂S가 크므로 분산력만 따지면 H₂S의 끓는점이 더 높아야 합니다. 역전의 원인은 O-H 수소결합이죠. 끓는점은 분자 내 결합 세기가 아니라 분자간 힘의 문제라는 이 강의 핵심 구분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문제 4. 고체, 액체, 기체 상태의 차이를 가장 정확히 설명한 것은 무엇일까요?
상변화는 분자는 그대로 둔 채 배열만 바꾸는 물리 변화입니다. 분자간 힘이 우세하면 고체, 팽팽하면 액체, 열운동이 우세하면 기체가 되죠. 오히려 기체는 분자간 힘의 영향이 가장 작은 상태이므로 마지막 보기는 거꾸로입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수소결합이 지금보다 두 배 강했다면 생명은 가능했을까요? DNA 복제와 물의 증발을 함께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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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지 · 궁금하면 모던지 GitHub ·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