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와 원소 3강. 주기율표: 화학의 지도
멘델레예프의 위대함은 표를 채운 데 있지 않습니다. 비워 둔 데 있죠.
풀고 시작
규칙성의 냄새: 세쌍원소에서 옥타브까지
19세기 초 원소가 수십 종으로 불어나자 화학자들은 목록 속에서 패턴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어딘가 규칙이 숨어 있는 냄새가 났거든요. 1829년 독일의 되베라이너(Döbereiner)는 성질이 비슷한 원소들이 셋씩 묶인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염소·브로민·아이오딘, 칼슘·스트론튬·바륨 같은 세쌍원소(triad)에서 가운데 원소의 원자량이 양끝 원소 원자량의 평균과 거의 일치했던 겁니다. 1865년 영국의 뉴랜즈(Newlands)는 원소를 원자량 순으로 늘어놓으면 여덟 번째마다 비슷한 성질이 돌아온다는 옥타브 법칙을 제안했다가, 학회에서 "알파벳순으로 늘어놓지 그러느냐"는 조롱을 받았습니다. 규칙성의 냄새는 짙어졌지만, 아직 부분 패턴이었고 예외가 많았죠.
멘델레예프: 빈칸의 용기
러시아의 멘델레예프(Mendeleev)는 화학 교과서를 쓰다가 원소들을 어떤 순서로 소개할지 고민했고, 원소 카드를 만들어 배열을 궁리했습니다. 1869년 그가 발표한 주기율표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원소를 원자량 순으로 배열하면 성질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이죠.
그의 표가 경쟁자들(같은 시기 독일의 마이어도 유사한 표를 만들었습니다)과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규칙이 깨지는 자리에서 규칙 대신 데이터를 의심했습니다. 알려진 원자량과 자리가 안 맞으면 원자량 측정이 틀렸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몇몇은 재측정에서 그가 옳았죠. 둘째, 자리에 맞는 원소가 없으면 빈칸을 남기고 미래의 원소를 예측했습니다. 그는 "에카알루미늄"과 "에카규소"의 원자량, 밀도, 녹는점, 산화물의 화학식까지 구체적 수치로 내놨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요? 1875년 프랑스에서 발견된 갈륨이 에카알루미늄의 예측치와 맞아떨어졌고(밀도는 멘델레예프의 예측이 최초 측정값보다 정확해, 재측정 끝에 그의 값이 옳았음이 확인됐습니다), 1886년 독일에서 발견된 저마늄이 에카규소와 일치했습니다. 예측하고 적중하는 이론, 주기율표는 그렇게 화학의 지도가 됐죠.
주기성의 근본 이유: 전자 배치
그런데 왜 성질이 반복되는 걸까요? 멘델레예프 자신도 몰랐습니다. 답은 20세기에 왔죠. 1913년 모즐리(Moseley)는 X선 실험으로 원소의 진짜 순서가 원자량이 아니라 핵의 양성자 수, 즉 원자 번호임을 밝혔습니다. 멘델레예프를 괴롭히던 순서 역전(텔루륨과 아이오딘은 원자량 순서와 성질 순서가 어긋납니다)이 이것으로 해소됐습니다.
주기성의 원인은 2강에서 본 전자 구조에 있습니다. 전자는 에너지 껍질에 정원이 정해진 채 차곡차곡 채워지고, 화학적 성질은 주로 가장 바깥 껍질의 전자(원자가 전자)가 결정합니다. 원자 번호가 커지며 바깥 전자 수가 1, 2, 3...으로 늘다가 껍질이 차면 다시 1부터 시작하죠. 성질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바깥 전자 배치가 주기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왜 껍질마다 정원이 2, 8, 18개인지는 물리학 서가의 양자역학 과목에서 다룹니다.
현대 주기율표 읽는 법
현대 주기율표는 원자 번호 순, 7개의 가로줄(주기)과 18개의 세로줄(족)로 짜여 있습니다. 읽는 법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같은 족은 원자가 전자 수가 같아 화학적 성질이 닮았습니다. 1족 알칼리 금속은 전자 하나를 잘 내놓아 격렬히 반응하고, 17족 할로젠은 전자 하나를 잘 받으며, 18족 비활성 기체는 껍질이 꽉 차서 거의 반응하지 않죠. 같은 주기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금속성이 줄고 비금속성이 커지는 등 성질이 점진적으로 변합니다. 표에서 원소의 자리를 알면 그 원소가 무엇과 어떻게 결합할지 대략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 결합의 원리가 다음 과목, 결합과 분자의 주제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멘델레예프는 예측 적중으로 유명해졌지만 틀린 예측(에테르 원소 등)도 있었습니다. 이론의 가치는 적중률로 재야 할까요?
- 주기율표는 "발견"일까요, "발명"일까요? 외계 문명의 화학자도 같은 표를 만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