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문명 2강. 연소와 배터리: 에너지의 화학
장작불에서 리튬이온 전지까지, 문명의 에너지 기술은 결국 하나의 반응, 즉 전자를 빼앗고 빼앗기는 산화환원의 변주입니다.
풀고 시작
연소: 인류 최초의 화학 기술
불 피우기는 인류가 처음 장악한 화학 반응입니다. 그런데 그 정체가 밝혀진 것은 의외로 늦었습니다. 18세기 후반 라부아지에(A. Lavoisier)가 정밀한 저울로 연소 전후의 질량을 추적하고서야 연소는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는 반응임이 확립됐죠. 타는 물질에서 플로지스톤이라는 성분이 빠져나간다던 기존 이론은 폐기됐습니다. 현대적으로 쓰면 탄화수소 연료의 연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메테인의 경우 CH₄ + 2O₂ → CO₂ + 2H₂O. 탄소와 수소가 산소에게 전자를 내주며 더 안정한 결합으로 재배열되고, 그 결합 에너지 차이가 열과 빛으로 방출됩니다. 요리, 난방, 제련, 증기기관, 내연기관까지, 문명의 동력 대부분이 이 한 줄의 반응식 위에 서 있었습니다. 앞 강에서 본 철기 문명 역시 목탄과 코크스의 연소 없이는 불가능했죠. 재료의 역사와 에너지의 역사는 같은 반응을 공유합니다.
화석연료: 수억 년 치 태양의 저금
석탄과 석유는 땅에서 나는 돌이나 기름이 아닙니다. 고대 생물의 유해가 변한 농축된 태양 에너지입니다. 수억 년 전의 식물과 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태양 에너지를 화학 결합에 저장했고, 그 사체가 산소가 차단된 퇴적층에서 오랜 열과 압력을 받아 탄화수소로 변했죠.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이 저금을 꺼내 쓰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인출 속도입니다. 수억 년에 걸쳐 저장된 탄소를 몇 세기 만에 태우면서, 대기 중 CO₂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 약 280ppm에서 오늘날 420ppm을 넘는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연소의 생성물인 CO₂는 적외선을 흡수해 지구가 우주로 열을 내보내는 것을 방해합니다. 연소라는 축복의 반응식 오른쪽 항이 기후 문제의 왼쪽 항이 된 것이죠. 이 지구적 결과는 지구와 우주 서가(지구와 우주 서가)의 기후 강의에서 이어집니다.
배터리: 산화환원을 두 방으로 가르다
연소에서는 연료와 산소가 뒤엉켜 전자가 그 자리에서 오가고, 에너지는 통제하기 어려운 열로 나옵니다. 배터리의 발상은 단순하고 우아합니다. 전자를 잃는 반응(산화)과 얻는 반응(환원)을 서로 다른 전극에 분리해 놓고, 전자가 외부 도선을 통해서만 건너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 전자의 강제된 행렬이 곧 전류죠. 1800년 볼타(A. Volta)가 아연판과 구리판을 소금물 적신 천과 번갈아 쌓아 최초의 전지를 만들었고, 인류는 처음으로 지속적인 전류를 손에 넣었습니다. 전지 내부에서는 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이동하며 회로를 완성합니다. 배터리는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화학 에너지를 전기라는 가장 다루기 좋은 형태로 꺼내 주는 장치입니다. 열을 거치지 않고 화학 에너지를 곧장 전기로 바꾸기 때문에, 열기관의 효율 한계에 묶이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리튬이온 전지와 에너지 전환
리튬은 가장 가벼운 금속이고 전자를 내놓으려는 경향이 강해, 작고 가볍고 전압 높은 전지의 이상적 재료입니다. 문제는 그 반응성 탓에 다루기 위험하다는 것이었죠. 1970년대 위팅엄(S. Whittingham)이 리튬 이온을 층상 물질에 끼워 넣는 방식의 전지를 제안했고, 1980년 구디너프(J. Goodenough)가 리튬코발트산화물 양극으로 전압을 크게 끌어올렸으며, 요시노 아키라(A. Yoshino)가 위험한 리튬 금속 대신 탄소 재료 음극을 써서 안전한 상용 설계를 완성했습니다. 1991년 소니가 상용화했고, 세 사람은 2019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구디너프는 97세로 역대 최고령 수상자였죠. 충전은 이 산화환원을 거꾸로 돌려 리튬 이온을 음극에 되돌려 놓는 일입니다. 스마트폰, 전기차, 재생에너지 저장까지, 연소 문명에서 전기화학 문명으로 넘어가는 에너지 전환의 중심에 이 전지가 있습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연소 문명이 두 세기 만에 만든 인프라를 전기화학 문명이 대체하려면 무엇이 병목일까요. 배터리의 화학일까요, 리튬과 코발트라는 자원일까요, 아니면 제도와 비용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