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의 기초 1강. 칼로리라는 단위는 무엇을 재는가
칼로리는 음식이 아니라 열을 재는 단위입니다. 이 사실 하나를 잊으면 식단 이야기의 절반이 어긋납니다.
풀고 시작
폭탄 열량계에서 온 숫자
칼로리(calorie)의 정의는 놀랄 만큼 물리적입니다. 물 1g의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드는 열이 1cal이고, 우리가 식품에서 말하는 kcal는 그 천 배입니다. 19세기 말 미국의 애트워터(Wilbur Atwater)는 식품을 밀폐된 통에 넣고 태워서 물의 온도가 얼마나 오르는지를 재는 방식으로 식품의 열량표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g당 4, 4, 9라는 숫자는 그 실험에서 나온 애트워터 계수의 후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사람은 폭탄 열량계가 아닙니다. 태우면 열이 나오는 셀룰로스, 즉 식이섬유는 우리 몸에서 거의 열량으로 쓰이지 못하고, 단백질은 소화와 대사에 드는 비용이 더 큽니다. 그래서 애트워터도 소화 흡수율을 반영해 숫자를 깎았습니다. 열량표는 태운 값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뽑아 쓸 수 있다고 추정한 값입니다.
같은 열량이 같은 결과를 주지 않는 이유
"칼로리는 칼로리다"라는 말은 열역학으로는 맞고 생리학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먹는 데 드는 비용이 다릅니다. 음식을 소화하고 대사하는 데도 열량이 쓰이는데 이것을 식이성 발열효과라고 합니다. 지방과 탄수화물은 대체로 섭취 열량의 몇 퍼센트 수준이지만 단백질은 그보다 훨씬 높습니다. 같은 200kcal이라도 몸에 남는 몫이 다릅니다.
둘째, 포만감이 다릅니다.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든 음식은 같은 열량으로 더 오래 배가 부릅니다. 그래서 다음 끼니의 양이 달라집니다.
셋째, 형태가 다릅니다. 사과 한 개와 사과주스 한 잔은 열량이 비슷해도 씹는 시간과 혈당이 오르는 속도가 다릅니다. 식품의 구조를 부수면 몸이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도 바뀝니다. 이 지점이 초가공식품 논쟁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사정은 영양 뉴스가 매번 뒤집히는 이유 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3대 영양소는 역할이 겹치지 않습니다
| 영양소 | g당 열량 | 주된 역할 | 에너지적정비율 |
|---|---|---|---|
| 탄수화물 | 4kcal | 즉시 쓰는 연료, 뇌의 기본 연료 | 총열량의 55~65% |
| 단백질 | 4kcal | 근육과 효소와 항체의 재료 | 7~20% |
| 지방 | 9kcal | 저장 연료, 세포막과 호르몬의 재료 | 15~30% |
오른쪽 칸의 숫자는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이 제시하는 에너지적정비율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범위로 주어졌다는 점입니다. 정답인 식단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죠.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식단과 지방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식단이 둘 다 체중 감량에 쓰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필수라는 말의 뜻이 영양학에서는 특별합니다. 몸이 스스로 만들지 못해 반드시 먹어서 넣어야 하는 것을 필수라고 부릅니다. 아홉 가지 필수아미노산과 두 가지 필수지방산은 그래서 필수인데, 탄수화물에는 필수 항목이 없습니다. 간이 아미노산과 글리세롤로 포도당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저탄수화물 식단이 성립하는 생화학적 근거입니다.
하루에 얼마가 필요한가
기초대사량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가는 열량이고, 여기에 활동과 소화를 더한 것이 총에너지소비량입니다. 체중과 키와 나이로 추정하는 공식이 여럿 있지만 오차가 수백 kcal씩 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공식보다 체중 변화를 자로 씁니다. 2주에서 4주 동안 체중이 유지되었다면 그동안 먹은 양이 곧 지금의 유지 열량입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재는 쪽이 아니라 적는 쪽에서 나옵니다. 사람들은 먹은 양을 과소평가하고 활동량을 과대평가합니다. 식단 기록 연구에서 반복 확인된 경향이죠. 그래서 숫자보다 먼저 손봐야 할 것은 기록의 정직함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식품 포장의 열량 표시가 사람마다 다른 흡수율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숫자는 무엇에 쓰는 것이 정직한 사용법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