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2강. 지구형 행성: 세 개의 운명
비슷한 재료로 비슷한 자리에서 태어난 암석 행성들이 지옥, 사막, 그리고 바다라는 전혀 다른 결말에 도달했습니다.
풀고 시작
네 개의 암석 행성, 네 개의 이력서
태양계 안쪽의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모두 암석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지구형 행성입니다. 같은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졌죠. 그런데 결과는 극단적으로 갈렸습니다.
| 항목 | 수성 | 금성 | 지구 | 화성 |
|---|---|---|---|---|
| 지름(지구=1) | 0.38 | 0.95 | 1 | 0.53 |
| 표면 대기압 | 거의 0 | 약 92기압 | 1기압 | 약 0.006기압 |
| 대기 주성분 | 없음에 가까움 | 이산화탄소 | 질소·산소 | 이산화탄소 |
| 평균 표면 온도 | 밤낮 극단 변화 | 약 465℃ | 약 15℃ | 약 영하 60℃ |
| 액체 물 | 없음 | 없음 | 바다 | 과거에 존재 |
수성은 너무 작고 태양에 가까워 대기를 붙잡지 못했고, 낮은 400℃가 넘고 밤은 영하 170℃로 떨어집니다. 문제는 나머지 셋입니다. 금성은 지구와 크기가 거의 같은 쌍둥이인데 왜 지옥이 되었고, 화성은 왜 얼어붙은 사막이 되었을까요.
금성: 폭주한 온실
금성과 지구의 갈림길은 물의 운명이었습니다. 지구에서는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녹여 탄산염 암석으로 가두는 순환이 작동했죠. 놀랍게도 지구의 석회암을 전부 기화시키면 금성 수준의 이산화탄소 대기가 나옵니다. 두 행성의 탄소 총량은 비슷하되 보관 장소가 다를 뿐이라는 얘기죠. 금성은 태양에 더 가까워 초기 바다가 증발했고, 수증기 자체가 강력한 온실 기체라 증발이 가열을, 가열이 다시 증발을 불렀습니다. 이것이 폭주 온실 효과(runaway greenhouse effect)입니다. 물이 사라지자 이산화탄소를 가둘 곳도 사라졌고, 대기는 92기압까지 쌓였습니다. 1970년대 소련의 베네라 착륙선들이 이 지옥을 실측했는데, 표면에서 가장 오래 버틴 기체도 두 시간 남짓이었습니다. 금성은 행성 기후가 되돌릴 수 없는 문턱을 넘을 수 있음을 보여 주는, 태양계가 지구에 보내는 경고문인 셈입니다.
화성: 물의 흔적을 따라서
화성은 반대로 너무 작았습니다. 지름이 지구의 절반, 질량은 약 10분의 1이라 내부가 빨리 식었고, 자기장이 사라지자 태양풍이 대기를 서서히 벗겨 갔죠. 그러나 표면에는 물의 이력이 새겨져 있습니다. 궤도선이 찍은 말라붙은 강줄기와 삼각주 지형, 오퍼튜니티 로버가 2004년 발견한 적철석 알갱이(물속에서 만들어지는 광물), 큐리오시티가 게일 분화구에서 확인한 고대 호수 바닥의 퇴적암이 그 증거들입니다. 약 35억 년 전의 화성에는 강과 호수, 어쩌면 북반구를 덮는 바다가 있었다는 것이 현재의 유력한 그림이죠. 그래서 화성 탐사의 질문은 "물이 있었는가"에서 "생명이 있었는가"로 옮겨 갔습니다. 퍼서비어런스 로버는 2021년부터 고대 삼각주 지형인 예제로 분화구에서 시료를 채집하고 있으며, 이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거주 가능성의 조건
세 운명을 비교하면 행성이 생명을 품기 위한 조건이 추려집니다. 첫째, 액체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의 궤도가 필요합니다. 너무 가까우면 금성처럼 끓고, 너무 멀면 화성처럼 얼죠. 둘째, 대기를 붙잡을 만한 충분한 질량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 태양풍을 막아 줄 자기장이 필요합니다. 넷째, 탄소 순환을 돌려 기후를 장기 안정시키는 판 구조 활동이 있어야 하죠. 지구는 이 넷을 모두 갖춘 유일한 사례입니다. 주목할 점은 궤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금성은 거주 가능 영역의 안쪽 경계 부근에 있었고 화성도 경계에 걸쳐 있지만, 둘 다 다른 조건에서 무너졌으니까요. 다만 이 목록이 필요조건의 완전한 집합인지는 논쟁 중입니다. 다음 강에서 보듯, 목성형 행성의 얼음 위성들은 거주 가능 영역 바깥에서도 액체 물을 품고 있어 첫째 조건의 정의 자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금성의 폭주 온실은 자연적 문턱 넘기의 사례입니다. 지구의 인위적 온난화 논의에서 금성 사례를 인용하는 것은 정당한 유비일까요, 과장된 수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