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와 해양 3강. 해류: 바다의 컨베이어 벨트
런던이 같은 위도의 캐나다 허드슨만보다 훨씬 따뜻한 이유는 바다가 열대의 열을 배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풀고 시작
표층 해류: 바람이 끄는 물
바다의 표층은 2강에서 본 대기 대순환의 거울입니다. 무역풍과 편서풍이 해수면을 지속적으로 끌면 표층수가 움직이고, 코리올리 효과와 대륙의 배치가 이 흐름을 거대한 원형 순환으로 조직합니다. 이를 환류(gyre)라 부르며, 북반구에서는 시계 방향, 남반구에서는 반시계 방향으로 돕니다. 북대서양 환류의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는 멕시코 만류(Gulf Stream)는 폭 100km 안팎의 빠른 흐름으로 열대의 따뜻한 물을 북쪽으로 나릅니다. 그런데 이 해류를 처음 해도에 담아 널리 알린 인물이 뜻밖에도 벤저민 프랭클린입니다. 식민지 우편선이 영국행보다 미국행에서 유독 느린 이유가 궁금했던 그는 포경선 선장인 사촌에게 답을 듣고, 1770년경 만류의 경로를 지도로 정리해 항해에 활용하게 했죠. 바람이 원인이고 해류가 결과라는 큰 그림은 여기서 성립하지만, 이것은 바다의 절반, 즉 표층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심층 순환: 밀도가 끄는 물
그렇다면 바람이 닿지 않는 수천 미터 아래의 물은 무엇이 움직일까요? 바닷물의 무게는 온도와 염분이 정합니다. 차가울수록, 짤수록 무겁습니다. 그린란드 부근 북대서양에서는 두 조건이 동시에 충족됩니다. 물이 극지의 찬 공기에 냉각되고, 해빙이 만들어질 때 소금이 빠져나와 주변 물의 염분이 높아지죠. 무거워진 표층수는 수천 미터 아래로 가라앉아 심해 바닥을 따라 남쪽으로 흘러갑니다. 온도(thermo)와 염분(haline)이 원동력이라는 뜻에서 이 순환을 열염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이라 부릅니다. 가라앉은 물은 대서양을 남하해 남극 주변을 돌고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서서히 솟아오른 뒤 표층을 타고 돌아옵니다. 미국의 해양학자 월리스 브로커(Wallace Broecker)는 표층과 심층을 잇는 이 전 지구 순환을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라는 그림으로 요약했습니다. 물 한 덩어리가 벨트를 한 바퀴 도는 데는 대략 1000년 규모의 시간이 걸립니다. 오늘 그린란드 앞에서 가라앉은 물이 다시 햇빛을 보는 것은 먼 후대의 일인 셈이죠.
해류는 기후를 만든다
이 컨베이어가 나르는 것은 물이 아니라 사실상 열입니다. 물은 비열이 커서 같은 부피의 공기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열을 저장합니다. 멕시코 만류와 그 연장인 북대서양 해류는 열대의 열을 유럽 앞바다까지 배달하고, 편서풍이 그 열을 대륙 위로 실어 나릅니다. 그 결과 위도 51도의 런던은 비슷한 위도의 캐나다 허드슨만 연안과 달리 겨울에도 온화하고, 북극권에 걸친 노르웨이의 항구들이 겨울에도 얼지 않습니다. 유럽의 온화함이 전부 해류 덕분인지, 편서풍과 대륙 배치의 몫이 얼마인지는 기후학의 활발한 논쟁거리지만, 해양의 열 수송이 지역 기후를 크게 바꾼다는 것 자체는 통설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담수 유입 등으로 침강이 약해져 컨베이어가 느려지면 지역 기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도 여기서 나옵니다. 이 주제는 4강의 기후변화 논의와 이어집니다.
엘니뇨와 라니냐: 바다와 대기의 시소
크리스마스 무렵, 페루 어민들의 바다가 이상하게 따뜻해지고 물고기가 사라지는 해가 있었습니다. 어민들은 이 현상에 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El Niño)라는 이름을 붙였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평상시 열대 태평양에서는 무역풍이 따뜻한 표층수를 서쪽으로 밀어붙입니다. 서태평양에는 따뜻한 물이 쌓이고, 페루 앞바다에서는 깊은 곳의 차고 영양분 많은 물이 솟아오르는 용승(upwelling)이 일어나 세계적 어장이 유지됩니다. 그런데 몇 년에 한 번 무역풍이 약해지면 서쪽에 쌓였던 따뜻한 물이 동쪽으로 되돌아오고, 용승이 막혀 페루 연안이 이례적으로 따뜻해집니다. 이것이 엘니뇨입니다. 반대로 무역풍이 강해져 동태평양이 평소보다 차가워지는 국면은 라니냐(La Niña)라 부릅니다. 20세기 초 영국의 기상학자 길버트 워커(Gilbert Walker)는 태평양 동서의 기압이 시소처럼 오르내리는 남방진동을 발견했는데, 훗날 이것이 엘니뇨와 같은 현상의 대기 쪽 얼굴임이 밝혀져 둘을 묶어 엔소(ENSO)라 부릅니다. 열대 태평양의 뜨거운 물은 대기 대류의 최대 보일러이므로, 그 위치가 수천 km 이동하면 파급이 전 지구로 번집니다. 엘니뇨 해에는 페루 어업이 타격을 입고 인도네시아와 호주에 가뭄이 드는 식의 원격 상관이 나타나며, 전 지구 평균 기온도 일시적으로 오릅니다. 바다와 대기가 한 몸의 시스템이라는 것을 엔소만큼 잘 보여 주는 사례는 없습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심층수가 한 바퀴 도는 데 1000년이 걸린다면, 오늘 바다가 흡수한 열과 이산화탄소의 청구서는 언제 누구에게 도착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