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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지구 1강. 지구 내부: 파본 적 없는 속을 아는 법

인류가 가장 깊이 판 구멍은 12km입니다. 지구 중심까지는 6,371km죠. 그런데도 우리는 속을 압니다.

풀고 시작

문제 1.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 지구 반대편의 넓은 지역에 S파가 전혀 도달하지 않는 현상이 알려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S파는 매질을 비트는 전단파여서 액체를 통과하지 못합니다. 특정 각거리 이후 S파가 일제히 사라지는 그림자대는 깊은 곳에 액체 층(외핵)이 있다는 결정적 증거죠. 감쇠나 흡수라면 거리에 따라 서서히 약해져야지, 경계 각도 너머에서 갑자기 사라질 수 없습니다.

파 내려갈 수 없다면 듣는다

인류가 지구를 가장 깊이 파고 들어간 기록이 얼마나 될까요. 러시아 콜라 반도의 초심층 시추공이 깊이 약 12.3km에서 멈춘 것이 최고 기록입니다. 지구 반지름 6,371km에 비하면 사과 껍질조차 뚫지 못한 셈이죠. 직접 볼 수 없는 속을 아는 방법은 뜻밖의 곳에서 왔습니다. 바로 지진입니다. 큰 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파가 지구 내부를 관통해 반대편까지 전달됩니다. 이 파가 병원의 CT 촬영처럼 내부를 투시하는 신호가 되죠.

내부를 지나는 실체파는 두 종류입니다. P파(Primary wave)는 매질을 진행 방향으로 압축했다 팽창시키는 종파로, 속도가 빨라 먼저 도착하고 고체와 액체를 모두 통과합니다. S파(Secondary wave)는 매질을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흔드는 횡파로, P파보다 느리고 결정적으로 액체를 통과하지 못합니다. 액체는 미는 힘은 전달해도 비트는 힘(전단력)은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원리를 하나 더합니다. 파는 밀도와 상태가 바뀌는 경계에서 속도가 변하며 굴절되고 반사됩니다. 전 세계 지진계가 기록한 도착 시각을 역산하면, 내부 어느 깊이에 어떤 경계가 있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세 겹의 행성

이 방법으로 그려낸 지구는 층상 구조입니다. 1909년 크로아티아의 지진학자 모호로비치치(Mohorovičić)는 얕은 깊이에서 지진파 속도가 급증하는 경계를 발견했습니다. 지각과 맨틀을 가르는 모호면이죠. 지각은 대륙에서 평균 약 35km, 해양에서 약 7km로 얇습니다. 그 아래 맨틀은 깊이 약 2,900km까지 이어지는 암석층으로 지구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맨틀은 고체지만 수백만 년 단위에서는 엿가락처럼 서서히 흐르며 대류하고, 이 대류가 다음 강에서 다룰 판구조론의 엔진이 됩니다. 깊이 약 2,900km에서 또 한 번 속도가 급변하는 경계를 지나면 철과 니켈로 이루어진 핵이 나옵니다. 그리고 1936년, 덴마크의 지진학자 잉에 레만(Inge Lehmann)이 핵이 하나가 아니라 액체 외핵과 고체 내핵의 이중 구조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S파 그림자, 외핵이 액체라는 증거

핵이 액체라는 주장은 어떻게 증명됐을까요. 지진이 나면 진앙에서 각거리 약 103도까지는 P파와 S파가 모두 도달합니다. 그런데 103도를 넘어서는 지역에서는 S파가 사라집니다. 지구 반대편을 덮는 거대한 S파 그림자대죠. S파는 액체를 통과하지 못하므로, 그 경로가 지나는 깊은 곳에 액체 층이 있다는 결론이 강제됩니다. P파도 각거리 약 103도에서 142도 사이에 그림자대를 만드는데, 이는 P파가 액체 외핵에 진입할 때 속도가 뚝 떨어지면서 크게 굴절되기 때문입니다. 레만의 발견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그는 P파 그림자대 안쪽에 미약하게 도달하는 P파가 있음을 확인했고, 액체 외핵 속에서 파를 다시 꺾어 내보내는 단단한 씨앗, 즉 고체 내핵이 있어야만 이 신호가 설명된다고 논증했죠.

다이너모: 지구가 자석인 이유

액체 외핵은 또 하나의 수수께끼를 풉니다. 지구 자기장입니다. 나침반을 움직이는 자기장이 지하의 영구 자석 때문일 수는 없습니다. 철은 퀴리 온도(약 770°C)를 넘으면 자성을 잃는데, 핵의 온도는 수천 도에 이르기 때문이죠. 현대의 답은 다이너모 이론(dynamo theory)입니다. 전기가 통하는 액체 철이 외핵에서 대류하고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나선형 흐름을 이루면, 움직이는 도체가 전류를 만들고 그 전류가 다시 자기장을 만드는 자가발전이 유지됩니다. 이렇게 생긴 자기장은 태양풍의 하전입자를 막아 대기를 지키는 보호막 역할을 하죠.

놀라운 것은 이 자기장의 남북극이 지질학적 시간 동안 수없이 뒤집혀 왔다는 사실입니다. 용암이 굳을 때 그 속의 자성 광물이 당시 자기장 방향으로 정렬한 채 굳기 때문에, 암석은 자기장의 화석 기록이 됩니다. 기록에 따르면 역전은 일정한 주기 없이 불규칙하게 일어났고, 마지막 역전은 약 78만 년 전이었습니다. 이 역전 기록은 다음 강에서 해저에 새겨진 줄무늬로 다시 등장해, 반세기 동안 조롱받던 한 가설을 구원하게 됩니다.

인출 문제

문제 1. S파가 액체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액체는 압축에는 저항하지만 형태를 비트는 힘에는 저항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압축파인 P파는 액체를 통과하고 전단파인 S파는 통과하지 못하죠. 속도나 밀도의 문제가 아니라 파동이 매질을 변형시키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문제 2. 1936년 잉에 레만이 고체 내핵의 존재를 밝혀낸 근거는 무엇일까요?
시추는 지각조차 다 뚫지 못했고, 자기장 세기만으로는 내핵의 상태를 알 수 없습니다. 레만은 그림자대에 있어서는 안 될 P파 신호를 포착했고, 액체 외핵 안의 고체 내핵이 파를 다시 꺾어 보낸다는 가설로 이를 설명했죠.
문제 3. 지구 자기장의 기원에 대한 현대의 설명으로 옳은 것은 무엇일까요?
핵의 온도는 퀴리 온도를 훨씬 넘으므로 영구 자석일 수 없습니다. 움직이는 전도성 유체가 전류와 자기장을 스스로 재생산하는 다이너모 과정이 현대의 표준 설명이죠. 지각의 자성 광물은 자기장을 기록할 뿐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문제 4. 암석이 과거 지구 자기장의 기록을 보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뜨거운 용암 속 자성 광물은 냉각되면서 그 순간의 자기장 방향을 나침반처럼 기억한 채 굳습니다. 그래서 시대별 용암층을 읽으면 자기장 역전의 역사가 복원되죠. 마지막 역전은 약 78만 년 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지구 자기장이 다음 역전기에 들어서 수천 년간 약해진다면, 위성·전력망·생태계에 어떤 일이 생길까요. 대비할 수 있는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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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지 · 궁금하면 모던지 GitHub ·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