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5강. 소행성, 혜성, 그리고 탐사의 역사
행성이 되지 못한 잔해들이 태양계의 역사를 가장 정직하게 기록하고 있고, 인류는 그 잔해의 궤도를 처음으로 바꿔 보았습니다.
풀고 시작
잔해들의 지도
태양계에는 행성이 되지 못한 천체들이 세 구역에 몰려 있습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는 목성의 중력 교란 때문에 행성으로 뭉치지 못한 암석 파편들의 띠입니다. 1801년 피아치가 발견한 최대 천체 세레스를 다 포함해도 전체 질량은 달에 한참 못 미치죠. 해왕성 바깥에는 얼음 천체들의 띠인 카이퍼 벨트(Kuiper belt)가 있습니다. 1930년 발견된 명왕성이 오랫동안 외로운 아홉 번째 행성이었지만, 1992년부터 같은 구역의 천체들이 줄줄이 발견되며 명왕성은 무리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훨씬 바깥, 태양 중력이 미치는 가장자리에는 장주기 혜성의 고향으로 추정되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이 구형 껍질처럼 태양계를 감싸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직접 관측된 적은 없는 이론적 추론이라는 점은 구분해 둘 필요가 있죠.
명왕성의 운명은 2005년 에리스의 발견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명왕성과 맞먹는 천체가 또 나오자, 행성 목록을 계속 늘리든가 정의를 세우든가 해야 했죠. 국제천문연맹(IAU)은 2006년 행성의 조건으로 태양 공전, 구형을 이룰 중력, 그리고 궤도 주변 청소를 내걸었고, 명왕성은 세 번째에서 탈락해 왜소행성이 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강등이 아니라 재분류입니다. 8개의 지배자와 수많은 무리라는 태양계의 실제 구조를 정의가 따라간 것이니까요.
혜성: 공포에서 시계로
혜성은 오랫동안 재앙의 전조였습니다. 이를 계산 가능한 자연 현상으로 바꾼 사람이 핼리(Edmond Halley)죠. 그는 뉴턴 역학을 적용해 1531년, 1607년, 1682년의 혜성이 같은 천체임을 간파하고 1758년의 귀환을 예측했습니다. 혜성은 그가 죽은 뒤인 그해 말 정확히 돌아왔고, 뉴턴 역학의 극적인 공개 검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혜성의 정체 자체는 20세기에 와서야 밝혀졌습니다. 휘플이 1950년 제안한 대로 혜성 핵은 얼음과 먼지가 뭉친 더러운 눈덩이에 가깝고, 태양에 다가오면 얼음이 승화하며 코마와 꼬리를 만들죠. 꼬리가 진행 방향이 아니라 태양 반대쪽으로 뻗는 이유는 태양풍과 복사압 때문입니다. 2014년 로제타 탐사선은 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 궤도에 진입해 착륙선 필레를 내려보내며 이 그림을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충돌 위험과 첫 방어 실험
소행성 충돌은 공상이 아니라 지질 기록입니다. 6600만 년 전 칙술루브 충돌은 비조류 공룡 시대를 끝냈고(지구의 역사 과목에서 다루었죠), 1908년 퉁구스카 폭발은 시베리아 숲 2000km² 이상을 쓰러뜨렸으며, 2013년에는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지름 약 20m의 소행성이 폭발해 1500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처음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2022년 9월 NASA의 DART 탐사선이 소행성 디디모스의 위성 디모르포스에 초속 약 6km로 충돌했고, 디모르포스의 공전 주기는 약 32분 짧아졌습니다. 예상을 크게 웃돈 변화였죠. 충돌로 튄 분출물이 반동을 더해 준 덕분입니다. 충분히 일찍 발견하면 소행성의 궤도를 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실측으로 확인된 순간이었습니다.
보이저: 병 속의 편지와 뒤돌아본 지구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와 2호는 목성형 행성들을 차례로 지나며 태양계 바깥을 향해 날고 있습니다. 두 탐사선에는 금박 입힌 구리 음반, 골든 레코드가 실려 있죠. 세이건이 이끈 위원회가 지구의 소리와 음악, 55개 언어의 인사말, 인류와 지구를 설명하는 영상 정보를 담았습니다. 수신자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 음반은 외계인보다 인류 자신에게 보내는 자기 정의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대표로 남기고 싶어 했는가의 기록이기 때문이죠.
1990년, 태양계 행성들을 지나쳐 약 60억 km 밖에 이른 보이저 1호는 세이건의 제안으로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렸습니다. 그 사진에서 지구는 화면의 한 픽셀도 채 안 되는 창백한 푸른 점이었습니다. 세이건은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 모든 역사가 저 점 위에서 일어났다고요. 태양계 탐사의 역사는 이렇게 겸손의 이미지 하나로 요약되었고, 시선은 이제 태양계 밖의 별들로 향합니다. 다음 과목의 주제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명왕성 재분류에 대중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과학적 분류가 대중의 애착과 충돌할 때, 분류를 정하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어야 할까요.
- 골든 레코드를 오늘 다시 만든다면 무엇을 담아야 할까요. 1977년판에서 빼야 할 것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