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1강. 두 번의 겨울을 지나서
인공지능의 역사는 성능의 역사가 아니라 약속과 청구서의 역사입니다.
풀고 시작
여름 두 달이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1955년, 다트머스 칼리지의 수학자 존 매카시(John McCarthy)는 동료 세 사람과 함께 록펠러 재단에 연구비 제안서를 냅니다. 여기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말이 처음 공식 이름으로 등장했죠. 매카시는 사이버네틱스나 자동기계 이론 같은 기존 간판에서 벗어나고 싶어 일부러 새 용어를 골랐습니다. 이듬해 여름 다트머스에 모인 사람들은 매카시,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 같은 이름들이었고, 그 자리에서 뉴얼(Allen Newell)과 사이먼(Herbert Simon)은 『수학 원리』의 정리를 스스로 증명하는 프로그램 로직 시어리스트를 선보입니다. 기계가 논리를 다룬다는 것이 실물로 확인된 순간이었죠. 여름은 끝났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고, 이 간격이 이후 70년의 이야기를 만듭니다. 낙관은 오래갔습니다. 1965년 사이먼은 20년 안에 기계가 사람이 하는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으리라고 적었죠.
기호냐 연결이냐
초기부터 두 진영이 갈라섭니다. 기호주의(symbolism)는 지식을 기호와 규칙으로 적어 두고 탐색과 추론으로 문제를 푼다는 입장입니다. 뉴얼과 사이먼의 물리 기호 체계 가설이 그 선언이었죠. 반대편의 연결주의(connectionism)는 규칙을 사람이 적어 주는 대신, 단순한 단위들의 연결 강도를 데이터로 조정해 능력을 얻자고 봅니다. 1958년 프랭크 로젠블랫(Frank Rosenblatt)의 퍼셉트론이 그 얼굴이었고, 당시 언론은 스스로 걷고 말하는 기계가 곧 나온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같은 목표를 두고 지식을 적을 것이냐 학습시킬 것이냐가 갈린 셈인데, 이 대립은 승자 없이 여러 번 자리를 바꿉니다.
첫 번째 겨울
1969년 민스키와 시모어 페퍼트(Seymour Papert)는 『퍼셉트론』에서 단층 퍼셉트론의 한계를 수학적으로 못 박습니다. 배타적 논리합(XOR)처럼 직선 하나로 갈라지지 않는 문제는 단층 구조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다만 이 책 한 권이 신경망 연구를 얼어붙게 했다는 서술은 단순화라는 지적이 역사학계에 있습니다. 자금이 실제로 끊긴 계기는 성과의 지체 그 자체였습니다. 예고편은 1966년에 이미 있었죠. 미국 자동언어처리자문위원회(ALPAC)는 기계 번역이 약속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사람이 번역하는 편이 낫다고 보고했고, 관련 지원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1973년 영국의 라이트힐 보고서는 인공지능 연구가 장난감 문제에서만 통하고 실제 규모에서는 경우의 수가 폭발한다고 비판했고, 영국과 미국의 지원이 잇따라 줄면서 첫 번째 겨울이 옵니다.
전문가 시스템, 그리고 두 번째 겨울
1980년대에 판이 돌아옵니다. 좁은 영역의 규칙을 대량으로 넣어 두는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이 실제 업무에서 돈을 벌기 시작했죠. 감염 진단을 다룬 마이신, 컴퓨터 주문 사양을 구성한 XCON이 대표 사례이고, 일본은 1982년 5세대 컴퓨터 계획으로 국가 예산을 투입합니다. 그런데 규칙 기반의 약점이 곧 드러납니다. 전문가의 암묵적 판단을 규칙으로 옮기는 작업이 병목이었고, 규칙이 수천 개로 늘자 서로 충돌해 유지가 불가능해졌으며, 상식이 필요한 예외 앞에서는 그냥 멈춰 섰습니다. 1987년 전용 하드웨어 시장이 무너지자 두 번째 겨울이 이어집니다.
판을 바꾼 것은 데이터와 연산이었습니다
2010년대의 반전은 새 이론이 아니라 조건의 변화에서 왔습니다. 인터넷이 대규모 라벨 데이터를 가능하게 했고(2009년 공개된 이미지넷이 대표적입니다), 그래픽 처리 장치가 행렬 연산을 값싸게 만들었죠. 2012년 이미지넷 대회에서 심층 신경망이 오차율을 큰 폭으로 낮추면서 연결주의가 주류로 복귀했고, 2016년 알파고는 이 흐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습니다. 여기서 배울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실패는 대개 아이디어가 아니라 약속과 청구서의 시차에서 왔습니다. 둘째, 시범 하나가 배포된 시스템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 강부터는 무엇이 되는지만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되는지를 함께 봅니다.
인출 문제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두 번의 겨울은 모두 과잉 약속 뒤에 왔습니다. 지금의 기대 수준은 어느 지점에 있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그 판단을 몇 년 뒤에 검증하려면 지금 무엇을 기록해 두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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